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지옥'과 '이혼숙려캠프' 등 부부 상담 예능에서 심각한 가정폭력 사례가 반복되면서, 자극적인 장면을 앞세우는 제작진의 방송 방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사진제공=JTBC '이혼숙려캠프'
'결혼지옥'과 '이혼숙려캠프' 등 부부 상담 예능에서 심각한 가정폭력 사례가 반복되면서, 자극적인 장면을 앞세우는 제작진의 방송 방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사진제공=JTBC '이혼숙려캠프'
갈비뼈가 부러지고 흉기로 위협당했다. 심지어 '물고문'을 당했다는 폭로까지 나왔다. 사건 사고 보도가 아니다. 황금시간대 전파를 타는 부부 상담 예능의 실제 방영 내용이다.

상담실이 아닌 경찰서로 진행해야 할 수준의 사안들이 '부부 갈등'이라는 포장지를 두른 채 안방극장의 자극적인 볼거리로 전락했다. 관계 회복을 명분으로 내세운 부부 예능이 도를 넘어선 가정폭력의 면죄부 창구이자 자극적인 시청률 미끼로 변질되고 있다.
"오은영보다 경찰이 먼저"…때리고 목 조르고 물고문까지, 선 넘은 부부 예능 [TEN스타필드]
최근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서는 심각한 가정폭력을 호소하는 출연자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186회차 방송에서는 40년간 남편에게 폭행당했다는 아내의 사연이 소개됐다. 아내는 남편의 폭행으로 갈비뼈가 부러졌으며 물고문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흉기로 위협받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일주일 뒤 방송에서도 경찰 출동이 잦았던 음주 폭력 부부의 사연이 여과 없이 방영됐다.

JTBC '이혼숙려캠프' 역시 마찬가지다. 폭언과 격한 몸싸움, 막말 공방을 자극적으로 부각하며 끊임없이 노이즈를 양산하고 있다.
'결혼지옥'과 '이혼숙려캠프' 등 부부 상담 예능에서 심각한 가정폭력 사례가 반복되면서, 자극적인 장면을 앞세우는 제작진의 방송 방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사진제공=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결혼지옥'과 '이혼숙려캠프' 등 부부 상담 예능에서 심각한 가정폭력 사례가 반복되면서, 자극적인 장면을 앞세우는 제작진의 방송 방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사진제공=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당초 이 예능들은 심각한 갈등으로 벼랑 끝에 선 부부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하고 관계 회복을 돕겠다는 취지로 출발했다. 그러나 자극적인 사연들이 잇따라 전면에 배치되면서, 건강한 갈등 봉합이라는 본래의 기획 의도는 점차 빛을 잃고 있다. 특히 우려스러운 대목은 '일상적인 부부 갈등'과 '엄연한 가정폭력'의 경계가 방송 연출 속에서 점차 흐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폭력의 책임을 양쪽에 똑같이 나누는 듯한 연출 방식도 문제다. 성격 차이로 다투는 것과 상대방을 때리고 위협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방송은 갈등의 원인을 찾는다는 이유로 의뢰인들에게 왜 화가 났는지, 왜 손을 댔는지를 길게 설명하게 한다. 하지만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폭행하게 된 사연을 일일이 늘어놓는 것은 자칫 가해자에게 핑곗거리를 만들어주고, 피해자에게 "맞을 짓을 했다"는 식의 또 다른 상처를 줄 수 있다.

오은영 박사 등 전문가의 조언이 제작진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오은영 박사가 아무리 스튜디오에서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일침을 가한들, 이미 예고편부터 폭행 진술과 충격적인 장면을 '하이라이트'로 편집해 시청률 장사에 활용한 제작진의 윤리적 책임까지 지워지지는 않는다. '결혼지옥'의 경우 2022년 의붓딸 부적절 신체 접촉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도, 시청률을 위해 더 센 자극을 좇는 제작진의 안일한 관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결혼지옥'과 '이혼숙려캠프' 등 부부 상담 예능에서 심각한 가정폭력 사례가 반복되면서, 자극적인 장면을 앞세우는 제작진의 방송 방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사진제공=JTBC '이혼숙려캠프'
'결혼지옥'과 '이혼숙려캠프' 등 부부 상담 예능에서 심각한 가정폭력 사례가 반복되면서, 자극적인 장면을 앞세우는 제작진의 방송 방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사진제공=JTBC '이혼숙려캠프'
방송이 끝나면 출연자들은 다시 폭력과 맞닿아 있는 위태로운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카메라가 꺼진 뒤 가해자와 한 공간에 남겨질 피해자의 안전 대책 없이, 스튜디오 안에서의 피상적인 눈물과 화해 제스처로 방송을 마무리하는 것은 다소 무책임하고 잔인한 처사다.

겉포장만 그럴듯한 화해를 이끌어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통상적인 갈등 수준을 넘어선 위험이 감지됐다면, 방송 제작에 앞서 피해자 보호와 전문 기관 연계 같은 현실적인 안전망이 우선돼야 한다. 자극적인 사연으로 시청률을 챙기면서 안전 문제는 뒷전에 둔다면, 제작진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 haesmi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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