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는 1997년 배우로 데뷔해 약 3년간의 공백기를 제외하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지난 21일 개봉한 '실낙원'과 현재 방영 중인 '100일의 거짓말'에서는 서로 다른 연기 방식으로 오랜 내공을 입증하고 있다.
연상호 감독의 영화 '실낙원'은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 앞에 죽은 줄 알았던 아들이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심리 스릴러다. 김현주는 실종된 아들 류선우(배현성 분)를 기다리며 그가 사라진 장소를 매일 밤 찾아가는 류소영 역을 맡았다. 아들이 돌아온 뒤 겪는 혼란과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극의 긴장감을 이끈다.
사토 신이치의 암살을 시도하는 장면에서 김현주의 절제된 연기가 돋보였다. 동숭주단 2층에서 장총을 겨누고 목표물을 기다리던 유소란은 거사가 함정으로 밝혀지자 동료들의 탈출을 엄호했다. 팔에 총상을 입고도 사격을 이어가는 모습에서는 저격수의 냉철함과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김현주는 흔들림 없는 눈빛과 침착한 움직임으로 긴박한 상황을 표현했다.
유소란은 사토 신이치에게 딸을 잃은 아픔을 지닌 인물이기도 하다. 이가경(김유정 분)을 밀정으로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딸의 사연을 털어놓으면서도 미국행을 약속하는 거짓말을 감행했다. 김현주는 개인적인 상처와 조직의 목표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의 복잡한 내면까지 담아냈다.
두 작품 모두 자식을 잃은 어머니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표현 방식은 다르다. '실낙원'에서는 아들의 귀환으로 혼란에 빠진 어머니의 감정에 집중했다면, '100일의 거짓말'에서는 딸을 잃은 슬픔을 복수의 의지로 바꾼 저격수의 모습을 그려냈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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