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가 지난 3일 발표한 3분기 실적은 이러한 변화를 보여준다. 하이브는 3분기 매출 1조5257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공연 매출은 7268억원으로 음반·음원 매출 2828억원의 약 2.6배에 달했다.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를 비롯한 소속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실적을 견인했다.
반면 에이티즈와 에스파, 르세라핌을 비교하면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2025년 써클차트 기준 연간 음반 판매량은 에스파가 약 238만장으로 가장 많았고, 르세라핌이 약 132만장, 에이티즈가 약 79만장으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빌보드의 2025년 박스스코어 집계에서는 순서가 뒤바뀌었다. 에이티즈는 28회 공연으로 약 40만명을 동원한 반면, 르세라핌은 27회 공연에서 약 23만7000명, 에스파는 15회 공연에서 약 13만8000명을 기록했다.
공연 매출에서도 차이가 났다. 에이티즈는 약 7000만달러, 르세라핌은 약 3410만달러, 에스파는 약 18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공연 횟수와 지역이 서로 달라 총관객 수만으로 흥행력을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음반 판매량의 순서가 해외 공연 성적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
음반 판매량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구매가 활발하다는 의미지만, 팬들이 어느 지역에 얼마나 분포해 있는지까지 보여주지는 않는다. 에이티즈가 북미와 유럽에서 대형 공연을 소화한 것은 해당 지역에서 실제 티켓을 구매할 관객층을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음반 판매량이 더 많은 그룹이라도 팬덤이 여러 지역에 분산돼 있다면 특정 도시에서 같은 규모의 공연을 열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차이에는 K팝 특유의 음반 구매 문화도 영향을 미친다. 포토카드나 앨범 버전을 수집하기 위해 한 사람이 여러 장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음반 판매량을 실제 팬 수와 동일하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공연은 팬이 거주하는 지역과 이동 거리, 티켓 가격, 일정 등에 따라 구매 여부가 달라진다. 해외에서 음반을 구매하는 팬이 많더라도 특정 도시의 공연장을 채울 만큼의 관객이 확보돼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음반 판매량이 팬덤의 구매력을 보여준다면 공연 동원력은 그 구매력이 특정 지역에서 얼마나 실제 수요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공연 매출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획사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음반 판매량 자체보다 어느 도시에서 얼마나 많은 관객을 모을 수 있느냐다. 대형 공연장을 확보하는 것만큼 그 규모에 맞는 관객을 꾸준히 동원하는 능력이 중요해진 것이다. 결국 K팝 그룹의 해외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음반을 파느냐뿐 아니라, 그 인기를 얼마나 안정적인 공연 수요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윤예진 텐아시아 기자 cristyyo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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