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에 출연한 배우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 사진제공=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 '암살자(들)'에 출연한 배우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 사진제공=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 '암살자(들)'(감독 허진호)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영화계를 넘어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연휴 사이 여야 정치인들이 잇따라 작품에 대한 입장을 내놓은 데 이어 주연 배우 유해진의 자택 앞에서 집회까지 열리면서, 한 편의 영화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적 쟁점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사건의 배후를 둘러싼 의문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개봉 이후 역사적 사건을 다룬 방식을 두고 일각에서 왜곡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제작진은 여러 기록과 자료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만든 극영화라는 입장을 밝혔다.

논란에는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가세했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편지를 공개하며 제작진의 공개 사과와 영화 상영 중단을 요구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5일 육영수 여사 생가를 찾아 "예술적 상상력은 분명한 역사적 사실 앞에선 멈춰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암살자(들)'이 싱가포르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과 관련해서도 상영 철회를 요청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인사들은 영화에 대한 다른 시각을 내놨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영화를 관람한 뒤 "아주 완성도가 높은 영화"라고 평가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도 5일 영화를 관람한 뒤 SNS에 "누군가는 지치지 말고 묻고 또 묻고 기록하고 기억해야 한다"는 소감을 남겼다. 추 지사는 이를 최근 자신이 제기해온 검찰 문제와 연결해 언급하기도 했다.
영화 '암살자(들)'의 허진호 감독. / 사진제공=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 '암살자(들)'의 허진호 감독. / 사진제공=하이브미디어코프
논쟁은 출연 배우 개인에게까지 번졌다. 지난 4일 보수 성향 시민단체는 서울 성북구 유해진의 자택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영화 상영 중단과 제작진·배우의 사과 등을 요구했다. 경찰 비공식 추산 약 50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유해진 소속사 VAST엔터테인먼트는 온라인상에서 배우를 향한 비방과 허위사실이 확산되고 있다며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영화인연대, 한국영화감독조합 등은 작품에 대한 비평과 문제 제기는 가능하지만 개인의 사생활, 생업 영역으로 확대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냈다.

당초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쟁은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상상력의 경계를 두고 시작됐다. 그러나 정치권 인사들의 발언과 상영 중단 요구, 해외 영화제 상영 문제, 출연 배우를 향한 집회까지 이어지면서 이제는 작품 자체를 넘어선 정치·사회적 쟁점으로 확산하고 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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