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SBS '오늘도 매진했습니다'가 2.7%의 시청률로 종영했다. '오늘도 매진했습니다'는 방영 내내 2~3%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극 중 안효섭은 반전 매력을 지닌 주인공 매튜 리(본명 이해석) 역을 맡아 열연했다.
안효섭은 완벽주의 농부이자 과거의 아픔을 품은 천재 연구원 매튜 리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과거 '굿모닝크림 부작용 사건'으로 깊은 트라우마와 자책감에 갇혀있던 인물이 아픔을 극복해 내는 과정을 밀도있게 풀어내며 극의 중심을 잡았다.
담예진(채원빈 분)과의 로맨스 서사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과감한 직진 면모부터 다정한 모습까지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설렘을 안겼다. 드라마가 종영한 가운데, 안효섭은 소속사를 통해 캐릭터에 대한 준비 과정과 비하인드 스토리 등이 담긴 종영 소감을 전했다.
"매튜는 저에게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굉장히 유능하고 단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작품을 하면서 오히려 그 안에 있는 외로움이 더 많이 보였던 것 같아요. 누구보다 많은 책임을 짊어지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은 잘 돌보지 못하는 사람이었거든요. 결국은 '사람을 다시 믿는 법'을 배워가는 이야기라고 느꼈습니다.
촬영하는 동안 매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저 역시 제 삶을 돌아보게 되는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사람은 결국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인데, 매튜는 누군가를 믿는 방법을 잊고 살았던 사람이었고, 그 사람이 다시 관계 안으로 들어오는 과정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촬영하면서 사람의 온기라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Q2. 작품의 타이틀인 <오늘도 매진했습니다>가 주는 활기찬 어감과 달리, 안효섭이 그려낸 '매튜 리'는 그 이면에 복잡한 책임감과 고독을 품은 인물로 다가온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매튜 리라는 인물의 어떤 결핍이나 매력에 가장 먼저 마음이 움직였나.
"저는 오히려 매튜의 빈 부분이 먼저 보였어요. 굉장히 유능하고 단단해 보이는데, 정작 자기 자신은 잘 돌보지 못하는 사람이더라고요. 누군가에게 기대는 법도 서툴고, 상처를 드러내는 것도 익숙하지 않은 인물이라 더 인간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예진을 만나면서 조금씩 무너지고, 또 변화해가는 과정이 참 따뜻하게 다가왔어요. 사람은 결국 완벽해서 사랑받는 게 아니라, 부족한 부분까지 이해받을 때 비로소 숨을 쉬게 되는구나 하는 감정을 많이 느꼈던 것 같습니다."
Q3. 전작들에서 보여준 세련되고 스마트한 이미지와는 또 다른 결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치열한 현장을 이끄는 매튜 리의 프로페셔널함과 인간적인 고뇌 사이의 균형을 잡기 위해, 비주얼이나 스타일링을 포함해 특별히 신경 쓴 연기적 디테일이 있다면?
"매튜는 농부, 연구원, 회사원을 동시에 해내는 인물이라서, 꾸민 멋보다는 삶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일할 때는 굉장히 빠르고 단호하지만, 혼자 있는 순간에는 피로감이나 공허함이 살짝 보이길 바랐습니다. 늘 책임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사람 특유의 무게감 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느껴졌으면 했고요.
사실 사람은 가장 강해 보일 때 가장 외로운 순간도 많잖아요. 그 감정이 매튜 안에 조용히 흐르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4. 농부이자 연구원, 그리고 대표라는 세 가지 직업을 관통하는 매튜 리만의 핵심 아이덴티티(정체성)를 무엇이라고 해석했고, 이 유기적인 삶의 형태를 하나의 호흡으로 연결하기 위해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나.
"저는 매튜를 결국 '살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작물을 키우고, 연구를 하고, 회사를 운영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사람들의 삶을 더 건강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 마음은 같다고 느꼈거든요.
그래서 직업 자체를 각각 다르게 보여주기보다는, 매튜 안에 있는 진심과 책임감을 중심으로 연결하려고 했습니다. 무언가를 키우고 지켜내려는 사람의 마음은 결국 다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게 꼭 작물이나 회사만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5. 매튜 리가 가진 가장 큰 무기는 시청자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단짠 매력'이었다. 일할 때는 가차 없이 냉정하다가도, 어느 순간 툭 튀어나오는 인간미와 능청스러움이 매력적이었는데, 안효섭의 재발견이라는 반응도 컸다. 이 극과 극의 온도 차를 위트 있게 조율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쓴 연기적 타이밍이나 디테일이 있다면?
"너무 계산적으로 보이면 오히려 매력이 사라질 것 같았어요. 그래서 능청스러운 순간들도 '웃겨야지' 하기보다는, 매튜가 진짜 편해졌을 때 무심코 나오는 모습처럼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특히 예진 앞에서는 본인도 모르게 조금씩 어린아이 같은 면이 튀어나오길 바랐고요. 늘 모든 걸 혼자 책임지던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는 누군가 앞에서 힘을 빼기 시작하는 거잖아요. 저는 그 변화가 되게 사랑스럽다고 느꼈어요. 그 자연스러운 틈들이 시청자분들께도 귀엽고 따뜻하게 다가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웃음)"
Q6. 담예진 역의 채원빈 배우와의 로맨스 서사가 화제였다. 티격태격하던 관계에서 서서히 스며드는 설렘을 유발하며 큰 호응을 얻었는데, 두 사람만의 특별한 텐션을 만들기 위해 현장에서 채원빈 배우와 어떤 아이디어를 나누고 호흡을 맞춰갔는지 궁금하다.
