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거짓말'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 경성을 배경으로 독립군의 밀정이 된 소매치기 이가경(김유정 분)과 조선총독부 통역관 김태웅(박진영 분)의 이야기를 그린 첩보 로맨스다. 독립운동이라는 역사적 소재에 신분을 숨긴 인물들의 첩보전과 로맨스를 결합해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독립운동가들의 투쟁과 희생뿐 아니라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인물들이 시대적 상황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이가경이 생존을 위해 시작한 선택이 독립운동과 연결되고, 인물들의 관계가 변화하는 과정은 극을 이끄는 서사의 동력이다. 역사적 비극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첩보와 로맨스의 재미를 살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미스터 션샤인'은 신미양요 당시 미국으로 건너간 소년 유진 초이(이병헌 분)가 미군 장교가 돼 조선으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고애신(김태리 분), 구동매(유연석 분), 김희성(변요한 분), 쿠도 히나(김민정 분) 등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인물들이 시대적 격변 속에서 각자의 신념과 선택에 따라 움직인다.
이 작품은 독립운동을 역사적 사건으로만 다루지 않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관계와 감정에 집중했다. 조국을 지키려는 의지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마음, 개인의 신념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울림을 안겼다. 항일 서사에 멜로와 휴먼 드라마의 감성을 더해 대중성을 확보한 사례다.
'각시탈'은 주인공의 정체를 둘러싼 긴장감과 일제에 맞서는 통쾌한 활약을 앞세웠다. 가족의 비극을 계기로 변화하는 이강토의 모습에 액션과 복수극의 요소를 더해 극적인 재미를 높였다. 일제강점기라는 무거운 시대적 배경을 다루면서도 영웅의 성장과 활약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세 작품은 항일이라는 공통된 소재를 다루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각시탈'이 액션과 복수를 앞세운 영웅 서사라면, '미스터 션샤인'은 사랑과 신념, 희생을 중심으로 인물들의 관계를 그려냈다. '100일의 거짓말'은 첩보와 로맨스를 결합해 정체를 숨긴 인물들 사이의 긴장감과 감정 변화를 부각하고 있다.
이처럼 항일 서사의 대중성은 역사적 공감대에만 기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독립운동이라는 소재를 기반으로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선택과 갈등은 시청자들을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는 요소다.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용기와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는 의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려는 마음은 시대를 넘어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기도 하다.
인물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독립운동가를 처음부터 확고한 신념을 지닌 영웅으로만 그리기보다, 시대적 현실 속에서 고민하고 변화하는 인물로 표현할 때 이야기는 더욱 입체적으로 확장된다. '각시탈'의 이강토가 개인적인 복수에서 출발해 독립운동에 나서는 인물이라면, '100일의 거짓말'의 이가경은 자신의 삶을 지키려는 선택을 계기로 거대한 역사적 사건에 휘말린다. 두 작품 모두 인물의 변화 과정을 통해 서사에 설득력을 더한다.
여성 인물의 주체적인 활약도 눈여겨볼 만하다. '미스터 션샤인'의 고애신은 양반가 규수이면서 의병으로 활동하고, '100일의 거짓말'의 이가경 역시 독립군의 임무를 수행하며 이야기의 중심에 선다. 두 인물은 독립운동을 배경으로 한 서사에서 여성 캐릭터가 능동적으로 사건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항일 서사가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작품이 담아내는 가치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며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용기와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는 의지, 공동체를 위한 희생과 연대는 시대와 장소를 넘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정서"라고 설명했다.
이어 "작품에서는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배경이 다뤄지지만, 이런 정서들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현재의 삶과 연결해 작품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항일 서사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와 결합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영웅의 통쾌한 활약부터 사랑과 희생, 첩보전 속 인물들의 갈등까지 표현 방식도 다양하다. 시대적 아픔을 다루면서도 인물들의 보편적인 감정과 선택에 집중한다는 점이 항일 서사가 꾸준히 시청자들의 관심을 얻는 이유로 꼽힌다.
정다연 텐아시아 기자 ligh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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