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의 증조부 친일 행적 논란이 거세지면서 그 여파가 본인을 넘어 동료 배우와 제작진, 이미 촬영 중인 차기작에까지 번지고 있다./ 사진=텐아시아 DB
하영의 증조부 친일 행적 논란이 거세지면서 그 여파가 본인을 넘어 동료 배우와 제작진, 이미 촬영 중인 차기작에까지 번지고 있다./ 사진=텐아시아 DB

배우를 둘러싼 논란이 작품의 공개와 홍보 일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최근 배우 하영을 둘러싼 증조부 친일 행적 논란의 여파가 광고와 방송 콘텐츠에 이어 차기작으로까지 확산하면서, 논란과 무관한 동료 배우와 제작진까지 영향을 받는 이른바 '배우 리스크'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정해인→이제훈은 무슨 죄…하영 증조부 논란, 동료·작품까지 '불똥' 어쩌나 [TEN스타필드]
논란은 하영이 과거 방송에서 의사였던 증조부를 언급한 내용이 재조명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온라인상에서 그의 증조부가 일제강점기 친일 행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기록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하영 측은 처음에는 관련 의혹에 선을 그었지만 추가 확인을 거쳐 일부 기록을 인정하고 입장을 밝혔다.

파장은 작품과 배우의 홍보 활동에까지 미쳤다. 넷플릭스 '이런 엿같은 사랑'의 홍보 일정에 차질이 생겼고 하영뿐 아니라 함께 주연을 맡은 정해인의 인터뷰도 취소됐다. 하영이 출연한 일부 광고와 방송 콘텐츠 역시 비공개로 전환됐다.
하영의 증조부 친일 행적 논란이 거세지면서 그 여파가 본인을 넘어 동료 배우와 제작진, 이미 촬영 중인 차기작에까지 번지고 있다./ 사진=텐아시아 DB
하영의 증조부 친일 행적 논란이 거세지면서 그 여파가 본인을 넘어 동료 배우와 제작진, 이미 촬영 중인 차기작에까지 번지고 있다./ 사진=텐아시아 DB
더 난감한 것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작품이다. 하영과 이제훈이 주연을 맡은 SBS '승산 있습니다'는 이미 상당 부분 촬영을 마친 상태다. 배우를 교체해 다시 촬영하기에는 부담이 크고,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존 계획대로 홍보를 진행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논란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제훈과 제작진도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배우 한 명을 둘러싼 논란이 작품 전체에 영향을 미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배우 김수현을 둘러싼 논란 이후 디즈니+ '넉오프'는 공개가 보류된 뒤 1년 넘게 새 일정을 잡히지 않은 상태다. 당시 논란이 거셌던 만큼 공개를 미룬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최근 김수현을 둘러싼 일부 쟁점을 둘러싼 상황이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작품 공개 여부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황 변화에 맞춰 디즈니+ 역시 공개 일정을 조속히 결정해 작품 정상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배우 조진웅 역시 과거사를 둘러싼 논란 이후 이미 촬영을 마친 '두 번째 시그널'이 영향을 받으며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이처럼 배우 개인에게서 시작된 문제가 막대한 제작비와 수많은 인력이 투입된 작품의 공개 여부까지 좌우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제작 단계에서 '배우 리스크'를 어디까지 고려해야 하는지도 과제가 됐다.

배우가 작품의 얼굴인 만큼 제작사와 플랫폼 역시 출연 배우를 둘러싼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다. 특히 대형 작품일수록 스타 배우의 인지도와 화제성이 투자와 마케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타 캐스팅이 가져오는 효과가 큰 만큼 이에 따른 위험 역시 제작 과정에서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문제는 그 위험을 어디까지 예측 가능한 영역으로 볼 것이냐다. 하영의 사례는 기존 배우 리스크와도 결이 다르다. 배우 본인의 범죄나 사생활이 아니라 증조부의 행적에서 논란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하영이 과거 방송에서 증조부를 직접 언급한 만큼 자신이 알린 내용과 이후 대응에 대해서는 설명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증조부의 행적 자체를 하영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제작사의 사전 검증 문제도 간단하지 않다. 그동안 배우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학교폭력과 범죄 전력, 과거 발언이나 사생활 등에 대한 검증 필요성이 제기됐다. 여기에 수십 년 전 가족의 행적까지 작품 리스크로 고려해야 한다면 캐스팅 단계에서 모든 변수를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럼에도 논란이 발생했을 때 방송가가 택하는 대응은 대체로 비슷하다. 관련 콘텐츠를 비공개로 전환하거나 광고 노출을 중단하고 예정된 홍보 일정을 취소한다. 당장의 논란과 거리를 두기 위한 가장 빠른 선택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동료 배우와 제작진, 스태프 등 논란과 직접 관계가 없는 이들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영의 증조부 친일 행적 논란이 거세지면서 그 여파가 본인을 넘어 동료 배우와 제작진, 이미 촬영 중인 차기작에까지 번지고 있다./ 사진=텐아시아 DB
하영의 증조부 친일 행적 논란이 거세지면서 그 여파가 본인을 넘어 동료 배우와 제작진, 이미 촬영 중인 차기작에까지 번지고 있다./ 사진=텐아시아 DB
드라마와 영화는 배우 한 사람의 결과물이 아니다. 감독과 작가, 동료 배우를 비롯해 수많은 스태프가 함께 만든 공동의 결과물이다. 출연 배우에게 책임질 일이 있다면 그에 맞는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그 책임의 성격과 범위를 따지지 않은 채 작품 전체에 동일한 수준의 책임을 지우는 것이 적절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특히 배우 본인이 아닌 가족의 과거에서 시작된 논란까지 작품 전체의 위험으로 번지는 상황은 '배우 리스크'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라는 질문을 던진다.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작품의 노출부터 줄이는 단편적인 대응에서 벗어나 배우 본인의 위법 행위나 사생활 문제, 과거 발언, 가족사 등 논란의 성격과 책임 정도에 따라 대응 수위를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사자의 책임과 수많은 이들이 함께 만든 작품의 가치를 어디까지 분리할 것인지 방송가가 보다 세분화된 기준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 haesmik@tenasia.co.kr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