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이 아닌 경찰서로 진행해야 할 수준의 사안들이 '부부 갈등'이라는 포장지를 두른 채 안방극장의 자극적인 볼거리로 전락했다. 관계 회복을 명분으로 내세운 부부 예능이 도를 넘어선 가정폭력의 면죄부 창구이자 자극적인 시청률 미끼로 변질되고 있다.
JTBC '이혼숙려캠프' 역시 마찬가지다. 폭언과 격한 몸싸움, 막말 공방을 자극적으로 부각하며 끊임없이 노이즈를 양산하고 있다.
폭력의 책임을 양쪽에 똑같이 나누는 듯한 연출 방식도 문제다. 성격 차이로 다투는 것과 상대방을 때리고 위협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방송은 갈등의 원인을 찾는다는 이유로 의뢰인들에게 왜 화가 났는지, 왜 손을 댔는지를 길게 설명하게 한다. 하지만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폭행하게 된 사연을 일일이 늘어놓는 것은 자칫 가해자에게 핑곗거리를 만들어주고, 피해자에게 "맞을 짓을 했다"는 식의 또 다른 상처를 줄 수 있다.
오은영 박사 등 전문가의 조언이 제작진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오은영 박사가 아무리 스튜디오에서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일침을 가한들, 이미 예고편부터 폭행 진술과 충격적인 장면을 '하이라이트'로 편집해 시청률 장사에 활용한 제작진의 윤리적 책임까지 지워지지는 않는다. '결혼지옥'의 경우 2022년 의붓딸 부적절 신체 접촉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도, 시청률을 위해 더 센 자극을 좇는 제작진의 안일한 관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겉포장만 그럴듯한 화해를 이끌어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통상적인 갈등 수준을 넘어선 위험이 감지됐다면, 방송 제작에 앞서 피해자 보호와 전문 기관 연계 같은 현실적인 안전망이 우선돼야 한다. 자극적인 사연으로 시청률을 챙기면서 안전 문제는 뒷전에 둔다면, 제작진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 haesmi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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