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꿀알바' 스틸컷. /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꿀알바' 스틸컷. / 사진제공=넷플릭스
귀신보다 무서운 건 어쩌면 먹고사는 일이다. 편의점에서는 이유도 모른 채 이상한 규칙을 따라야 하고, 제약회사에서는 갑질을 당하면서도 웃어야 한다. 건설 현장에서는 생계를 위해 목숨까지 걸어야 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꿀알바'는 익숙한 일터를 괴담의 무대로 바꿔 노동 현실의 공포를 끄집어낸다. 황당해서 웃다가도 어느 순간 서늘해진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가 복잡해지면서 초반의 날카로운 재미는 다소 흐려진다.

'꿀알바'는 수상한 고액 아르바이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미스터리 호러물이다. 편의점, 제약회사, 임상시험 현장, 건설 현장 등 평범해 보였던 일터는 업무를 시작하는 순간 기괴한 곳으로 돌변한다. '다음 알바에서는 어떤 기괴한 일이 벌어질까'라는 궁금증을 자극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꿀알바' 스틸컷. /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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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에피소드는 직장인의 현실을 공포 장치로 비튼다. 제약 영업직을 다룬 2회에서는 갑질을 당하면서도 웃어야 하는 직장인을 삐에로에 빗댄다. 임상시험을 소재로 한 5회의 거머리는 사람의 몸과 노동력을 착취하는 상황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데, 그 비주얼이 상당히 충격적이다. 건설 현장을 배경으로 한 6회에서는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고 건물의 일부가 되는 장면은 공포스럽다 못해 씁쓸하다.

직장 내 괴롭힘과 갑질, 성희롱, 산업재해, 비정규직 문제 등 현실적인 소재가 곳곳에 깔려 있지만 무겁게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블랙코미디와 과감한 비주얼을 섞어 장르적 재미도 챙겼다. '꿀알바'의 가장 큰 장점은 '직장 생활 자체가 호러'라는 익숙한 농담을 실제 괴담으로 구현했다는 데 있다.

배우들의 연기도 작품의 독특한 분위기를 안정적으로 받쳐준다. 이재욱은 기괴한 사건의 중심에서도 과장하지 않는 연기로 극을 이끈다. 윤경호, 백현진 등 특별출연 배우들은 짧은 등장만으로 각 에피소드에 강한 인상을 남긴다.

김민하의 활약은 특히 돋보인다. 능청스러운 모습으로 극의 긴장을 풀어내다가도 필요한 순간에는 감정의 온도를 빠르게 바꾼다. 크레딧에는 고민시의 이름이 먼저 올라가지만, 초반부에서는 김민하의 비중과 활용도가 더 높아 자연스럽게 시선을 끈다.

이에 비해 고민시는 상대적으로 아쉬움을 남긴다. 후반부로 갈수록 비중은 커지지만 캐릭터의 개성이 충분히 쌓이지 않아 기억에 남는 장면이 많지 않다. 배우 개인의 연기보다 인물을 활용하는 방식에서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 고민시가 지난해 학교폭력 의혹이 제기된 뒤 선보이는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지만, 정작 작품 안에서의 존재감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당시 고민시와 소속사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꿀알바' 스틸컷. /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꿀알바' 스틸컷. / 사진제공=넷플릭스
후반부로 갈수록 초반의 흡인력은 다소 떨어진다. 매회 새로운 괴담을 꺼내놓는 구성 자체는 흥미롭지만, 여러 사건과 인물의 이야기가 동시에 뻗어나가면서 흐름이 산만해진다. 개별 에피소드의 재미는 살아 있지만 이를 하나의 작품으로 묶어내는 힘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결말 역시 여러 이야기를 남겨둔 채 다음 시즌을 예고하는 듯 마무리된다. 후속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은 생기지만 시즌1 자체를 완주했다는 만족감은 떨어진다.

그럼에도 '꿀알바'는 충분히 개성 있는 장르물이다. 익숙한 노동 공간을 공포의 무대로 바꾸는 아이디어가 신선하고, 현실적인 문제를 괴담으로 풀어내는 방식도 영리하다. 후반부의 욕심만 조금 덜어냈다면 더 날카로운 작품이 됐을 터다. 달콤한 이름과 달리 '꿀알바'가 보여주는 노동의 맛은 꽤 쓰고 서늘하다.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 haesmi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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