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종록은 회사가 곧 자신의 인생이라는 가치관을 지닌 인물. 국보그룹이 IMF 외환위기로 인한 파산 위기에 처하자 투자사와 법무법인을 만나는 것은 물론 회식으로 찾은 식당에서 직접 소주 판촉까지 해 가며 발로 뛰어 회사를 구하려 한다.
유해진은 회사를 지키려는 장면에서는 충직한 인물의 신념과 태도에 집중한 연기를 선보인다. 소주 한 잔을 기울이는 장면에서는 푸근하고 구수한 매력으로 관객들을 미소 짓게 한다. 이렇게 유해진은 인물의 여러 면면을 균형감 있게 그려냈다.

유해진은 '야당'에서 출세를 꿈꾸는 독종 검사 구관희를 연기했다. 그는 캐릭터 내면의 야망과 갈등을 절제된 연기로 표현해 영화의 밀도를 높였다. 날카로운 눈빛과 강약 있는 연기가 관객들을 영화에 집중하게 했다. 출세욕이 넘치던 구관희는 승승장구하다 배신당한 후 추락하게 되는데, 유해진은 인물의 흥망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해냈다.

'소주전쟁'과 '야당'의 서로 다른 먹방도 눈여겨볼 만하다. '소주전쟁'에서 소주 마시는 장면에서는 삶의 고단함을 푸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야당' 속 족발 먹방 장면에서는 구관희와 브로커 이강수(강하늘 분) 간 벽이 허물어지고 유대감을 쌓는 계기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원래 이 장면의 소품은 족발이 아닌 소고기였다고. 촬영에 들어가기 전 유해진이 "소고기를 구우면 연기가 많이 나서 집중이 힘들 것 같으니 족발로 바꿔보면 어떻겠냐"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덕분에 극 중 구관희와 이강수 간 친근감이 높아지는 순간의 감정이 관객들에게 더 잘 전달될 수 있었다.
작품마다 캐릭터에 흡수되는 연기를 보여주는 유해진. 그 비결에 대해 유해진은 "어색하지 않게 보이게 하는 게 가장 큰 과제"라며 "어떤 모습을 굳이 표현하려고 한다기보다 그 신에 어떻게 하면 스며들어 있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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