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의 부름'에 짓궂은 너스레를 떨면서도 배우 배현성의 눈빛에는 첫 스크린 주연에 나선 설렘과 다부진 각오가 묻어났다. 넷플릭스 '지옥' 시즌2에서 1회차 출연의 짧은 인연을 맺었던 그는, 연 감독의 신작 '실낙원'의 주연 배우로 당당히 낙점되며 그간의 순둥한 이미지를 완전히 지워낸 서늘한 얼굴을 스크린에 펼쳐냈다.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장흥도 캐릭터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21일 극장 공개되는 '실낙원'은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 류소영(김현주 분)에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 류선우(배현성 분)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다. 배현성은 9년 전 실종되기 전의 선하고 순수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낯설고 서늘한 기운을 풍기며 돌아와 극 전체를 뒤흔드는 아들 류선우 역을 맡아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스크린으로 관객들을 만나게 돼 너무 좋고, 김현주 선배님과 함께할 수 있어 좋아요. 토론토와 부산 영화제까지 가게 됐다는 사실도 아직 믿기지 않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대본 자체가 인간의 어둡고 깊은 심연을 다룬 이야기라 읽자마자 단숨에 빠져들었어요. 선우라는 캐릭터도 매력적이어서 대본을 읽자마자 곧바로 하겠다고 답했죠. 주변에서 듣기로 감독님이 젊은 배우를 고민하시다가 '지옥에 나왔던 현성이한테 연락해 볼까'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연상호 사단에 속하게 된다면 정말 좋겠죠. 하하. 이번에도 촬영 기간이 짧아 아쉬웠는데 다음에 또 같이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연 감독이 이번 현장에서 주문한 핵심은 '불편함'이었다. 배현성은 "감독님이 '사람들이 느끼기에 제가 등장하면 불편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불편한 공기들을 만들어가고 싶었어요. 걸을 때 느리게 걷거나 행동들을 느리게 했고, 눈을 감았다 뜰 때도 천천히 하려고 했죠. 상대방이 나를 피하게끔 인물들을 뚫어지게 바라보려 했습니다."
"욕도 많이 안 해봤고 흡연 장면도 맛있게 잘 살리고 싶어서 혼자 연습을 많이 했어요. 다행히 함께 촬영하던 드라마 '대리수능'에서도 욕설이 있는 캐릭터라 같이 연습할 수 있었죠. 안 해본 센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희열을 느꼈습니다."
어느덧 데뷔 8년 차를 맞은 그는 자신의 변신을 두고 '색깔의 확장'이라고 표현했다. "여러 연기를 하면서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색깔이 하나 더 추가된 느낌이에요. 그림을 그릴 때 쓸 수 있는 색이 하나 더 늘어난 것 같달까요. 지금은 특정한 캐릭터를 정해두기보다, 재밌게 할 수 있는 역할을 만나 열심히 촬영하다 보면 선우처럼 또 다른 색다른 캐릭터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끝으로 그는 스크린 주연으로서 관객들에게 듣고 싶은 평가를 전하며 단단한 눈빛을 빛냈다. "제가 이런 캐릭터와 연기도 잘 어울리고 잘 해낸다고 느껴주셨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영화 속 선우의 모습을 보며 '배현성'이라는 생각이 안 드는 게 가장 좋은 반응일 것 같습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