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중림동 텐아시아 사옥에서 채서안을 만났다. '폭싹 속았수다', '21세기 대군부인', 그리고 '멋진 신세계'까지 연달아 흥행에 성공하며 차세대 기대주로 떠오른 채서안. 그러나 정작 본인은 기대주라는 수식어를 낯설어했다. 그는 "연속으로 대작에 출연하고 있다는 말을 자주 듣고 있지만 실감은 안 난다"며 얼떨떨해했다. 이어 "흥행보다는 제게 주어진 몫을 해내는 데 더 신경 썼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작품들이 모두 사랑받아 이렇게 인터뷰도 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라며 미소 지었다.
인터뷰 현장이 아직 익숙치 않다는 채서안은 수줍은 모습을 보이다가도, 연기 이야기가 나오면 금세 눈을 반짝였다. 이렇듯 연기에 진심인 채서안이지만 처음부터 배우를 꿈꿨던 건 아니었다고. 원래 대학교에서 광고홍보학과를 전공했다는 그는 "우연히 학교에서 연극 연습 중인 학우들을 봤다. 그 모습을 보고 저도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때가 22살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지만 열심히 입시 준비를 해서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며 "그렇게 배우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고 부연했다.
호기롭게 시작한 배우 생활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채서안은 앞서 '폭싹 속았수다' 공개 이후 진행된 여러 인터뷰에서 작품 공개 직전까지 CCTV 업체와 공장 등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에는 하루하루를 버티는 게 버겁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다. 그래서 몸 쓰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며 "최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이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자신의 캐릭터 모태희에 대한 애정을 듬뿍 내비쳤다. 그는 "제가 지금까지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캐릭터라고 느꼈다"며 "모태희를 통해 저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캐릭터 구현을 위해 기울인 노력도 털어놨다. 그는 "재벌이라는 설정이 있었기에 백화점을 자주 돌아다녔다"며 "겉으로는 온화하지만 속은 야망이 가득한 모태희를 표현하기 위해 걸음걸이와 표정, 목소리 톤까지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
채서안은 임지연, 허남준과 삼각관계를 형성하며 중후반부 서사의 한 축을 담당했다. 다만 임지연과 대립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적지 않은 부담감을 느꼈다고. 그는 "선배님은 워낙 강렬한 캐릭터를 많이 소화하신 분이라 맞붙는 신을 찍을 때 긴장하곤 했다"며 "세게 밀어붙이기보다는 오히려 힘을 빼서 모태희만의 서늘함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회상했다.
허남준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채서안은 "허남준 선배는 집중력이 정말 좋은 배우"라며 "사소한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고 받아주는 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모태희는 차세계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경우가 많았다. 호흡을 맞추기 쉽지 않은 역할이었음에도 모든 대사를 자연스럽게 받아주셨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채서안은 대중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을까. 그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댓글이 있다. '저 배우가 학씨 부인이었어?'라는 반응이다"며 웃었다. 이어 "작품마다 저를 못 알아보셨으면 한다. 그만큼 늘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주원 텐아시아 기자 pjw00@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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