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원 / 사진=텐아시아DB
김희원 / 사진=텐아시아DB
"물을 많이 마셨더니… 삼투압이 약해서 화장실을 많이 갔어요. 하하하."

초능력자를 소재로 한 영화 '하이파이브'에서 타인을 낫게 하고 자신은 물만 마시면 회복되는 약선 역의 김희원은 이같이 말하며 웃었다. '하이파이브'는 장기이식으로 우연히 각기 다른 초능력을 얻게 된 다섯 명이 그들의 능력을 탐하는 자들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 액션 활극. 김희원은 간 이식 후 치유 능력을 얻게 된 약선을 연기했다.

약선은 사이비 종교인 새신교 교단에서 작업반장으로 일하고 있는 인물. 매뉴얼을 고집하는 꼬장꼬장하고 깐깐한 성격 탓에 부하 직원들 사이 '피하고 싶은 1순위'지만, 딱딱한 말투 뒤에 누구보다 따뜻한 정을 품고 있다. 간을 이식받은 후 타인의 통증이나 상처를 자신이 흡수해 치료해주는 능력이 생겼다. 새신교 덕에 간 이식으로 구사일생할 수 있었다고 오판한 약선. 극 중에서는 약선이 왜 사이비 종교에 빠지게 됐는지 구체적으로 설명되진 않는다. 김희원은 "연기를 위해 전사를 생각해봤다"라고 말했다.

"'저 사람이 꼬드겨서 내가 빠지는 건지, 내가 빠지게 되는 건지' 사이비 종교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심적으로 나약해지거나 침체했을 때 누군가 살짝만 건드려도 갑자기 친해지잖아요. 간을 이식받아야 했을 만큼 간이 안 좋아서 죽을 위기까지 넘기면서 사이비에 빠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교단에 충성하는 모습을 담으려고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FM적인 면모를 더 강조하려고 했죠. 꼿꼿한 모습이 어울리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이파이브' 스틸. / 사진제공=NEW, 안나푸르나필름
'하이파이브' 스틸. / 사진제공=NEW, 안나푸르나필름
극 중 약선을 비롯해 장기이식 수술 후 초능력까지 얻게 된 주인공들의 몸에는 독특한 표식도 얻는다. 누군가에게 손을 대서 치유해지고 물로 에너지를 보충하는 약선은 손목에 물결무늬가 띠를 이루는 표식이 생긴다. 이로 인한 김희원의 고충이 있었다. 누군가를 치유해주는 장면 전후로 손목 분장을 계속해야 한 것.

"손만 갖다 대면 되니 쉬운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혹시 시즌2를 하게 된다면 분장을 쉽게 하는 방법은 없겠나'고 생각하며 찍었죠. 하하."

이번 영화에서는 팀 '하이파이브'의 팀워크가 특히 돋보였다. 김희원은 "다 인간성 덕분이다"라며 동료들의 인성을 칭찬했다.

"(라)미란이, (안)재홍이 등등 상대가 연기하기 편하게 받쳐줘야 하고, 단체가 살아야 나도 산다는 가치관을 가진 친구들이에요. 저도 그렇고요. 서로 배려심 있었죠. 촬영 당시에는 (이)재인이가 미성년자였던 만큼, 어린 재인이가 불편해할까 봐 신경 썼어요. '재인이 있는데 술 마시지 마라', '재인이 있는데 농담도 가려서 해라', '재인이가 제일 고생하니 의자 편한 거 줘라', '에어컨 앞자리는 재인이 줘라' 그런 얘기가 많았죠."
김희원 / 사진제공=NEW, 안나푸르나필름
김희원 / 사진제공=NEW, 안나푸르나필름
김희원은 지난해 말 공개된 디즈니+ 시리즈 '조명가게'를 통해 연출자로도 데뷔한 바 있다. 이후 배우로서는 감독들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아졌다고 한다. 그는 "감독이란 직업은 (작품과) 운명을 같이하는 것이다. 인생을 걸고 한다는 점에서 공감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물리적으로는 (작품에) 시간이 많이 들고, 정신적으로는 스트레스, 공황장애가 오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저 같은 경우는 (작품에 관련한 이가) 전화를 안 받으면 아무 일이 없는데도 '전화 좀 빨리 받아라' 그러고, 30분 이상 걸리면 '무슨 일 생긴 거 아닌가' 싶더라고요. 앞으로는 감독님들 말을 더 잘 들어야겠다고 확실히 느꼈죠. 하하. 저번에 한 촬영을 끝내고는 '수고하셨다'고 나왔는데, 생각해 보니 감독은 끝나고 나서도 늦게까지 있어야 하고 다음 촬영 회의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더라고요. 다음부터는 '수고하셨다'는 인사도 너무 즐겁게 안 해야겠다 싶었어요. 하하."
김희원 / 사진=텐아시아DB
김희원 / 사진=텐아시아DB
연극 무대에도 올랐고 매체 연기도 하고 있고 연출자로도 활동을 시작한 김희원. 현재 또 다른 꿈은 없을까.

"사람은 좀 불편해야 바뀌는 것 같아요. 연극 할 때는 '누가 나한테 300만원만 주면 평생 연극 하겠다'고 했어요. 그만큼 돈이 없으니 좀 더 돈을 많이 주는 곳에 가고, 연기하다가 연출도 하고 그렇게 됐네요. 배우 하면서 '이게 내 인생의 전부인가? 불편하다' 이러다 보니 또 변화가 생긴 것 같아요.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게 저는 나쁘지 않다고 봐요. 지겨워지고 불편해지고 벗어나고 싶으면 사람이 변하는 것 같아요. 자연스럽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저는 불편한 것이 없는데, 곧 불편함의 시기가 올 것 같아요. 통상 3년에 한 번씩 오더라고요. 하하. 불편함이 오고 변화가 있기까지는 또 시간이 걸리겠죠."

김희원은 후배들과 무명 배우들에게 힘이 될 이야기도 건넸다. 그는 "지금 백수라 할지라도 평생 직업이 없을 확률은 오히려 0%다. 배우가 캐스팅이 한 번도 안 될 확률도 0%다. 한 번은 무조건 된다. 불편하다면 변하기 직전이라고 생각하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긍정적인 면모를 드러냈다. 감독을 꿈꾸는 이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는 "자기 생각을 굽히지는 않되, 많은 사람의 생각을 다 받아들여라. 그들의 생각에 자기 생각을 살짝 넣어라"며 "종합 예술을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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