지난 21일 방송된 EBS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에는 제약회사 회장 출신 화가 박해룡이 출연했다. 올해 92세인 그는 70세에 화가로 전향해 지금까지 500점이 넘는 그림을 그렸다.
이날 공개된 박해룡의 집에는 30년 넘게 사용한 냉동고와 물감이 묻은 낡은 소파가 놓여 있었다. 옷장에서도 20년 된 셔츠가 발견됐다. 곳곳이 해지고 구멍까지 난 옷이었다. 이를 본 서장훈은 "이건 버리셔야 할 것 같다"고 말했지만, 박해룡은 "내가 아끼는 옷이다. 찢어졌어도 입으면 모른다"며 버릴 생각이 없다고 했다.
절약 습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박해룡은 휴지 한 장을 반으로 잘라 사용하고, 이쑤시개도 씻어서 다시 쓴다고 밝혔다. 평소 절약하는 편이라는 서장훈조차 "저도 절약한다고 생각했는데 더 분발해야겠다"며 놀라워했다. 하지만 박해룡은 미술관을 짓는 데는 100억원을 아끼지 않았다. 80대에 사재를 들여 경기도 여주에 2000평 규모의 미술관을 세운 것이다. 현재도 적자를 감수하며 운영하고 있다.
박해룡은 "돈 벌려고 하는 일이 아니다. 사회에 공헌하는 보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주민들이 미술 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작가들에게는 전시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러나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 자신의 자리를 다시 차지하려면 후배들이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이후 47세에 퇴직금을 모두 투자해 적자 상태였던 제약회사를 인수했다. 회장이 된 뒤에도 직접 가방을 들고 전국의 약국을 찾아다니며 영업에 나섰다.
겨울철 약국을 방문했을 때는 추위에 떨고 있는 거래처 직원을 위해 번개탄을 사서 난로에 불을 피워주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적자였던 회사를 흑자로 돌려놨다. 사업에서 성공한 뒤에는 어린 시절 포기했던 화가의 꿈을 다시 꺼냈다. 70세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5년 만에 첫 개인전을 열었다.
당시 전시 작품은 일주일 만에 모두 팔려 4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박해룡은 "솔직히 팔린 게 아니라 사준 거였다"며 지인들의 도움으로 작품이 판매됐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후 수익금 전액을 기부했다.
92세인 지금도 박해룡은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2시간 동안 그림을 그린다. 직접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헬스장에서 운동하는가 하면, 80년 가까이 알고 지낸 친구들과도 꾸준히 만난다. 박해룡의 이야기를 들은 서장훈은 "나이가 얼마든 원하는 일을 향해 열심히 달려나가는 것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EBS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는 매주 수요일 오후 9시 55분 방송된다.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 haesmi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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