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즈는 26일 싱글 'Insomnia'를 발매했다. 내년 봄 발매 예정인 정규 2집 'EMOTIION'의 프롤로그 싱글이다. 김이나가 작사를 맡았으며 조너선 입(Jonathan Yip), 레이 로물루스(Ray Romulus), 제러미 리브스(Jeremy Reeves), 어거스트 리고(August Rigo) 등이 작곡에 참여했다.
라이즈는 데뷔 당시부터 일상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이모셔널 팝'을 자신들의 음악적 색깔로 내세웠다. 'Boom Boom Bass'(붐 붐 베이스)와 'Do Your Dance'(두 유어 댄스)에서는 경쾌한 리듬과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반면 'Insomnia'에서는 악기 소리를 덜어내고 멤버들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멤버들의 화음이다. '내가 밤에 사로잡힐 때'라는 구절에서는 소희와 앤톤에 이어 원빈과 은석, 소희가 차례로 목소리를 겹친다. 특정 멤버의 고음이나 화려한 애드리브를 앞세우기보다 여러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데 집중했다. 소희의 차분한 보컬로 시작해 멤버들의 화음으로 이어지는 구성이 곡의 매력을 살린다.
라이즈가 감성적인 음악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Love 119'(러브 원원나인) 역시 서정적인 멜로디로 사랑받았다. 다만 'Love 119'는 피아노 선율과 반복되는 '1-1-9' 구절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면, 'Insomnia'는 특정 구절을 강조하기보다 곡 전체의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 무게를 뒀다.
후렴에서는 'I stay up all night till I see the morning'이라는 구절이 반복된다. 그러나 곡은 이 부분에서도 분위기를 크게 끌어올리지 않는다. 비트를 강하게 밀어붙이거나 고음을 터뜨리는 대신 멤버들의 목소리를 겹쳐 잔잔한 흐름을 이어간다. 후렴이 시작됐다는 사실을 강하게 알리기보다 앞선 벌스에서 쌓아온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가는 방식이다.
가사는 잠들지 못하는 밤, 자꾸만 떠오르는 상대를 향한 마음을 그린다. '내가 밤에 사로잡힐 때, 내가 내 안에 갇혔을 때, 그럴 때마다 네 생각'이라는 구절처럼 혼자 생각에 잠길수록 그리움은 짙어진다. 감정을 쏟아내기보다는 담담하게 노래하는 방식도 이런 가사와 잘 어울린다.
원빈은 이번 곡을 '묘한 노래'라고 표현하며 "모두가 자기의 감정을 온전히 느껴볼 수 있는 노래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Insomnia'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마냥 따뜻하게 그리지 않는다. 상대를 떠올리는 일이 위로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잠들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뮤직비디오 공개에 앞서 소설가 천선란이 집필하고 일러스트레이터 노마가 그림을 그린 멤버별 사이드 스토리도 공개됐다. 소설에서 은석은 원하는 사람을 특정 시공간에 영원히 가둘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소중한 친구들과 계속 함께하고 싶어 시간이 멈춘 세계를 만들지만, 소중한 기억일수록 잊어야 한다는 앤톤의 소원이 겹치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두 사람의 소원이 충돌한 결과 나머지 네 친구는 서로를 잊은 채 열아홉 살의 시간에 갇힌다.
뮤직비디오에는 이러한 설정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원빈은 성냥에 불을 붙여 오두막을 태우고, 앤톤은 은석에게 손가락으로 총을 겨눈다. 소설 속 은석이 모두가 행복했던 시간에 머물기를 바랐다면, 앤톤은 그 세계를 깨고 진실을 마주하려 한다. 영상 속 대립 역시 과거를 붙잡으려는 마음과 그곳에서 벗어나려는 마음의 충돌로 읽힌다.
물론 이러한 해석이 뮤직비디오의 정해진 결말은 아니다. 영상은 각 인물이 실제로 어떤 선택을 했는지, 마지막에 어디에 남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사이드 스토리를 읽지 않았다면 인물들의 관계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도 아쉽다. 다만 노래에서 담담하게 표현한 그리움을 영상에서는 기억을 지키려는 마음과 잊으려는 마음의 갈등으로 풀어냈다는 점이 흥미롭다.
'Insomnia'는 라이즈가 기존에 보여주지 않았던 음악을 처음 시도한 곡은 아니다. 'Love 119' 등에서 들려준 서정적인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이번에는 퍼포먼스보다 보컬에 더 집중했다. 강렬한 리듬이나 화려한 안무 없이도 여섯 멤버의 목소리로 곡을 이끌어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다만 화음의 조화가 곧 개별 멤버의 매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곡 전체가 차분하게 흘러가는 만큼 한 번에 귀를 사로잡는 순간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Insomnia'가 라이즈의 보컬을 새롭게 들여다보게 했다면, 내년 정규 2집에서는 그 목소리들을 얼마나 더 선명하고 기억에 남게 들려줄지가 관건이다.
윤예진 텐아시아 기자 cristyyo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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