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티빙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이하 '로또 1등') 종영을 기념해 이준혁과 만났다. '로또 1등'은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에서 치이며 살아가던 팀장 공은태가 로또 1등에 당첨된 뒤에도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직장 생활을 이어가는 이야기다. 이준혁은 13억원의 당첨금을 손에 쥔 뒤 달라진 마음가짐으로 출근하는 공은태 역을 맡았다.
영화 '범죄도시3'에서 냉혹한 악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준혁은 이번 작품에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변신했다. 그는 "지금까지 맡았던 캐릭터들은 실제 '나'의 모습을 많이 지워야 하는 작업이 많았다"며 "이번에는 현실에 있을 법한 평범한 인물이다 보니 나 자신을 조금 더 활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상대 배우들과 세밀하게 호흡을 주고받는 과정은 작품을 마친 뒤의 만족감으로도 이어졌다. 서현우, 홍진기, 하율리 등과 호흡을 맞춘 이준혁은 "처음부터 우리 드라마의 모든 배우가 주목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인공인 내가 발판이 돼 다른 배우들이 더 많은 관심을 받길 바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훌륭한 배우들이 주목받고 감독님도 첫 드라마를 통해 좋은 결과를 얻게 돼 정말 좋다"고 덧붙였다.
극 중 공은태는 로또 1등 당첨으로 13억원을 얻지만, 실제 이준혁은 큰돈이 생겨도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없다고 했다. 그는 "돈이 엄청나게 많아진다고 해도 뭘 할지 잘 모르겠다. 평소 옷도 잘 안 사고 차도 없다"며 "최근에 돈을 많이 쓴 것도 '안녕 팝콘'을 만들고 노래를 제작한 일 정도"라고 전했다. '안녕 팝콘'은 세상을 떠난 반려견 팝콘을 그리워하며 만든 모바일 게임과 이를 원작으로 한 그림책이다.
콘텐츠를 향한 관심과 새로운 경험에 대한 욕심은 작품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준혁은 "원하는 걸 계속할 수는 없다. 배우는 선택받는 입장이기 때문"이라면서도 "조금이라도 원하는 걸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큰 역할이 아니더라도 도전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려 한다. '좋거나 나쁜 동재'도 당시 내가 맡을 수 있는 순번보다 뒤에 있는 캐릭터였고, '야구소녀' 역시 그랬다"고 짚었다.
이러한 선택에는 경제적인 손해도 뒤따랐다. 이준혁은 "돈을 조금 덜 받고 가려고 하면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그런 식으로 유연하게 가려고 했고, 그래서 손해 본 것도 많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게 나만의 방법이다. 도전하려면 어느 정도는 어쩔 수 없다"며 "운 좋게 잘되는 작품이 나오면 먹고사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도 새로운 작품에 도전하는 이유는 연기를 향한 애정 때문이다. 이준혁은 "이미 많은 것을 이룬 사람들도 계속해서 새로운 작품에 도전하지 않나.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생각해 보면 결국 그 일을 향한 애정 때문인 것 같다"며 "그런 사람들을 보면 나 역시 영향을 받고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말했다.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새로운 역할을 선택해 온 이준혁에게 연기는 여전히 도전할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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