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사진=텐아시아DB
영화 '소주전쟁'은 목구멍을 달큰하고 알싸하게 넘어가는 소주 같은 맛이 있는 작품이다. 각자의 신념대로 치열하게 사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일과 인생 중 어디에 얼마큼의 가치를 두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적당한 무게감과 배우들의 열연이 영화에 몰입하게 한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속 '국민소주' 국보소주를 판매하는 국보그룹이 자금난에 휘청거린다. 이때를 노리고 글로벌 투자사 솔퀸이 자문해주겠다는 명분으로 국보그룹에 접근한다. 국보그룹 재무이사 표종록(유해진 분)은 회사를 살려보겠다는 일념으로 솔퀸의 최인범(이제훈 분)에게 의지한다. 한평생 몸 바친 국보그룹을 지키려는 표종록과 국보그룹을 삼키려는 야심을 숨긴 최인범. 서로 다른 목적의 두 사람은 소주 하나로 점차 가까워진다.
'소주전쟁' 포스터. / 사진제공=쇼박스, 더램프
'소주전쟁' 포스터. / 사진제공=쇼박스, 더램프
'소주전쟁'은 파산 위기의 국보그룹을 두고 지키려는 자와 삼키려는 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한국의 진로그룹이 1997년 IMF 외환위기 속 부도난 뒤 2005년 미국의 골드만삭스에 매각된 실화를 모티브로 창작된 작품이다. 영화는 한국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것 중 하나인 소주를 소재로 했다. 관객들이 충분히 친근하고 흥미롭게 접근할 요소다.

영화는 표종록과 최인범이라는 두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회사가 곧 인생'인 국보그룹 재무이사 표종록과 '일은 일, 인생은 인생'인 솔퀸 최인범. 둘은 서로 다른 가치관을 지녔다. 표종록은 세상 물정에는 둔하지만 자신의 전부인 회사에 우직할 만큼 충성하는 인물이다. 반면 최인범은 야망 가득하고 다소 냉철한 인물이다. 영화는 두 인물을 통해 외환위기라는 사회의 큰 시류 속 변화하는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두 사람의 가치관은 비록 충돌하지만, 주어진 인생을 자신만의 방식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그 과정에서 소주를 매개로 인간적인 정을 나누는 모습이 뭉클함을 선사한다.
'소주전쟁' 스틸. / 사진제공=쇼박스, 더램프
'소주전쟁' 스틸. / 사진제공=쇼박스, 더램프
배우들의 연기는 출중하다. 유해진 특유의 구수하고 인간미 넘치는 열연은 소주 한 잔을 절로 생각나게 한다. 이제훈은 많은 양의 영어 대사도 자연스레 소화해냈다. 유해진과 이제훈 사이에 피어나는 진한 브로맨스로 보는 재미를 더한다. 국보그룹 회장 역 손현주와 변호사 역 최영준의 연기는 영화의 밀도를 높인다. 극 중 이기적이고 도덕성이 결여된 캐릭터로 등장하는 둘은 인간의 탐욕과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영화는 오락적인 요소도 갖췄다. 경영권을 놓고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과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갖은 인간 군상이 흥미롭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