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윤 감독이 영화 '누룩'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 사진제공=로드쇼플러스
장동윤 감독이 영화 '누룩'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 사진제공=로드쇼플러스
발효가 아니라 변질에 가까웠다. 연출에 도전한 배우 장동윤의 첫 장편영화 '누룩'(감독 장동윤)은 제목처럼 구수한 사람 냄새를 기대하게 하지만, 정작 결과물은 그 온기를 끝까지 붙잡지 못한다. 따뜻한 인간미를 담으려 한 의도는 엿보이지만, 난해한 은유와 톤 변화가 급격한 탓에 메시지가 선명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누룩'은 동네 사람들끼리 알음알음 아는 양조장 집 딸이자 막걸리를 사랑하는 열여덟 소녀 다슬의 이야기를 그린다. 화장품 공병에 막걸리를 덜어 다니며 학교에서도 마실 정도로 막걸리에 대한 애착이 큰 다슬. 어느 날 막걸리 맛이 변하고, 다슬은 자신들 양조장만의 누룩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그는 사라진 누룩을 찾아 나선다.
장동윤의 첫 장편 연출 영화 '누룩'이 4월 15일 개봉한다. / 사진제공=로드쇼플러스
장동윤의 첫 장편 연출 영화 '누룩'이 4월 15일 개봉한다. / 사진제공=로드쇼플러스
영화 초반에는 첫 장편 연출작 특유의 맑고 순수한 감성이 묻어난다. 시골 마을의 정취와 막걸리를 향한 소녀의 애정은 잔잔한 힐링물 혹은 성장물을 기대하게 만든다. 하지만 극이 중반을 넘어서며 분위기는 급격히 달라진다. 다슬이 사라진 누룩을 쫓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미스터리와 판타지의 결을 띠는데, 이 과정에서 전환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한다. 잔잔한 정서극으로 출발한 영화가 다른 장르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또 아쉬운 지점은 장동윤이 연출자로서 차근차근 내실을 다지기보다 욕심을 앞세웠다는 점이다. 장동윤 감독은 '누룩'이라는 매개체에 가족애, 성장통, 인간미 등 여러 의미를 한꺼번에 담아내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그 상징과 은유가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채 제시되면서 관객이 메시지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기보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순간이 더 많다.
영화 '누룩'의 장면들. / 사진제공=로드쇼플러스
영화 '누룩'의 장면들. / 사진제공=로드쇼플러스
'누룩'은 상업성보다 예술성과 감수성을 지향하는 다양성 영화에 가깝다. 감독의 경력과 내공, 작품의 장르 등 여러 부분에서 감안하더라도 작품이 관객에게 다가가는 방식은 다소 불친절하다. 서사와 상징을 따라갈 실마리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아 몰입의 문턱이 높게 느껴진다.

장동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결국 사람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의도는 열린 결말의 여운으로 남기보다 의문으로 남는 쪽에 가깝다. 첫 장편 연출에 도전했다는 시도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장동윤에게 이번 '누룩'은 가능성과 함께 분명한 오답노트를 남긴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누룩'은 오는 15일 개봉.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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