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방송된 JTBC 토일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가 전국 시청률 5.3%, 수도권 6%로 자체 최고치를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모자무싸'는 첫회 2.2%로 시작, 최저 시청률 2.1%까지 떨어졌지만, 입소문을 타며 중반부부터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날 황동만은 노강식(성동일) 스케줄 이슈로 촬영이 연기될 위기에 처하자 조급해졌다. 제 손으로 무언가를 이뤄내는 힘을 봐야 과거의 상처와 형에 대한 걱정을 온전히 털어낼 수 있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이 불안은 박경세(오정세)와의 갈등으로 폭발했다. 자신을 향한 여전한 ‘뒷담화’에 제발 끝내자고 절규하는 박경세를 보며 통쾌하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감정워치에 뜬 단어는 ‘후회’였다. 황동만은 바닥에 주저앉은 박경세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둘 다 아무것도 아닌 시절 순수하게 영화만을 사랑했던 때를 추억하며, “내가 데뷔해서 레벨 맞춰 올 테니 다시 같아지자”라고 사과했다.
황동만에게는 기적이 찾아왔다. 노강식이 스케줄을 조정해 조기 크랭크인을 제안한 것. 황동만은 인생의 목적을 묻는 형 황진만(박해준)에게 “난 그냥 웃기게 살 것”이라는 처음으로 합격을 받은 답을 내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첫 고사 현장의 벅찬 선언으로 이어졌다. 숱한 장애물 앞에서도 미친놈처럼 웃기게 가보겠다는 각오였다. 촬영에 돌입한 뒤 뜻대로 찍히는 씬 하나 없고 스태프들의 신뢰마저 잃는 혹독한 현실의 벽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황동만은 ‘코미디’를 잃지 않고 자신만의 스토리를 완성해 나갔다.
고혜진(강말금)은 자신이 박경세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도덕적인 남편’이라는 틀에 묶여 용맹하게 창작자로 치고 나가지 못한다며, 이혼을 제안했다. 박경세는 홀로 모든 영광과 욕을 감당하겠다며 공동작가 박정민(정민아)을 해고하고 홀로서기를 선택했다. 아내에게 “잘못했다. 1등은 못해도 3등은 하겠다”라고 사과했다.
황진만(박해준)은 시보다 용접이 더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만큼은 번다한 잡념이 올라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하지 않는 시간엔 술 이외엔 답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숨이 터졌다. 장미란(한선화)이 SNS에 글을 올렸는데, 핀란드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15세의 ‘잃어버린 딸’ 황영실 사진이 날아든 것. 황진만은 절필 이후 처음으로 다른 계절을 기다리는 봄에 대한 시를 쓰기 시작했다.
장미란에겐 진짜 관계가 생겼다. 오정희(배종옥)가 “CCTV 원본을 통으로 까자”는 강수로 한승아(문지원)의 협박을 물리치는 걸 보고 감동한 장미란은 친아빠는 건사 안 해도 새엄마는 끝까지 지키겠다고 결심했다. 자신에게 엄마를 빼앗기고 버려진 오정희의 근사한 친딸 변은아도 눈물로 끌어안았다. 더 잘 나지라고 변은아를 몰아세웠던 오정희는 “내 손에 크지 않아 다행”이라며 친딸이 잘 컸다고 인정했다.
황동만은 영화를 완주, “데뷔해서 레벨 맞춰 오겠다”라는 박경세와의 약속을 지켰고, 한국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그는 수없이 상상만 했던 장황한 소감은 모두 잊고, “영실아, 삼촌 검색된다. 은아씨 진심으로 고맙다”며 감격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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