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와일드 씽'에 출연한 배우 엄태구를 만났다. '와일드 씽'은 한때 잘나갔던 3인조 혼성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찾아온 재기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다. 엄태구는 트라이앵글은 메인래퍼지만 실력도 인기도 애매한 3인자인 상구를 연기했다. 그는 래퍼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5개월간 랩과 춤을 익혔다. JYP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이 된 듯 JYP에 가서 랩을 배우기도 했다.
"랩 선생님이 잘 가르쳐 주셨는데, 처음에는 랩할 때 고개를 못 들었어요. 선생님 제스처를 흉내 내다 보니 저도 모르게 평소 대화할 때도 그 제스처가 나와서 서로 웃었던 기억이 있어요. 신기했던 건 부스에서 선생님과 랩할 때는 신나게 하는데, 그 문을 나오면 모든 게 다 어색해지는 걸 항상 경험하기도 했죠. 선생님이 영상을 찍어줬는데, 회사에도 안 보여줬어요. 하하."
극 중 트라이앵글의 리더 현우 역은 강동원이 맡았다. 엄태구는 나이도 자신보다 2살 많고, 데뷔도 4년 빠른 '베테랑' 강동원에게서 '신인'의 열정적 자세를 느꼈다.
"강동원 선배님은 대단했어요. 연습실에 가면 선배님이 계속 넘어지는 걸 옆에서 봤죠. 온몸이 땀이었어요. 처음 영화를 찍는 신인 배우가 첫 캐릭터, 작품을 맡아서 열정으로 열심히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큰 자극이 됐죠. 그래서 저도 JYP에 가서 랩을 더 열심히 하게 됐어요."
작품 선택을 많이 망설였지만 시작 후엔 전력질주했다는 엄태구. 그는 "텐션 올리는 것도 힘들었고, 코미디 장르로 누군가를 웃긴다는 게 '정말 대단한 일이구나, 너무 어려운 일이구나' 싶었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도전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일까. 새로움이었다.
"춤도 랩도 모든 게 새롭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많이 고민하다가 도전하기로 했죠."
"제가 '그 다음 작품에 어떤 장르나 무엇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좋은 대본 있으면 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려왔어요. 그런데 이번 작품을 하고 영화도 보면서 꼭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생겼어요. 장르는 코미디는 아니고 진지한 건데…. 비웃으실 거 같아요. 로커…. 하하. 말하다 보니 더 하고 싶네요.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잡고 록을 하는 이미지를 생각해 봤어요."
자신의 실제 성격과 다른 캐릭터들을 제 것처럼 소화해온 엄태구. 그의 새로운 챕터도 기대되는 발언이었다. 이렇게 자신과 다른 캐릭터들을 만나 연기하면서 느끼는 재미는 무엇일까.
"확실히 재미가 있어요. 과정은 힘들었을지라도 저와 다른 캐릭터들을 어색하지 않게 소화해내고 소개했을 때, 재미가 있어요. 가족들을 초대해서 보는 재미, 관객들과 같이 보는 재미, 같이 고생한 스태프들과 상영관에 모여 같이 보는 재미…. 힘든 게 많지만 재밌는 게 더 많은 직업이에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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