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 사진제공=디즈니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 사진제공=디즈니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가 20년 만에 돌아왔다. 화려하게 판은 벌였지만 정작 건질 건 많지 않다. 반가운 얼굴들을 다시 만나는 재미는 분명 있다. 하지만 전작 만큼의 새로운 성장 서사를 보여주진 못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가 29일 개봉했다. 전작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이후 무려 20년 만의 속편이다. 무엇보다 메릴 스트립, 앤 해서웨이, 에밀리 블런트 등 주연 배우들이 다시 뭉쳤다는 점만으로도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만큼 만족스럽진 않다. 향수를 자극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뿐이다. 전작의 핵심이 패션 업계라는 화려한 세계를 배경으로 인간관계와 성장 서사를 녹여낸 데 있었다면 이번 작품은 그 익숙한 공식을 반복하는 데 그친다. 반가운 얼굴들이 다시 등장하고 각 인물들이 세월만큼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감정선은 예상 가능한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 사진제공=디즈니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 사진제공=디즈니
특히 극 후반부로 갈수록 여성의 성공과 연대를 강조하는 메시지도 나온다.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미란다를 둘러싼 상황에서 특히 그런 이야기가 강조된다. 서사 안에서 자연스럽게 쌓여왔다기보다는 후반부에 급하게 힘을 실은 듯한 인상도 있다. 감동을 노린 장면들 역시 오히려 의도가 먼저 보여 다소 계산적으로 느껴진다.

무엇보다 개봉 전부터 제기됐던 인종 표현 문제는 실제 관람 후에도 아쉬움을 남긴다. 중국계 배우 선위톈이 맡은 친저우는 패션 업계를 배경으로 한 영화 속 다른 인물들과 달리 촌스러운 이미지로 등장한다. 눈치 없는 언행이나 스펙을 과하게 강조하는 설정까지 더해져 20년 전 할리우드가 소비하던 동양인 캐릭터의 전형성을 띈다. 다양성을 내세웠지만 표현 방식은 여전히 과거의 시선에 머물러 있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 사진제공=디즈니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 사진제공=디즈니
극 중 주요 인물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성장한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과 달리 친저우는 승진 이후에도 외형이나 서사 면에서 큰 변화가 없다. 성공한 동양인 CEO 캐릭터가 등장하긴 하지만 비중은 크지 않고 주인공들을 돕는 역할에 머문다. 유색인종 비서 캐릭터 또한 입체적으로 활용되기보다는 초반 질투심을 드러내는 장치 정도로 소비돼 아쉬움을 남긴다.

메릴 스트립의 존재감은 이번에도 확실하다. 에밀리 블런트 역시 특유의 차가운 카리스마와 속도감 있는 연기로 극에 힘을 보탠다. 다만 주인공 앤 해서웨이의 성장 서사는 정작 관객 입장에서 그 변화가 충분히 와닿지 않는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 사진제공=디즈니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 사진제공=디즈니
냉정하게 말하자면 꼭 극장을 찾아야 할 이유는 크지 않다. 그렇지만 나쁜 영화도 아니다. 킬링타임용으로 가볍게 보기엔 무난하고 익숙한 캐릭터들을 다시 만나는 재미도 있다. 다만 러닝타임 곳곳에서 늘어지는 구간이 있고 '유명한 작품의 속편이라 유명한 느낌' 이상을 보여주진 못한다.

전작 팬이라면 추억 보정과 배우들의 재회를 위해 한 번쯤 볼 만하다. 그러나 1편을 보지 않았거나, 새롭고 강렬한 한 방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굳이 극장까지 찾아갈 이유는 크지 않아 보인다.

별점: ★★☆ (2.5/5)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 haesmik@tenasia.co.kr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