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규가 자신의 확고한 연기 소신을 밝혔다. / 사진제공=넷플릭스
진선규가 자신의 확고한 연기 소신을 밝혔다. / 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진선규는 서두르지 않는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젓기보다 지도를 먼저 살피고, 혼자 앞서가기보다 동료 배우들과 함께 탈 배를 넓히는 쪽을 택한다. 23년째 무대와 매체를 오가며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그는 지금도 후배들에게 배우고 연극 무대에서 성장한다고 말했다.

"연기도 어떻게 보면 유행과 흐름이 있어요. 제 패턴만 유지하기보다는 여러 세대가 하는 연기를 해내고 싶어요. 공연할 때도 후배들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거든요. 혼자 잘한다고 작품이 잘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런 진선규가 영화 '남편들'(감독 박규태)로 다시 한번 코미디 장르에 도전했다. '남편들'은 범죄 조직에 납치당한 아내를 구출하기 위해 전남편과 현 남편이 공조하는 내용을 담은 코미디 액션 영화다. 진선규는 마약반 형사이자 시내(강한나 분)의 전남편 충식 역을 맡았다.

진선규는 7년 전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으로 역대급 흥행 기록을 세운 만큼 이번 작품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과거의 흥행은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마냥 호재는 아니었다. 비교와 기대의 시선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진선규는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면서도 부담을 내려놓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남편들'만의 스타일과 이야기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해요. 관객들은 '극한직업'보다 재미있을 거라 기대할 수 있지만, 저는 작품에 맞는 연기와 캐릭터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어요. 부담을 떨쳐내려고 노력했죠."
진선규가 공명과 7년 만에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다. / 사진제공=넷플릭스
진선규가 공명과 7년 만에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다. / 사진제공=넷플릭스
하지만 진선규의 이런 노력에도 작품의 연출이나 개연성 측면에서 완성도를 두고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아쉽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인터뷰 현장에서도 '남편들' 그 자체보다는 '극한직업', 그리고 '극한직업'과 '남편들'을 함께한 공명과의 일화에 이야기가 더 집중됐다. 공명과 7년 만에 다시 만난 진선규는 그와 함께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가 컸다고 털어놨다. 그는 "'극한직업' 출연했던 배우들이 나온다면 더 같이하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공명과 이번 작품을 하면서 7년 전보다 훨씬 가까워졌어요. 손에 꼽을 정도로 친한 배우가 됐죠. 현장에서 연기 합을 맞출 때 아이디어가 생기면 바로 공유하고 연기에 적용하는 과정도 빨랐어요. 편했죠. 하하"

영화와 드라마에서 굵직한 역할을 맡으며 존재감을 키워온 진선규는 연기 인생의 출발점이었던 연극 무대도 꾸준히 지키고 있다. 그는 연극에 대해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정리했다. 그의 말에서 단호함이 묻어났다.

"연극은 준비하는 시간이 길잖아요. 그 과정에서 서로의 연기에 관해 이야기할 기회도 많죠. 반면 매체 연기는 피드백을 주고받기보다 각자 맡은 배역을 스스로 고민하고 보여줘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공연하면서 연기력이 쌓인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래서 무대를 버릴 수 없죠. 버리고 싶지도 않고요."
진선규가 함께 연기하고 싶은 배우로 이도현, 박지훈을 꼽았다. / 사진제공=넷플릭스
진선규가 함께 연기하고 싶은 배우로 이도현, 박지훈을 꼽았다. / 사진제공=넷플릭스
어느덧 데뷔 22주년을 맞은 진선규는 선배들의 연기를 보며 배웠던 시간을 돌아보며, 이제는 후배들과의 작업을 통해 새로운 자극을 얻고 싶다고 말했다. 함께 연기해 보고 싶은 배우로는 이도현과 박지훈을 꼽았다. 공교롭게도 박지훈이 단종 역을 맡았던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는 진선규 출연작 '극한직업'의 역대 박스오피스 2위 자리를 가져갔다. 그럼에도 진선규는 "박지훈의 강렬한 눈빛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고 고백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지고 넓어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여태까지는 또래의 좋은 배우들을 많이 만나왔다면, 앞으로는 젊은 배우들하고도 작업하고 싶어요. 또 젊은 감독님들의 생각도 궁금하고요. 그렇게 언젠가 준비되면 노를 한번 힘차게 저어보고 싶네요."

박의진 텐아시아 기자 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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