"채원빈 배우와는 억지로 설레게 만들려고 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오히려 서로를 조금씩 신경 쓰게 되는 과정 자체가 자연스럽게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대사 사이의 호흡이나 시선 처리 같은 디테일들을 많이 이야기했고,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나온 아이디어들도 많았습니다. 특히 말보다 침묵이 더 설레는 순간들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감정은 사실 거창한 이벤트보다 아주 사소한 순간들에서 시작되잖아요. 그 현실적인 떨림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함께 호흡을 맞췄습니다."
Q7. 예진의 불면증과 몽유병 증세를 알게 된 후, 거실의 위험 요소를 체크하고 모서리 보호대를 붙이거나, 새벽에 몽유병 상태로 헤매는 예진을 말없이 안아 달래주는 등 섬세한 배려 연기가 돋보였다. 캐릭터의 진심이 가장 잘 묻어났다고 생각하는 본인만의 '최애 명장면' 혹은 '명대사'는 무엇인가?
"저는 오히려 큰 이벤트 장면보다 조용한 순간들이 기억에 남아요. 예진이 잠들지 못하는 밤에 아무 말 없이 이야기를 들어주고, 옆에 있어 주는 장면들이요. 매튜는 말로 표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행동으로는 진심이 계속 보이는 인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그런 작은 배려들이 쌓이면서 두 사람의 관계도 더 깊어졌다고 느꼈습니다. 사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아낀다는 건, 거창한 말보다 '오늘도 무사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저는 그 감정이 매튜 안에 가장 잘 담겨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8. '고즈넉 바이오', '덕풍마을'의 정말 많은 배우들과의 팽팽한 티키타카와 케미스트리도 극의 재미를 견인했다. 현장에서 동료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느낀 에너지는 어떠했나. 매튜 리만의 텐션을 유지하기 위해 현장에서 어떤 교감을 나누었는지 궁금하다.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습니다. 배우분들마다 캐릭터 색이 워낙 뚜렷해서 리허설만 해도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계속 나왔거든요. 특히 덕풍마을 장면들은 실제로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느껴질 정도로 호흡이 자연스러웠어요.
카메라가 돌지 않는 순간에도 다들 서로 장난치고 챙겨주고 웃으면서 지냈는데, 그 따뜻한 공기가 화면에도 자연스럽게 담긴 것 같습니다. 저도 그 안에서 매튜가 너무 혼자 떠 있지 않도록, 사람들과 부딪히고 스며드는 느낌에 많이 신경 썼습니다."
Q9.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 안효섭의 새로운 얼굴을 보았다는 호평이 지배적이다. 대중이 기대하는 '안효섭다움'을 충족시키면서도,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한 단계 더 확장해야 한다는 압박감이나 고민은 없었는지, 이를 어떻게 돌파했는지 듣고 싶다.
"당연히 고민은 늘 있는 것 같아요. 배우라는 직업은 익숙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계속 새로운 얼굴을 발견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어떻게 다르게 보일까'보다 '얼마나 진짜처럼 느껴질까'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매튜 역시 멋있게 보이는 것보다 살아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접근했습니다.
오히려 저도 점점 완벽하지 않은 인물들에게 더 끌리는 것 같아요. 흔들리고 부족하지만 끝내 다시 살아가려는 사람들, 그런 인물들이 결국 가장 인간적이고 오래 마음에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Q10. 로맨스, 판타지, 의학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늘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데, 현재 배우 안효섭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과, 향후 새롭게 탐나는 장르나 캐릭터가 있다면 무엇인가.
"아직도 저는 제가 어떤 배우가 될 수 있는지 궁금한 것 같아요. 그 호기심이 가장 큰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익숙한 선택만 하면 편할 수는 있겠지만, 배우로서는 조금씩 굳어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늘 조금은 낯선 길을 선택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는 인간의 내면이 더 깊게 드러나는 작품이나 선과 악이 단순하지 않은 캐릭터들도 꼭 해보고 싶습니다.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를 더 깊이 탐구할 수 있는 작품들을 만나보고 싶어요."
Q11. <오늘도 매진했습니다>를 치열하게 마친 지금, 매튜 리라는 인물은 배우 안효섭의 연기 인생 그래프에 어떤 유의미한 궤적을 남겼다고 생각하나.
"매튜는 저한테 힘을 빼는 법을 알려준 인물 같아요. 예전에는 뭔가를 더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오히려 덜어내는 용기를 많이 배웠습니다. 침묵이나 작은 눈빛 하나도 감정이 될 수 있다는 걸 다시 느꼈고요. 참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거대한 감정보다도 아주 작은 진심일 수 있다는 걸 매튜를 통해 다시 배운 것 같아요."
Q12. 매튜와 예진은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주며 결국 인생의 모든 슬픔을 매진(賣盡)시켰다. 마지막으로 밤잠 못 이루는 현대인들, 그리고 <오늘도 매진했습니다>를 함께 본방사수하며 울고 웃었던 시청자들에게 매튜 리로서, 그리고 배우 안효섭으로서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면?
"살다 보면 누구나 자기만의 불면의 밤이 있는 것 같아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각자의 방식으로 버티고 견디면서 살아가잖아요. <오늘도 매진했습니다>가 그런 밤들 속에서 잠시라도 따뜻한 불빛처럼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잘 버텼다고 스스로를 안아줄 수 있는 작은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끝까지 매튜와 예진의 시간을 함께 걸어주신 시청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덕분에 이 작품이 더 오래 살아 숨 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 역시 이 작품을 통해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누군가의 힘든 밤에 문득 이 드라마가 떠오른다면, 그것만으로도 배우로서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세윤 텐아시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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