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군부인'의 공식 포스터. / 사진=MBC '21세기 대군부인'
'21세기 대군부인'의 공식 포스터. / 사진=MBC '21세기 대군부인'
'21세기 대군부인'의 역사 왜곡 논란이 국회 국민동의청원으로까지 번지며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청원이 공개 4일 만에 동의 기준을 충족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회부 절차를 밟게 되면서 작품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지난 16일 종영한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관련 청원은 26일 오후 4시 기준 5만 2926명의 동의를 얻어 청원 성립 요건을 충족했다. 지난 22일 청원이 정식 게재된 지 나흘 만이다.

청원이 공개 30일 이내에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이하 상임위)에 회부돼 공식 심사 절차를 밟게 된다. 상임위는 국회 안에서 분야별로 전문 심사를 맡는 조직이다. 상임위로 넘어가면 '21세기 대군부인'의 왜곡 논란은 국회의 검토 대상에 오르게 된다. 단순 여론 차원을 넘어 제작 과정 및 심의 체계 전반에 대한 검열이 이뤄질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이번 '21세기 대군부인' 논란은 방송·문화 콘텐츠 이슈로 분류되는 만큼 관련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이 논의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상임위원회는 관계 기관과 제작사 측 등을 상대로 제작 경위와 심의·검수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공식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상임위 회부 시 국회는 ▲왜 이러한 연출이 사용됐는가 ▲사전 고증 검토 과정은 적절했는가 ▲방송 심의 및 제작 검증 체계에 문제는 없었는가 등을 중심으로 자료 검토를 진행하게 된다. 필요할 경우, 제작사·방송사 측의 설명 요구와 현안 질의 그리고 전문가 의견 청취 등이 이뤄질 수도 있다.
사진=국민청원 게시판
사진=국민청원 게시판
역사 왜곡 논란은 지난 11일 방송된 15화 이안대군(변우석 분) 즉위식 장면에서 시작됐다. 왕실 차남 이안대군(변우석 분)이 왕으로 즉위하는 장면에서 신하들은 자주국 군주에게 쓰는 '만세' 대신 제후국 표현인 '천세'를 외쳤다. 이안대군은 황제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십이면류관이 아닌 구류면류관을 착용했다. 21세기 입헌군주제 대한민국이라는 가상의 세계관을 내세웠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해당 장면이 과거 중국에 사대하던 조선의 제후국 예법과 복식을 연상시킨다고 주장하며 역사 왜곡 논란을 제기했다.

청원인은 '21세기 대군부인'을 국내외 VOD 및 OTT(국내외 플랫폼 전체) 서비스에서 전면 삭제 및 폐기할 것을 요청했다. 또 제작사에 향후 정부 지원금 배제 및 방송 허가권 제한 등 영구적 퇴출 제도 등의 조치를 요구한 상황이다.

역사 왜곡 논란으로 국민 청원까지 갔던 작품은 2021년 방영된 JTBC 드라마 '설강화'와 '조선구마사'가 있다. '설강화'는 민주화운동 왜곡 논란으로 국민청원 수십만 명 동의 얻은 바 있다. 당시 작품은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으며, 제작진은 해명 자료를 내고 일부 표현 및 자막 수정 등을 진행했다. '조선구마사'는 국민청원을 비롯해 광고 철회 움직임까지 이어지면서 방송 2회 만에 조기 종영됐다.

업계에서는 '21세기 대군부인'이 상임위 회부 이후에도 방영 금지나 서비스 중단으로 직결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상임위가 콘텐츠 폐기나 플랫폼 서비스 중단을 직접 결정하는 기관이 아닐 뿐더러 이미 종영한 작품인 만큼 작품의 강제 폐기보다는 OTT 서비스 지속 여부와 추가 수정·삭제 범위 조정 그리고 사후 콘텐츠 관리와 재발 방지 대책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21세기 대군부인'의 공식 포스터. / 사진=MBC '21세기 대군부인'
'21세기 대군부인'의 공식 포스터. / 사진=MBC '21세기 대군부인'
한편 논란 이후 박준화 감독과 유지원 작가, 주연 배우 아이유와 변우석은 고개를 숙였다. 이후 제작진은 재방송 및 OTT VOD 서비스 등에서 문제의 장면을 묵음 처리하고 자막을 삭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21세기 대군부인'은 종영 10일째에도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이 단순한 드라마 고증 문제를 넘어 역사·문화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민감도를 보여준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글로벌 OTT 환경에서 K콘텐츠 영향력 커진 상황인 만큼, 제작 단계부터 역사·문화 검수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다연 텐아시아 기자 ligh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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