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플랫폼의 전략은 무료 공개라는 공통점에도 목적과 기대 효과가 다르다. 쿠팡플레이는 구독료 부담을 낮춰 이용자들이 플랫폼 안에서 여러 회차를 소비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반면 디즈니+는 접근성이 높은 유튜브에서 작품을 알린 뒤 시청자가 직접 유료 플랫폼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했다. 전자가 시청 문턱을 낮추는 전략이라면 후자는 콘텐츠의 매력을 앞세워 구독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전략인 셈이다.
쿠팡플레이의 선택은 눈에 띄는 성과로 이어졌다. 김혜수와 조여정이 주연을 맡은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는 공개 첫 주부터 플랫폼 인기작 1위에 올랐고, 5주 연속 정상을 지켰다. 공개 첫 주 이후 시청량은 169% 증가했으며 쿠팡플레이 시리즈 누적 시청량 1위도 기록했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라는 제약에도 꾸준한 시청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적이다.
흥행에는 여러 요인이 맞물렸다. 김혜수와 조여정 등 주연 배우들의 연기, 인물들의 복잡한 관계를 활용한 빠른 전개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붙잡았다. 여기에 무료 시청이라는 접근성까지 더해졌다. 첫 회를 본 이용자가 다음 이야기를 확인하기 위해 별도의 유료 구독을 해야 하는 부담이 없다는 점은 시청을 이어가는 데 유리한 조건이다.
플랫폼 전체의 성장세도 주목할 만하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플레이의 지난 8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006만7459명으로, 전월보다 15.97% 증가했다. 쿠팡플레이가 월간 이용자 1000만명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다만 이러한 성과를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의 무료 공개 효과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스포츠 중계와 다른 오리지널 콘텐츠 등도 이용자 증가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무료 공개가 흥행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 것은 분명하지만, 실제 기여도를 구분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
선공개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유튜브에 공개된 첫 회는 하루 만에 조회수 54만 회를 돌파했다. 영상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고 작품의 존재감을 알리는 데는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셈이다. 그러나 9월 30일 후속 회차가 공개된 이후 디즈니+ 내부 순위는 6위권에 머물렀다. 선공개 영상의 높은 조회수와 비교하면 플랫폼 내 성적은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 않았다.
물론 유튜브 조회수와 OTT 내부 순위를 직접 비교해 흥행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유튜브는 무료로 접근할 수 있는 데다 영상의 반복 재생도 조회수에 반영된다. 반면 OTT 내부 순위는 플랫폼 자체의 집계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다만 무료 영상이 수십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더라도 유료 플랫폼에서 같은 수준의 반응이 나타난다고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은 짚어볼 만하다.
디즈니+ 방식의 가장 큰 과제는 시청자를 유료 구독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무료로 첫 회를 시청한 이용자가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더라도 이를 확인하려면 디즈니+에 가입해야 한다. 이미 다른 OTT를 구독 중인 시청자라면 추가 비용을 감수할 만큼 작품이 매력적인지 판단할 수밖에 없다. 첫 회에 대한 호기심을 이끌어내는 것과 유료 결제를 결정하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사전 체험을 통해 작품의 관심도를 높이려는 시도는 방송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tvN 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은 지난 9월 29일 첫 방송에 앞서 언론과 팬들을 대상으로 첫 회 시사회를 열었다. 제작발표회와 함께 완성된 작품을 미리 선보여 입소문을 확보하려는 전략이었다. 유튜브를 통한 무료 공개와는 방식이 다르지만, 본방송 이전에 작품을 직접 경험하게 해 기대감을 높인다는 점에서는 맥을 같이한다.
이러한 전략은 제작사와 플랫폼이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수단이기도 하다. 예고편이나 하이라이트 영상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이야기의 전개, 배우들의 연기,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시청자가 직접 판단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작품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형성된다면 정식 공개 이전부터 자발적인 입소문을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위험 부담도 존재한다. 작품을 일찍 공개한다는 것은 시청자들의 평가를 앞당겨 받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첫 회의 완성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이후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충분히 자극하지 못한다면 사전 공개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유료 구독이 필요한 OTT에서는 단순한 호감 이상의 강력한 시청 동기를 만들어야 한다.
무료 공개가 모든 작품에 똑같이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전 회차를 무료로 제공하는 작품과 첫 회만 공개하는 작품은 시청자의 행동을 유도하는 구조부터 다르다. 플랫폼의 기존 이용자 규모와 콘텐츠 경쟁력, 후속 회차에 대한 기대감, 구독료 부담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무료 공개 이후 얼마나 많은 시청자가 다음 회차로 이동했는지, 실제 유료 구독 증가에 얼마나 기여했는지까지 살펴야 전략의 성패를 판단할 수 있다.
OTT 시장에서 무료 공개는 시청자의 관심을 확보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그러나 관심을 끌어모으는 것만으로 흥행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무료로 첫 회를 보게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시청자가 다음 회차를 선택할 이유를 제공하는 일이다. 무료 공개가 일회성 화제 몰이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려면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무료로 문을 여는 것은 플랫폼의 몫이지만, 시청자를 끝까지 붙잡는 것은 작품의 힘이다.
정세윤 텐아시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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