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전개를 두고 시청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역사적 비극을 의학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호평이 나온 반면, 일각에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굳이 다룰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과 함께 제작진에게 특정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급기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닥터X'의 방영 중단과 제작 경위 검증을 요구하는 글까지 올라왔다. 청원인은 일본 원작에 없던 5·18 관련 내용을 추가한 것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은 공개 전 필요한 찬성 요건인 100명을 충족해 국회의 검토 단계에 들어갔다. 다만 이는 청원의 공개 여부를 검토하는 절차일 뿐, 실제 방송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는 아니다.
역사적 소재를 다룬 드라마가 논란에 휩싸인 사례는 이전에도 종종 있었다. 지난 5월 방송된 MBC '21세기 대군부인'은 왕의 즉위식에 사용된 복식과 호칭 등이 역사적 맥락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제작진은 고증 부족을 인정하고 사과한 뒤 일부 장면을 수정했다. 2021년 SBS '조선구마사' 역시 실존 인물에 대한 왜곡된 묘사와 중국식 음식 및 소품 사용 등으로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방송 2회 만에 폐지됐다.
'닥터X'는 병원 내부의 권력과 부조리를 다루는 작품이다. 총상으로 오랜 세월 고통받은 환자의 사연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조명하는 시도도 이러한 작품의 성격과 맞닿아 있다. 물론 해당 설정이 기존 줄거리와 자연스럽게 연결됐는지, 극의 흐름에 필요한 장면이었는지는 별도로 평가할 부분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번 논란이 창작자들에게 미칠 영향이다.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평가를 넘어 특정 역사적 사건을 다뤘다는 이유만으로 제작 의도를 의심받고 방영 중단까지 요구받는다면, 제작진은 역사적·사회적 소재를 작품에 담아내는 데 위축될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반복되면 결국 드라마가 다룰 수 있는 이야기의 폭도 좁아질 우려가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사건을 소재로 선택했느냐보다 이를 작품 안에서 얼마나 설득력 있게 풀어냈느냐다. '닥터X' 역시 5·18을 극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는지, 해당 설정이 작품의 완성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따라 평가받을 수 있다. 이번 논란도 소재 자체에 대한 공방보다 작품의 내용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주원 텐아시아 기자 pjw00@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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