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이 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 사진제공=넷플릭스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이 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 사진제공=넷플릭스
이창동 감독이 노동의 가치가 흔들리는 시대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영화 '버닝' 이후 8년 만에 선보인 신작 '가능한 사랑'은 노동과 계급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한다. 거대 자본 넷플릭스와 손잡은 그는 자본 없이 영화를 만들기 어려운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 호석(설경구 분)과 그의 아내 미옥(전도연 분)이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 분)와 남편 상우(조인성 분)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만난 두 부부는 각자의 숨은 욕망을 마주하게 된다.

'가능한 사랑'은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을 받았으며,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TIFF)에서 에버트 감독상을 수상했다. 지난 4일 열린 제46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영평상)에서는 최우수작품상과 여우주연상(전도연)을 받으며 2관왕에 오르는 등 국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창동 감독이 '가능한 사랑'을 통해 노동의 가치를 다뤘다. / 사진제공=넷플릭스
이창동 감독이 '가능한 사랑'을 통해 노동의 가치를 다뤘다. / 사진제공=넷플릭스
영화는 해고 노동자의 삶을 전달하려는 예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창동 감독은 "해고 노동자의 삶과 그들의 고통과 감정을 전달하는 게 영화의 1차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해고 노동자의 고통을 조명하는 것을 넘어 노동의 가치가 변하는 사회의 모습을 다뤘다.

이창동 감독은 "근대 이후 인류가 중요하게 여겨왔던 노동의 가치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AI가 발전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동의 변화가 인간의 정체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 것이다.

이창동 감독은 자신이 극 중 다큐멘터리 감독인 예지와 비슷한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지는 해고 노동자의 삶을 기록하면서 인정받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이 감독은 "예지는 그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내가 자유롭지 못하듯이"라며 자신 역시 창작자로서의 욕망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고백했다.

영화 제작 과정에서 자본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는 현실도 언급했다. 그는 "자본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뭘 할 수 없다"며 "그 안에서 가능한 자기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창동 감독은 그간 창작자로서 자신이 가진 엄격한 기준 때문에 괴로워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영화를 힘들게 찍는다"며 "현장에서 연기를 볼 때 진짜 인물이 아닌 연기를 잘하는 인물로만 보일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또한 "이런 것들이 나를 현장에서 계속 고민하게 하고 괴롭힌다"며 "나 스스로 가지고 있는 기준이라 더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능한 사랑'에서는 이전보다 촬영이 수월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준을 내려놨다"면서 "네 배우 모두 연기를 잘한다고 느껴지지 않고 그 인물로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칭찬했다.
이창동 감독이 '가능한 사랑' 배우진을 칭찬했다. / 사진=텐아시아DB
이창동 감독이 '가능한 사랑' 배우진을 칭찬했다. / 사진=텐아시아DB
이창동 감독은 설경구와 '박하사탕', '오아시스'에서, 전도연과 '밀양'에서 호흡을 맞춘 뒤 약 20년 만에 작품에서 재회했다. 이 감독은 "그때는 그들도 젊었기 때문에 뭔가를 해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스스로 치열하게 싸웠다"고 회상했다. 이어 "두 사람 다 친구처럼 친해졌다"며 "배우와 감독으로 다시 만났다기보다 그냥 서로를 잘 이해하는 사람들끼리 같이 일하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조여정과 조인성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이 감독은 "조여정은 성실하고 지적인 배우"라며 "네 인물 관계 속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조인성은 의외로 유머가 풍부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조인성이 맡은 상우는 영화에서 자본의 힘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이 감독은 "배우의 실제 성격이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며 흡족해 했다.
이창동 감독이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가 공개되는 것을 의미있는 도전이라고 말했다. / 사진제공=넷플릭스
이창동 감독이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가 공개되는 것을 의미있는 도전이라고 말했다. / 사진제공=넷플릭스
이창동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를 대하는 자신의 연출 철학도 설명했다. 그는 촬영장에서 "오케이"를 외치지 않기로 유명하다. 이 감독은 그 이유를 "모범답안을 두고 기준에 맞으면 오케이 하는 게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연기는 정해진 답을 표현하는 게 아니고 그 인물로 사는 것"이라며 "내가 표현을 요구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소신을 밝혔다.

지난 9월 말 극장에서 공개됐던 '가능한 사랑'은 이달 6일부터 넷플릭스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이창동 감독은 쉽고 빠른 전개에 익숙해진 관객들이 자신의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해 했다.

"넷플릭스에서 '가능한 사랑'과 같이 호흡이 느린 영화를 선보이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도전입니다."

박의진 텐아시아 기자 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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