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 호석(설경구 분)과 그의 아내 미옥(전도연 분)이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 분)와 남편 상우(조인성 분)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만난 두 부부는 각자의 숨은 욕망을 마주하게 된다.
'가능한 사랑'은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을 받았으며,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TIFF)에서 에버트 감독상을 수상했다. 지난 4일 열린 제46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영평상)에서는 최우수작품상과 여우주연상(전도연)을 받으며 2관왕에 오르는 등 국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창동 감독은 "근대 이후 인류가 중요하게 여겨왔던 노동의 가치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AI가 발전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동의 변화가 인간의 정체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 것이다.
이창동 감독은 자신이 극 중 다큐멘터리 감독인 예지와 비슷한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지는 해고 노동자의 삶을 기록하면서 인정받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이 감독은 "예지는 그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내가 자유롭지 못하듯이"라며 자신 역시 창작자로서의 욕망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고백했다.
영화 제작 과정에서 자본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는 현실도 언급했다. 그는 "자본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뭘 할 수 없다"며 "그 안에서 가능한 자기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창동 감독은 그간 창작자로서 자신이 가진 엄격한 기준 때문에 괴로워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영화를 힘들게 찍는다"며 "현장에서 연기를 볼 때 진짜 인물이 아닌 연기를 잘하는 인물로만 보일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또한 "이런 것들이 나를 현장에서 계속 고민하게 하고 괴롭힌다"며 "나 스스로 가지고 있는 기준이라 더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능한 사랑'에서는 이전보다 촬영이 수월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준을 내려놨다"면서 "네 배우 모두 연기를 잘한다고 느껴지지 않고 그 인물로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칭찬했다.
조여정과 조인성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이 감독은 "조여정은 성실하고 지적인 배우"라며 "네 인물 관계 속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조인성은 의외로 유머가 풍부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조인성이 맡은 상우는 영화에서 자본의 힘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이 감독은 "배우의 실제 성격이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며 흡족해 했다.
지난 9월 말 극장에서 공개됐던 '가능한 사랑'은 이달 6일부터 넷플릭스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이창동 감독은 쉽고 빠른 전개에 익숙해진 관객들이 자신의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해 했다.
"넷플릭스에서 '가능한 사랑'과 같이 호흡이 느린 영화를 선보이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도전입니다."
박의진 텐아시아 기자 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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