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드 / 사진=MPMG 뮤직
터치드 / 사진=MPMG 뮤직
"이렇게는 오래 활동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밴드 터치드(TOUCHED)의 윤민은 무대 위 모습과 실제 자신의 감정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관객을 휘어잡는 카리스마와 폭발적인 에너지로 사랑받았지만, 정작 자신은 슬럼프와 번아웃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데뷔 6년 만에 발매한 첫 정규앨범 '극야'에는 그동안 무대에서 미처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를 담았다.

터치드는 지난 20일 서울 창전동 엠피엠지뮤직 사옥에서 정규 1집 '극야' 발매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15일 발매된 이번 앨범에는 더블 타이틀곡 'Fallen Angel'(폴른 엔젤)과 '이 별'을 비롯해 총 12곡이 수록됐다.

김승빈은 "활동하면서 발매한 곡이 30곡 정도 되는데 이번이 첫 정규앨범이다. 그동안 정말 내고 싶었고 기대해 왔던 만큼 후련한 마음도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인기가 올라왔을 때 정규앨범을 준비하느라 공백이 길어지는 게 두려웠다. 신곡을 빨리 내야 한다는 생각에 미뤄왔지만, 이번에는 더 미루면 안 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터치드 윤민 / 사진=MPMG 뮤직
터치드 윤민 / 사진=MPMG 뮤직
앨범 작업은 윤민이 멤버들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본격적으로 방향이 정해졌다. 윤민은 "활동하면서 슬럼프와 번아웃을 겪었다. 인생의 그래프가 있다면 거의 바닥을 치는 상황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터치드는 감성적인 노래도 많은 팀인데 무대에서는 카리스마 있고 관객을 휘어잡는 이미지가 강하다. 힘든 상황에서도 무대에서는 계속 그런 모습을 보여야 하니까 그 간극을 참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다 보니 이번 정규앨범을 준비하면서는 툭 건드리면 터질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윤민은 자신이 음악을 시작한 이유를 다시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그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음악으로 전하고, 그 음악을 통해 사람들이 감동받고 위로받는 모습을 보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 의미에서 멀어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바닥을 치고 있는 제 상태를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멤버들에게 그런 마음을 이야기했더니 '네가 가진 우울함이나 괴로움, 외로움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이다. 우리 안에도 그런 마음이 있으니 함께 풀어보자'고 해줬다"고 전했다.

다만 멤버들이 처음부터 같은 생각이었던 건 아니다. 그동안 터치드가 보여준 음악과 다른 방향을 선택하는 데 우려도 있었다. 김승빈은 "'Highlight'(하이라이트)로 알려진 팀인데 갑자기 어두운 음악을 하면 사람들이 혼란스럽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며 "잘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조금 더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존비킴은 자신이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멤버라고 밝혔다. 그는 "각자 내면에 있는 어둠의 농도가 다 다른데 그걸 하나의 정규앨범으로 내야 하니까 고민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 팀에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저에게도 극야의 시간이 있었고, 이번 앨범에 그 어둠을 잘 담아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터치드 / 사진=MPMG 뮤직
터치드 / 사진=MPMG 뮤직
고민 끝에 완성된 앨범명 '극야'는 해가 뜨지 않는 긴 밤을 뜻한다. 윤민은 "누구나 각자의 삶 속에 자신만의 극야를 품고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저희도 특별할 것 없는 각자의 극야를 꺼낸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이 극한으로 힘들어지면 하늘을 볼 시간도 없고, 주변에서 누가 손을 내미는지 어떤 빛이 있는지조차 보지 않고 눈을 감아버릴 때가 많다"며 "제가 느끼는 우울함이 거의 끝에 가 있었기 때문에 빛나는 존재보다는 정말 암흑 속에 있는 기분을 노래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번 앨범은 멤버들에게도 감정적으로 남다른 작업이었다. 채도현은 "원래 1년에 한 번도 잘 울지 않는데 최근 한 달 동안 다섯, 여섯 번 정도 울었다"며 "윤민이의 녹음을 디렉팅하다가 노래를 듣고 울었다. 6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앨범을 준비하면서 저도 몰랐던 감정선이 건드려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녹음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채도현은 "이번에는 기술적인 완성도보다 들었을 때 진짜 감정이 느껴지는 테이크를 선택했다"며 "다시 연주한 것이 기술적으로 더 완벽하더라도 감정이 더 잘 느껴지는 가이드 버전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터치드 / 사진=MPMG 뮤직
터치드 / 사진=MPMG 뮤직
앨범을 완성한 뒤 윤민의 마음이 모두 나아진 건 아니다. 그는 "여전히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있는 기분이 들 때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앨범은 극야에서 벗어나는 것보다 극야를 받아들이는 데 훨씬 가깝다. 힘든 감정을 외면하면 결국 곪아서 터져버린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지금 극야 속에 있다는 걸 인정하면 오히려 공포심이 덜하고 다음 단계를 더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앨범에 대한 후회도 없다. 윤민은 "활동하다 보면 대중의 피드백이나 팬들의 요구를 어디까지 수용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이번에는 그런 눈치를 덜 볼 수 있었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와 표현을 다 담았다. 아쉬움은 없다"고 강조했다.

터치드는 더 먼 곳을 바라본다. 김승빈은 "슈퍼볼 무대에 서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건 오래 음악하는 것"이라며 "60살, 70살까지 활동하는 밴드가 되고 싶다. 6년 차인 지금은 아직 여름이 오지도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민은 마지막으로 비슷한 어둠을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 음악으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정말 힘들 때는 어떤 말을 들어도 들리지 않을 것 같아요. '힘내라'는 말조차 조심스럽죠. 저희도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극야를 겪고 있어요. 비슷한 극야 속에 계신 분들이 있다면 저희 노래가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o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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