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소주전쟁'에서 투자 전문가를 연기한 배우 이제훈은 이같이 말했다. 막대한 돈이 오가는 금융업계 순간순간의 긴박함과 짜릿한 감정을 극 중 인물들은 욕설을 섞은 대사로 표현한다. 이제훈은 거친 말과 날카로운 눈빛으로 인물의 명석하고도 냉정한 면모를 보여준다.

"금융계에서 연줄 없이 밑바닥부터 성장해가는 치열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욕망을 가진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죠. 자신도 반칙을 쓰는 야비한 면모가 있지만, 또 그런 인물을 보면 '이건 아니지 않나' 생각하기도 해요. 돈도 벌고 싶으면서 양심의 가책도 느끼는 인물이죠."
최인범은 미국에서 10년간 생활했고, 미국, 한국, 홍콩을 오가면서 일한다. 이에 이제훈은 영어 대사가 많았지만, 유려하게 소화해냈다.
"실제로는 영어를 잘 못 합니다. 하하. 영어를 유창하게 하고 프로페셔널한 인물로 보이길 원했어요. 끊임없이 대본을 보고 영어 선생님의 가이드 목소리를 계속 들었어요. 발음과 속도를 느리게도 했다가 빠르게도 했다가, 다양하게 연습하면서 최대한 완벽하게 해내려고 노력했어요. 현장에서도 많이 응원해 주셨습니다. 다들 긍정적으로 바라봐 주셔서 힘들었지만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중학생 때부터 20대 초반인 2003년쯤까지 가계에 위기가 있었어요. 자영업을 하던 아버지께서 힘드셨고,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죠. 그래서 이 이야기가 남 일 같지 않고 피부로 와닿았어요.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과 비교해 봤을 때 달라진 부분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어요. 세상은 많이 발전했는데도 불구하고 도덕적 해이가 있는 상황들이 여전히 팽배해요. 많은 분이 영화를 통해 공감할 수 있을 겁니다. 영화가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엔터테이닝적인 측면에서도 오래 꺼내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남기를 바라고, 또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선배님은 현장에서도 유머러스하고, 특히 출중한 언어유희 능력이 있잖아요. 덕분에 웃는 시간이 많았어요.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고 웃으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게 해주는 모습을 보며 닮고 싶다고 생각했죠. 촬영장이 아닌 사석에서도 똑같은 모습이에요. 저도 언어유희로 좌중을 들썩들썩 웃게 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하하. 선배님과의 작업은 긴장감보다 편안함이 있었어요. 계획된 대본과 스토리보드대로 찍다 보면 딱딱하게 표현될 때가 있는데, 선배님과 함께한 장면에서는 그런 부분들을 많이 깰 수 있었어요. 자유롭게 해답지를 찾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저한테 귀감이 됐죠."

"'일은 일이고, 내 삶은 내 삶'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사는 게 조금 더 온오프가 확실한 것 같아요. 그게 제가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데 용이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배우 일을 하면서 동시에 매니지먼트도 운영하다 보니 이제는 일이 저이고, 제가 일인 것 같아요. 배우를 떼고 인간 이제훈을 설명하라고 하면 별로 말씀드릴 게 없는 것도 사실이에요. 하하. 한편으로는 애석하지만, 그것 역시 제가 선택한 삶이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함께하고 있는 회사 식구들이 충분한 휴식과 워라밸을 누렸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항상 해요. 하지만 저를 돌아보면, 지금 정신없이 활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년 스케줄이 없다는 사실에 불안해하죠. 혼란스러운 면이 있어요.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 나갈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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