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홍진경, (오른쪽)이승환 / 사진=각 SNS 계정
(왼쪽)홍진경, (오른쪽)이승환 / 사진=각 SNS 계정
약 60일간의 대선 기간이 끝났다. 선거 시즌이면 늘 불거지는 '연예인 특정 정당 지지 논란'. 특히 지난해 12·3 계엄 사태를 이후로 가수 이승환과 JK김동욱, 배우 이원종 등이 자신이 지지하는 당을 공개하며 한 나라 시민으로서의 의견을 표출해 왔다. 당시 이들에게 큰 질타는 없었다.

하지만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는 아이돌부터 배테랑 방송인까지 빨간색이나 파란색이 포함된 사진을 게시물로 올렸다가 지우고, 해명하고, 고개를 숙이는 일이 적지 않았다. 특정 정당을 공개 지지했던 연예인들 앞에서는 쓴소리가 잠잠했으나 이들에게는 질타가 쏟아졌다. 스타의 정치색에 대한 여론의 반응이 이처럼 엇갈리는 이유가 뭘까.
카리나·빈지노·홍진경, 무심코 빨간 옷 입었다가 뭇매이번 대선에서 대중들의 쓴소리를 먼저 받은 건 그룹 에스파의 리더 카리나였다. 그는 지난달 27일 일본에서 자신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SNS에 업로드했다. 이 사진에서 카리나는 '숫자 2'가 크게 적힌 '붉은색' 점퍼를 입고 있었다.

대선을 일주일 앞둔 시점이었고, 빨간색을 상징으로 택한 국민의힘의 김문수 후보가 기호 2번 후보였기에 해당 사진을 두고 "카리나가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는 표현을 간접적으로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핫한 스타답게 논란이 커진 속도도 빨랐다. 이에 카리나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한 후 팬 소통 플랫폼을 통해 "전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며 "앞으로는 더 관심을 갖고 주의 깊게 행동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사진=카리나 SNS
사진=카리나 SNS
유명 래퍼도 예외는 아니었다. 카리나가 해프닝에 대한 입장을 밝힌지 이틀 뒤 빈지노는 "세계 뻘건디의 날"이라는 문구와 함께 국민의힘의 상징인 붉은색 옷을 입은 사진을 SNS에 게재했다. 특히 이날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첫날이었기에 이런 행동은 오해를 낳기 십상이었다.

대중들의 반응에 더 놀란 빈지노는 게시물을 빠르게 삭제한 후 "불편하셨던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정치적 의도는 정말 없었고 그저 가족이랑 보냈던 하루와 작업실에서의 순간들을 나누고 싶었던 마음이었다"고 해명했다.

빈지노는 "사전투표 기간이라는 타이밍 때문에 오해를 살 수 있었던 점, 충분히 조심하지 못했던 점 등 오늘 게시물은 저도 아쉽고, 부족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표현 하나하나 더 신중하게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사진=홍진경 SNS
사진=홍진경 SNS
베테랑 방송 경력을 자랑하는 홍진경도 예외는 아니었다. 홍진경은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2일 SNS에 여러 장의 사진들을 올렸다. 이들 사진에서 홍진경은 한 의류 매장을 방문해 붉은색 옷을 입어보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누리꾼이 이를 두고 "대선 하루 전날 홍진경이 붉은색 옷으로 정치색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에 홍진경은 "투표 기간에 오해받을 만한 행동을 하는 연예인들을 보며 안타깝다는 생각을 한 적이 많았는데 제가 이런 어리석은 잘못을 저지르다니"라고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홍진경은 "디자인이 재밌다는 생각에 사진을 올렸는데 컬러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해외에 있다 보니 긴장감을 잃었던 것 같다. 이유를 막론하고 무조건 제가 잘못했다"고 대중들에 거듭 사과했다. 또 "입이 열 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다", "명백히 제가 잘못한 일이다" 등의 문구를 적어 마치 대형 사고를 수습하는 듯 어쩔 줄 몰라 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승환·이원종·박해미, 공개적 유세+파란색 자랑에는 잠잠
사진=이승환 SNS
사진=이승환 SNS
가수 이승환은 달랐다. 12·3 계엄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촉구 집회에서 탄핵 찬성의 뜻을 내비쳤던 그는 사전투표 첫날 기다렸다는 듯 투표 사실을 인증했다. 이승환은 후보자를 뽑는 데에 큰 고민이 없었다는 듯 "다른 날보다 일찍 일어났다"며 "평화를 일구고 경제를 일으킬 유능한 일꾼을 뽑는다는 일념에 가슴이 일렁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투표 인증 사진에서 이승환은 1번 이재명 후보가 소속돼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으로 셔츠와 모자를 코디했다. 자신이 어떤 정당을 지지하는지를 대놓고 드러낸 것.

이승환의 이 게시물에는 "개멋짐", "코디 완벽", "압도적 패션 센스" 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물론 보수 세력의 질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굳이 파란색ㅋ 방송인답지 않네", "이 민감한 시기에 생각 없네. 사과하세요" 등의 질타를 받긴 했으나 확성기처럼 퍼진 카리나, 빈지노, 홍진경에 비해서는 파장이 크지 않았다.

배우 이원종은 이재명 후보의 유세 현장을 찾아 단상에 올라 연설했다. 이재명 후보의 이름이 새겨진 티셔츠까지 입었음에도 대중들은 그의 특정 정당 지지에 분개하지 않았으며 논란으로 삼지도 않았다.

박해미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선거 당일 "오늘도 행복하세용"이라며 쨍한 블루빛 상하의를 착용해 지지 정당을 보란 듯 암시했다. 그런 박해미의 게시물에도 질타 대신 "극우들이 좌표 찍고 올 텐데 무시하세요. 멋지십니다", "쿨톤이셨군요. 아름답습니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심지어 파란색 하트들이 도배돼 놀라움을 자아냈다.
사진=박해미 SNS
사진=박해미 SNS
이처럼 연예인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혹은 지지한다는 '의심'을 받는 상황에 대해 대중이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며 그 배경이 궁금증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일부 연예인들이 정치적인 의사 표현에 대해 굉장히 조심하고 벌벌 떠는 모습을 보이는데, 오히려 당당한 모습이 대중들에게 쿨한 모습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는 "애초에 의사 표현을 할 생각이 없었던 연예인이 의도치 않게 논란이 되면 되레 고개를 숙이는 양상을 보인다"며 "이승환과 박해미 등 정치색을 보란 듯 드러내는 연예인을 지속적으로 비난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나, 해당 연예인 자체가 그러한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의 지지 정당에 대해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대중들은 그러려니 하고 반응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다연 텐아시아 기자 ligh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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