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청담동 나무엑터스 사옥에서 '포핸즈' 종영을 기념해 장규리와 만났다. '포핸즈'는 음악 천재들이 모인 예술고등학교에서 만난 청춘들의 우정과 사랑, 경쟁과 성장을 그린 작품이다. 장규리는 절대음감을 지닌 비올리스트 홍재인 역을 맡아 강비오(송강 분)와 최정요(이준영 분)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촬영이 끝났을 때는 '이것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있을까' 싶어서 시원한 마음도 있었어요. 그런데 모니터링하니까 부족한 면도 많이 보이더라고요. 이 경험을 토대로 더 잘하는 배우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장규리가 가장 아쉬워한 대목은 극 중 재인이의 서사를 연기로 충분히 채워내지 못한 점이었다. 그는 "재인이의 서사가 신으로 충분히 나오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내가 조금 더 연구해서 그 서사를 연기로 채워 넣었어야 했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감정이 뚝뚝 끊어져 보이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며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장규리는 화면에 나오지 않은 재인의 시간까지 상상하며 인물을 구축했다. 극 중 재인은 비올라를 그만두는데, 장규리는 그 이유가 비오 때문이라고 여기진 않았다. 그는 캐릭터에 관해 "귀가 뛰어난 친구라서 자기 연주 실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걸 스스로 빨리 알아챘을 것 같다"며 "비올라를 하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내 실력이 그렇게 뛰어나지는 않구나'라는 걸 인정하고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있었을 거라고 상상했다"고 이야기했다.
장규리는 "분량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거나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안 했다면 거짓말"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이어 "재인이는 비오와 정요를 연결하고 두 사람의 재회를 돕는 인물이지만, 재인이만 놓고 봐도 자신만의 서사가 있다"며 "극에서 모두 보여지지 않더라도 그 서사를 충분히 이해하고 연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항상 밝고 긍정적인 재인의 성격에도 장규리만의 해석을 더 했다. 그는 "마냥 밝고 긍정적인 인물이 정말 그렇게 태어나서 그런 걸까 생각했다"며 "재인이는 더 어른스럽기 때문에 빨리 깨닫는 것도 많았을 것 같다. 그래서 그렇게 살아갈 수도 있겠다고 봤다. 더 빨리 통달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가장 공감한 장면으로는 재인이 정요에게 화를 내며 비오를 지키는 순간을 꼽았다. 그는 "처음으로 재인이가 크게 화를 내는 장면이다. '이제 이 상황을 두고 볼 수 없다'는 마음인데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것 같았다"며 "계속 성격이 좋은 것처럼 나오던 재인이가 처음 화내는 장면이라 그 마음이 더 잘 나타난 것 같다"고 회상했다.
"성향상 열등감이나 경쟁심이 정말 없는 것 같아요. '내가 더 돋보여야겠다'는 마음이 너무 없는 건 아닌가 고민한 적도 있어요. 이 일을 하려면 그런 게 어느 정도 필요하지 않나 싶었죠."
"20대 때는 '나 뭐 해야 하지?', '뭘 이뤄야 하지?' 그런 고민을 많이 했어요. 30대가 되니까 그런 것에서 벗어난 것 같아요. 어떤 목표를 이루고 싶다기보다는 마음이 조금 더 여유로워진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장르와 역할에 제한을 두지 않고 싶다고 했다. 장규리는 "장르는 다 해보고 싶고 역할도 다양하게 맡고 싶다. 스스로 한계를 두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교복을 입었는데 괜찮다고 해주셔서 조금 더 버티면서 한 번 정도 더 입어봐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다양하게 많이 도전해보고 싶다"며 미소 지었다.
'포핸즈'는 장규리에게 한 인물의 긴 시간을 표현하는 경험을 안겼다. 그는 "다른 작품과 가장 달랐던 건 한 인물의 한 시기가 아니라 오랜 시간을 표현해야 했다는 점"이라며 "그 부분에서 많이 배웠던 작품"이라고 의미를 되새겼다.
장규리는 어느덧 활동 10년 차를 향해 가고 있다. 그는 "아직 번아웃을 느낄 때는 아닌 것 같다. 이제 신발 끈을 묶고 막 가려고 하는 단계인 것 같다"며 여전히 출발선에 있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배우로서 거창한 목표를 세워두지도 않았다. 올해 초 적어둔 목표를 묻자 "하루에 물 2리터 마시기 같은 것밖에 없었다"며 웃었다.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서는 "뭘 이루고 싶다기보다는 계속 연기를 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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