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지현이 영화 '군체'의 주인공을 맡았다. / 사진제공=쇼박스
배우 전지현이 영화 '군체'의 주인공을 맡았다. / 사진제공=쇼박스
"읽지도 않고 마음의 결정을 했어요."

배우 전지현이 영화 '군체'(감독 연상호)를 통해 11년 만에 극장가로 돌아왔다. '엽기적인 그녀', '도둑들', '암살' 등 필모그래피를 다채로운 장르로 채운 전지현은 이번에 좀비물 '군체'로 또 한 번 변주를 줬다. 올해 45살인 전지현은 "과거에 너무 연연하지도 않고 너무 앞서 나가서 힘들어 하지도 않고, 지금 내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 연기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품격을 보여줬다.

2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군체'의 주인공 전지현을 만났다. '군체'는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한 초고층 빌딩에서 생존자들이 좀비 집단에 맞서 사투하는 이야기다. 전지현은 생명공학과 교수이자 생존자 그룹 리더 권세정을 연기했다.
전지현이 '군체'로 칸 영화제를 다녀왔다. / 사진제공=쇼박스
전지현이 '군체'로 칸 영화제를 다녀왔다. / 사진제공=쇼박스
전지현은 11년 만에 영화 복귀를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영화 산업도 많이 주춤했다 보니 영화 시나리오를 검토할 기회가 적어지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오랜만에 영화계에 돌아오자마자 경사스러운 일도 생겼다. 칸 국제영화제를 가게 된 것. 브랜드 앰버서더 등으로 칸 영화제에 간 적은 있지만 출연작을 들고 배우로서는 처음이다. 현지에서 동료 배우 구교환과 함께 좀비를 연상시키는 포즈로 유쾌한 모습도 보여줬다.

"모든 영화인들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 칸에 초청 받았어요. 그 전엔 레드카펫을 오롯이 즐기지 못했다면, 이번에는 우리만의 레드카펫이 있어서 신났어요. 긴장되는 순간도 있었지만 풀어질 수 있는 여유의 시간도 있었죠. 구교환 씨와 재밌는 사진도 찍을 수 있었고 배우로서 힘을 많이 얻었어요."

연상호 감독의 작품을 좋아해왔다는 전지현은 단번에 출연을 결심했다고. '군체'만의 차별점에 대해 전지현은 "기존 좀비는 개별적으로 움직이고 통제 불능한 상태라면, '군체' 좀비들은 네트워크로 인해 실시간 업데이트가 되고 하나의 군집으로 움직인다. 그런 것들이 매력 있었다"라고 말했다. 액션 잘하기로 손꼽히는 전지현이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캐릭터 설정 때문에 액션의 강도를 낮췄다.

"권세정이 박사인데 갑자기 액션을 잘하긴 어색하다고 해서 액션을 좀 덜 했어요. 할 건 다 하되, 화려한 액션은 자제하자는 주의였죠."
영화 '군체'의 한 장면. 전지현이 좀비떼에 맞서고 있다. /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군체'의 한 장면. 전지현이 좀비떼에 맞서고 있다. / 사진제공=쇼박스
11년 만에 영화계로 돌아온 전지현에게 달라진 극장 분위기는 낯설면서도 새로웠다. 무대인사로 관객들과 만난 그는 "언제부터 그렇게 바뀐 거냐"며 웃었다. 최근 무대인사 현장에서는 관객들이 스케치북으로 메시지를 전하고, 선물이나 손편지를 건네는 풍경이 자연스러워졌다. 배우들도 객석 가까이 다가가 함께 셀카를 찍고 이야기를 나누며 관객들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전지현이 넘어진 관객을 부축하고, 관객에게 먼저 다가가 셀카를 찍는 모습이 화제가 된 것 역시 달라진 극장 문화와 맞닿아 있다.

"(관객들과의 가까운 소통이) 좋았어요. '내가 언제 이렇게 많은 분들과 만나 교류할 일이 있겠나' 싶었죠. 한국 관객 수준도 높았어요. 매너며 예의며, 감동 받았습니다. 관객들 얼굴도 하나하나 잘 보입니다. 하고 싶은 말씀을 스케치북에 적어서 보여주는데 그게 다 보여요. 지창욱 배우는 (관객들이 해달라는 걸) 해주느라 바쁜데 저는 몇 개 없더라고요. 그 몇 개에 충실했어요. 하하."

무대인사에서 전지현은 복근이 보이는 의상을 입었는데, 이에 '선명한 복근'도 화제가 됐다. 전지현은 "제 복근은 예전부터 유명하지 않았나"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자신도 인정했다. 이어 "사람들이 중요한 걸 모르는 게, 앞보다는 뒤, 겉보다는 속이다. 그게 더 중요하다"라면서 크게 웃었다.

평소 스트레스 해소법이 운동이라는 점도 탄탄한 몸매의 비결이었다. 전지현은 "아침에 운동하는 게 최고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다. 그렇게 모든 일을 시작한다"라고 말했다.

한국 대표 미인 여배우를 꼽을 때 대명사처럼 '태혜지(김태희 송혜교 전지현)'라는 말이 언급되기도 한다. 전지현은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얼굴이 예뻐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몸이 예쁘면 얼굴도 저절로 좋아진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이 잘생기고 예쁜 건 그리 중요하지 않고, 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가 거울을 매일 보면서 신경 쓰지는 않는다"며 웃었다.
올해 45살인 전지현은 "과거에 너무 연연하지도 않고 너무 앞서 나가서 힘들어 하지도 않고, 지금 내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 연기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사진제공=쇼박스
올해 45살인 전지현은 "과거에 너무 연연하지도 않고 너무 앞서 나가서 힘들어 하지도 않고, 지금 내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 연기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사진제공=쇼박스
전지현은 연상호 감독뿐만 아니라 'K-좀비'의 또 다른 시초격이라고 할 수 있는 김은희 작가에게도 선택받은 배우다. 전지현은 김 작가의 좀비물 '킹덤: 아신전'에도 주인공 아신 역으로 출연했다. 이들의 선택을 받은 이유를 스스로는 무엇이라 생각할까.

"한 장르에 국한된 배우는 좋은 배우가 아니라고 생각해왔어요. 어렸을 때부터 한국에 국한되지 않고 더 넓은 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늘 해왔죠. 해외 작업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도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사 없이도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액션 연기를 많이 하게 됐어요. 그렇게 쌓은 스펙트럼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배우이자 연예인, 셀럽 전지현으로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을 묻자 전지현은 '잘 사는 것'을 꼽았다. "자신이 스타라고 생각했던 스타들이 망가지면 내 시절들도 무너지는 기분이 들곤 하잖아요. 저도 오래 활동을 했으니 누군가의 시절을 담고 있지 않을까요? 잘 산다는 건 밸런스를 잘 유지한다는 거예요. 운동을 열심히 하지만 운동만 잘하면 뭐하겠어요? 일도 잘해야지. 그렇다고 일만 잘해서도 안 되고 가정도 잘 꾸려야겠죠.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그걸 유지하기 위한 꾸준함도 어떻게 지켜나갈지가 가장 어려운 숙제 같아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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