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유해진은 영화 '소주전쟁'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실제 애주가 면모를 드러냈다. '소주전쟁'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속 소주 회사가 곧 인생인 재무이사 표종록(유해진 분)과 오로지 성과만 추구하는 글로벌 투자사 직원 최인범(이제훈 분)이 대한민국 국민 소주의 운명을 걸고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유해진은 국보소주 재무이사 표종록 역을 맡았다.

지난 4월 개봉한 영화 '야당'에서는 족발 먹방 장면에 대해 아이디어를 냈던 유해진. 이번 음주 장면에서 낸 아이디어는 없었을까. "안주가 노가리 같은 거면 좋지 않을까 그런 얘길 했어요. 노가리 안주는 다른 게 필요 없으니까요. 하하하."
소주전쟁은 기업 인수합병(M&A)에 대한 내용이라 관객 입장에서는 다소 어려울 수도 있다. 유해진은 "작품을 하며 처음부터 제가 강조했던 얘기는 '쉬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려운 경제용어 등을 웬만하면 다 풀어서 얘기하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 잡아 먹히고 잡아먹고 하는 내용보다, 관객이 영화를 보고 '어디에 가치를 두며 살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게 더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살면서 느끼는 건, 꼭 돈이 있어서 행복한 건 아니라는 겁니다. 물론 돈은 필요하죠. 하지만 어디에 가치를 두고 사는지가 행복을 결정하는 데 더 큰 영향을 미치더라고요. 경제적으로 어려운데도 참 오순도순 잘 살고 아무것도 아닌 것에 행복해하는 분들이 있어요. '사는 게 저런 거지'라는 생각이 들죠. 우리 영화도 보면 그래요. 돈에 대한 얘기가 영화에 나오지만, 가치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입니다."

"저희 집이 정말 못 살아서 늘 힘들었어요. 당시 알바라도 했다면 들어오던 수익이 확 줄면서 경기가 안 좋다는 걸 느꼈을 텐데, 당시 극단 생활을 하던 저는 알바를 할 처지도 못 됐어요. 극단 생활이 매일 불규칙하게 끝났기 때문이죠. 제가 살던 근처에 가스 충전소가 있었는데 '프리 타임으로 알바 안 되냐'고 맨날 물어보곤 했어요."
표종록은 충직하고 회사에 헌신하는 인물이다. 때문에 가정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기도 한다.
"닮은 부분은 모르겠는데 이해되는 부분은 많아요. 저희가 클 때 동네에 이런 아버지들이 꽤 많았어요. 옛 아버지들은 이렇게 사는 분들이 많았잖아요. 그런 분들이 있어서 지금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표종록처럼 온전히 (회사를 위해) 사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배우로서 유해진은 일과 삶의 밸런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그는 "오직 연기를 위해 살고, 연기 말고 다른 건 뒷전이고, 연기 때문에 다른 걸 포기하진 못한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꼰대가 안 될까 생각해요. 현장에서는 다 동료로 보려고 해요. '선배니까 내가 어떻게 해야겠다' 그런 건 전혀 없어요. 연기할 때 좋은 아이템이 있다면 같이 공유하려고 해요. 촬영 외 자리는 강요하지도 않고요. '와서 한잔해~' 거기까지만 해요. 그래도 되게 같이 있고 싶을 때는 '한잔하자. 어, 그래? 한 잔만~' 그럴 때도 있긴 합니다. 허허허."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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