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신보는 서로 통하고 있다고 믿었던 로맨스가 사실은 철저한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음을 깨닫는 순간에서 출발한다. 앨범에 수록된 4개 트랙은 부끄러움과 당혹감, 분노와 대치, 그리고 마침내 이를 털어내고 쿨하게 나아가는 이별 극복의 과정을 유기적으로 엮어냈으며, 과거 아일릿의 대표곡 속 상징적인 노랫말과 오브제들을 영리하게 재소환해 의미를 전복시켰다.
포문을 여는 첫 번째 트랙 '수퍼 인 러브(Super in Love)'[Super in Love]는 서사의 결정적 전환점을 알리는 곡이다. 친구들과의 대화 속에서 자신이 굳게 믿어왔던 핑크빛 기류가 사실은 거대한 착각이었음을 자각하는 화자의 심경을 그렸다. 복잡한 감정을 어질러진 옷장에 비유했던 전작 '틱-택(Tick-Tack)'[Tick-Tack]의 메타포를 가져와 "입지도 못할 옷이 수백 벌"이라는 가사로 재활용하는가 하면, '체리시 (My Love)'[Cherish (My Love)]에서 고백했던 벅찬 애정과 '젤리어스(jellyous)'[jellyous]에서 보여준 귀여운 질투마저도 결국 혼자만의 망상이었음을 깨닫는 쓰라린 기억으로 재해석했다.
두 번째 트랙 '모어(More)'[More]에서는 부끄러움을 넘어 배신감과 분노로 감정선이 급변한다. '두 더 댄스(Do the Dance)'[Do the Dance]에서 첫 데이트의 짜릿한 설렘으로 묘사됐던 '롤러코스터'는 엇나간 기대감의 상징으로 변모하고, '아이와이케이와이케이(IYKYK)'[IYKYK (If You Know You Know)]에서 특별한 인연의 시그널로 여겨졌던 상대방의 '최애 아이스티' 취향은 어장관리를 의심하게 만드는 혼란의 씨앗이 된다.
'BREAK EVEN'은 실망감으로 끝나지 않는다. 마지막 수록곡 '팝(Pop)'[Pop]은 씁쓸했던 짝사랑의 잔상을 시원하게 털어내고 본래의 당당한 자아를 되찾는 화자의 성장을 담아냈다. 로맨스의 환상은 깨졌을지라도 자신을 향한 믿음만큼은 흔들리지 않는다. 데뷔 앨범의 긍정 에너지를 노래했던 '럭키 걸 신드롬(Lucky Girl Syndrome)'[Lucky Girl Syndrome]의 정서와도 맞닿아 있다.
기존 곡들과 촘촘하게 맞물린 이번 스토리텔링은 타이틀곡의 폭발적인 차트 흥행과 맞물려 더욱 화제가 됐다. 소속사에 따르면 '체포하겠어'는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집계된 스포티파이 '톱 송 데뷔' 차트에서 글로벌 1위, 미국 3위에 올랐다. 또한 11월 3일 자 애플뮤직 '오늘의 톱 100: 대한민국' 차트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멜론, 벅스 등 국내 주요 실시간 및 일간 차트 최상위권에 안착했다.
Guzman Gonzalez Hannah 텐아시아 기자 hannahglez@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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