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약 4년 만의 정규 5집 '아리랑' 발매
타이틀곡보다 수록곡의 음악적 완성도 높아
군 전역 후 겪는 고뇌와 방향성 고민 담아
타이틀곡보다 수록곡의 음악적 완성도 높아
군 전역 후 겪는 고뇌와 방향성 고민 담아
현직 싱어송라이터인 이민경 기자가 음악인의 시각에서 음악 이야기를 쓰겠습니다. 곡의 숨겨진 의미부터 들리지 않는 비하인드까지 분석합니다.
'아리랑'은 어떤 앨범인가?
방탄소년단은 20일 발매된 정규 5집 '아리랑'에 군 복무 이후 겪은 방황과 고뇌를 적나라하게 담아냈다.
이번 앨범은 두 부분으로 나눠 감상할 수 있다. 1번부터 7번 트랙(타이틀 곡 'SWIM'(스윔))까지의 전반부는 '군 전역 이후 갈피를 잃은 BTS'를 보여준다. 강렬한 힙합 트랙으로 방황을 노래하다가 'SWIM'을 기점으로 팬들을 향한 고백과 같은 노래가 이어진다. 대중이 듣기에 편안한 곡들은 주로 앨범 후반부에 있다. 컨트리, 록, EDM 등 장르가 다양해 취향에 맞춰 골라 듣기 좋다.
앨범 후반부에 위치한 9번 트랙 'NORMAL'(노말)은 타이틀 곡 'SWIM'보다도 더 타이틀 곡 같은 노래다. 이 곡은 도파민 가득한 '연예계'라는 환경 속 나약해질 수밖에 없는 자신을 털어놓는 독백에 가깝다.
풍부한 사운드와 유기적인 곡 전개, 솔직한 가사는 가수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lish)의 'WILDFLOWER'(와일드플라워)를 연상케 한다. 빌리 아일리시의 노래가 그래미 어워즈 '올해의 노래' 상을 받은 이유로는 솔직함과 음악성이 꼽힌다. 모두가 공감하기 어려운 개인적인 이야기일지라도 글로벌 대중으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다는 방증이다. 안전함을 택하느라 이 곡의 가치를 외면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다음으로 인상 깊은 노래는 1번 트랙인 'Body to Body'(보디 투 보디)다. 이 곡은 도입부터 좌우로 움직이는 보컬 효과와 웅장한 베이스 소리가 인상적인 올드 스쿨 힙합 장르 곡이다. 드럼 비트와 전자 악기에 공간감이 웅장해 방탄소년단의 과거작 'ON'(온), 'Black Swan'(블랙 스완)이 떠오른다.
이 곡은 2절 후렴에서 민요 '아리랑'을 샘플링해 한국인의 귀를 사로잡는다. 앨범 제목이 왜 '아리랑'인지 직관적으로 알기 어려운 다른 트랙들과는 차별화된다. '아리랑'이 흐르는 구간에서 비트가 하프타임(원 박자를 두 배 느리게 연주해 속도가 절반으로 느려진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구성)으로 진행되는데, 이는 청자가 배경에 있는 민요에 더 집중하게 만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마지막 트랙 'Into the Sun'(인투 더 선)도 주목할만하다. 수록된 14곡 중 가장 듣기에 편안한 노래다. 멤버들은 이 노래에서 '어려운 순간에도 밝은 해를 찾아 함께 뛰자'고 노래한다. 희망이 얼마나 먼 곳에 있든 새벽이 오기까지 함께 나아가자는 메시지가 담겼다.
'Into the Sun'은 나른한 기타 반주와 휘파람 소리 위 보코더(Vocoder, 보컬을 전자음으로 만드는 악기)를 활용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띤다. 곡의 분위기에서 팝스타 故 맥 밀러(Mac Miller)의 생전 작품 'Surf(서프), 'Good News'(굿 뉴스), 'Blue World'(블루 월드)가 연상되기도 한다. 곡의 마지막 부분에선 강렬한 일렉 기타 등 악기가 나오면서 장르가 록으로 바뀌어 다채롭다는 감상을 준다.
타이틀 곡 'SWIM'은 기대에 비해 아쉬움도 남겼다. 지난 4년간 멤버들마다 자리 잡은 음악 스타일을 조율해 '스위트 스폿'(Sweet Spot)을 찾았지만, 막상 이들만의 통통 튀는 에너지는 사라져 버렸다. 한 음악 프로듀서는 이에 대해 "사공이 많아 산으로 간 느낌"이라고 비유했다.
하이브가 내놓은 장르 설명에서도 'SWIM'의 정체성은 모호하다. 하이브에 따르면 이 곡의 장르는 '얼터너티브 팝'(Alternative Pop)이다. '얼터너티브'는 특정 장르로 정의하기 어려운 곡에 흔히 붙는 명칭이다. 이 곡은 감성적인 신스팝으로도, 일렉트로닉 힙합이나 EDM으로도 명확히 정의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곡이 타이틀 곡으로 선정된 건 'SWIM'이란 단어와 곡의 가사에 여러 갈래로 해석할만한 여지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사랑하는 대상에 빠져 그 안을 항해한다는 내용의 가사를 영상으로 표현했다. 영상에선 멤버들과 한 여성이 배를 타고 어디론가 항해하고 있다. 멤버들이 여성의 주변을 맴돌며 그를 도와주고 있지만, 여성은 이들의 존재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영상 속 여성에 대해 약 4년 동안 보이지 않는 곳(군대)에 있던 멤버들을 그리워하는 아미(ARMY, 팬덤 명)를 표현한 게 아니냔 해석이 팬들 사이 나왔다. 군대에서 늘 아미를 생각하던 이들의 모습을 여성의 눈에 보이지 않는 멤버들 모습으로 표현한 것 같단 의견도 나왔다.
영상미는 아쉽다. 'SWIM'의 뮤직비디오에선 그룹 블랙핑크 'GO'(고)처럼 AI를 활용한 화려한 연출도, 그와 상반되는 자연스러움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픽으로 바다의 웅장함을 연출하고자 했지만 인상적이진 않다. 영상 자체가 멤버들의 얼굴 생김새를 강조하는 비주얼 필름의 형태를 띠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멤버들의 비주얼을 깔끔하게 다듬은 것도 아니다. 인물에 조명을 강하게 쏘면서 도드라진 거친 피부 결을 후반 작업으로 정돈하지 않고 그대로 내보냈다.
'아리랑'은 멤버들도 하이브도 방탄소년단의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준 앨범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역사적인 성과를 낸 한국인 대형 아티스트가 긴 공백 끝 내놓는 첫 작품이라 부담감이 컸을 터다. 방탄소년단의 새로운 항해가 시작된 만큼 향후의 음악적 방향성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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