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방송된 TV CHOSUN 예능 '아빠하고 나하고 시즌3'에서는 1세대 원조 뮤지컬배우 전수경이 97세 아버지와의 일상을 최초로 공개했다. 미국인 남편과 결혼해 슬하에 쌍둥이 딸을 두고 있는 전수경은 “쌍둥이가 할아버지의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을 소개하고 싶다고, 꼭 방송에 나가면 좋겠다고 했다”며 아버지 자랑에 나섰다. 1930년생으로 현재 97세인 전수경의 아버지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학창 시절에 광복, 20살에 한국전쟁 참전, 가정을 꾸리자마자 베트남전 파병까지 겪은 살아있는 한국 근현대사였다.
100세를 앞두고 있지만 전수경 아버지의 일상은 ‘젊음’ 그 자체였다. 97세의 그는 익숙하게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틀고 춤까지 추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방구석 노래방을 즐긴 전수경의 아버지는 여유롭게 거실로 진출해 허리 스트레칭부터 고관절 늘리기 등 고난도 운동까지 선보였다. 쉴 새 없이 계속 움직이던 아버지는 노래방 기계를 켰고, 노래부터 무대매너까지 완벽한 공연을 선보였다. 전수경의 아버지는 “노래 부르는 순간에는 잡념이 없다. 음악만 있으면 세상 다 필요 없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임형주는 “저보다 더 건강하시다”며 전수경 아버지의 건강하고 긍정적인 일상에 놀랐다. 모닝쇼에 이어 전수경의 아버지는 담요 한 장을 들고나와 홀로 화투 놀이를 하며 혼자서도 꽉 찬 하루를 보냈다.
아버지의 집을 찾은 전수경은 꼼꼼하게 아버지의 건강을 확인하며 각종 영양제까지 챙겼다. 이어 전수경은 집안 곳곳 쌓인 물건들을 치우며 아빠에게 잔소리를 했다. 아버지는 쉽게 물건을 버리지 못해 집안에는 수십 개의 비닐봉투, 다 먹은 빈 병, 낡은 프라이팬 10개 등 버려야 할 것들이 가득했다. 그 모습에 전현무는 “우리 부모님 집 보는 것 같다. 안 버리는 게 문제다”라며 부모님들의 수집가 기질을 공개했다. 전현무는 “뭘 선물해 드리면 아끼다가 유통기한이 지나기 일쑤다. 명품 화장품도 오래돼 버리려 했더니 ‘발에 바를 거다’라며 막았다”고 경험을 전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차라리 현금을 드렸는데 그조차 쓰지 않아서 드린 돈뭉치 그대로 유물처럼 가지고 계신다. 받자마자 제발 쓰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자녀 대표’ 한혜진, 임형주, 전수경은 격하게 공감했다.
전수경은 집에서 사진 앨범을 챙겨와 아버지와 함께 추억 여행을 떠났다. 전수경의 어린 시절과 고등학교 졸업사진은 물론 유오성, 설경구, 박미선 등과 함께 했던 연극 영화과 시절 사진들까지 추억이 가득했다. 전수경의 아버지는 “대학도 장학금 타 혼자서 알아서 하고 공연한다고 초대도 해줬다. 공연 가면 수경이 아버지 왔느냐고 해주고, 기가 더 살았다. 그날은 천국에 올라가는 거 같았다”며 보물 같은 딸을 자랑스러워했다. 사실 전수경이 앨범을 준비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전수경은 “오빠랑 저만 있는 줄 알았는데 어릴 적 가족 사진첩을 보다가 옛날 오빠들 사진을 보게 됐다. 아무리 밝은 아버지여도 자식을 떠나보낼 때 심경은 무너지듯이 아팠을 텐데 그때의 아버지는 어땠을까? 그걸 어떻게 극복했을지 궁금했다”며 자신은 만나지 못했던 두 오빠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냈다.
전수경의 아버지는 친구들 따라 놀러 나갔던 첫째 아들이 1시간도 되지 않아 물웅덩이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을 갑작스럽게 들었던 때를 회상했다. 이에 대해 그는 “땅을 쳐봐야 소용이 있겠냐. 통곡하고 나 혼자 날뛰다 부축해 줘서 진정됐던 건 기억나는데 겨를이 없었다. 그렇게 그냥 세월을 보냈다”며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이어 둘째 아들까지 뇌염으로 잃게 됐다는 전수경의 아버지는 “당시에는 왜 그렇게 병마가 많았는지…세상도 원망하고 땅을 쳐도 북을 쳐도 소용이 있겠냐. 그렇게 시련을 겪어가며 세월을 보냈다”라고 털어놓았다. 한혜진은 “누가 그 마음을 헤아리겠냐”라며 안타까워했다.
처음으로 마음속에 품었던 이야기를 털어놓은 전수경의 아버지는 “딸하고 잘하고 못하고 그런 거 없이, 시간을 즐겁게 함께 보내는 걸 바란다”고 딸과 함께하고 싶은 단 하나의 소원을 전했다. 이에 딸 전수경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숨겨진 가족사를 밝힌 전수경은 설을 맞아 아버지가 부회장으로 있는 참전용사 모임에 참석해 아버지의 삶에 한 걸음 다가가 보기로 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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