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큰하고 쌉쌀한 인생의 맛이 담겼다. 영화 '소주전쟁'이 소주를 통해 사람과 삶의 가치를 살펴본다. 배우들은 촬영 중 실제로 한두 잔의 소주를 마시며 실감 나는 장면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29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소주전쟁'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배우 유해진, 이제훈, 손현주, 바이런 만이 참석했다.

'소주전쟁'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소주 회사가 곧 인생인 재무이사 표종록과 오로지 성과만 추구하는 글로벌 투자사 직원 최인범이 대한민국 국민 소주의 운명을 걸고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유해진은 회사가 곧 인생인 국보소주 재무이사 표종록 역을 맡았다. 그는 "생각할 부분이 많은 영화라 생각했다. '오락영화 잘 봤다'고는 하지 않을 것 같다. 저는 약간의 숙취가 있는 영화 같다. 어제 먹고 오늘 말짱한 영화가 아니라, '어제 무슨 일이 있었나' 생각할 수 있는 영화 같다"라고 영화 속 메시지를 되짚었다.

극 중 술 마시는 장면이 많은데, 유해진은 실제로 취한 듯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모습을 보여준다. 유해진은 "분장도 했고 촬영에 지장 없을 만큼 한두 잔 정도는 먹었다. 기분을 내기 위해서"라며 웃었다.

이제훈은 국보그룹 M&A를 진행하는 글로벌 투자사 솔퀸의 최인범을 연기했다. 그는 "글로벌 투자사 직원 역인데, 경제적으로 금융적으로 지식이 많은 친구다. 경제지를 많이 봤다. 한국이 힘들었던 IMF 시절 기록을 많이 찾아봤다. 영화가 모티브로 한 사건 외에도 수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싶더라. 실제 일어났던 일들을 체감하며 준비했다"라고 밝혔다.

영어 대사가 상당했던 이제훈은 "부담됐던 부분은 어려운 영어 대사가 많았다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어떻게 잘 소화할지 고민이 많았다. 선생님에게 발음, 속도 등을 자문, 코칭 받아서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달달 외웠다"라고 전했다.

이제훈은 "영화에 '부드럽고 프레시하다'는 대사가 있다"며 '소주전쟁'만의 매력을 꼽았다. 그는 "저는 이 영화를 보며 '계속 마시고 싶다'고 느꼈다. 볼수록 끌리는 점이 많다. 한국이 이렇게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인데, 지금과 비교해보면 어떤 차이가 있나 생각도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동시에 최근 제가 시청자들에게 선보였던 '협상의 기술'과 '소주전쟁'은 M&A라는 소재의 공통점이 있어서 스토리 전개를 비슷하게 느낄 수 있겠지만 캐릭터적으로는 다르다. 영화는 좀 더 함축적으로 보는 관객들에게 질문을 많이 던지는 것 같다. 그 명제는 '일과 삶에 있어서 당신은 어떤 가치를 갖고 살아가고 있는지'다"라고 강조했다.

촬영하며 실제 술을 마시기도 했냐는 물음에는 "촬영 때보다 홍보 콘텐츠 촬영할 때 마실 일이 있었다. 오랜만에 마시니 기분 좋았다. 영화에서 탑소주가 나오는데 실제로 출시돼서 사람들이 맛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손현주는 파산 위기에 몰린 국보그룹 회장 석진우로 분했다. 그는 "제가 술을 즐겨하는 사람이라 말씀드리자면, 저는 술을 먹지 않는다. 말을 먹는다. 끝나고 나서도 말을 많이 먹을 것이라는 말을 드린다. '소주전쟁' 사랑해달라"고 부탁해 웃음을 자아냈다.

손현주는 유해진과 주로 연기 호흡을 맞췄다. 그는 "유해진과 다시 만나면 좋겠다. 밖에서는 동료이자 친구로 가끔 만나는데, 안에서 유해진의 모습이 상당히 진중하고 치밀하더라. 많이 연구하는 사람이더라"고 칭찬했다.

바이런 만은 글로벌 투자사 솔퀸의 홍콩 본부장 고든 역으로 출연했다. '소주전쟁' 촬영 이후로는 처음 한국을 방문한 그는 "멋진 한국 배우들과 촬영한 기간은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년 만에 다시 한국에 오니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하다. 이렇게 멋진 배우들과 함께해서 영광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바이런 만은 '소주전쟁'이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소주를 소재로 한 스릴러 드라마"라며 "시대적 배경을 고려한다면 신과 구의 가치, 서양과 동양의 가치 등 서로 다른 가치를 보여주는 영화라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연기 호흡을 맞춘 이제훈에 대해서는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고 나보다 영어를 잘하는 것 같다. 준비성이 철저하더라. 기억이 오래갈 것 같다"라고 칭찬했다.

바이런 만은 할리우드와 다른 한국의 영화 작업 시스템에 관해 이야기했다. 바이런 만은 "영화 프로덕션을 방문했는데, 영화 내용이 스토리보드에 담겨 있었다. 할리우드에서는 영화 전체를 스토리보드에 담아주지 않는데, 이 스토리보드대로 찍는 시스템이 신기했다. 촬영이 끝난 후 현장에서 편집해 주는 분이 늘 상주해 있었는데, 촬영 후 보는 것도 할리우드에서는 익숙하지 않아서 인상적이었다"라고 말했다.

2023년 7월 촬영을 마친 '소주전쟁'은 크레딧에 감독직을 비워뒀다. 시나리오 크레딧 및 저작권 분쟁 문제 때문이다. 앞서 제작사 더램프는 "감독(최윤진)이 단독 각본이라 속였고, 나중에 원안자가 따로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서로의 신뢰가 무너졌고, 1차 편집본 역시 형편없어서 더 이상 맡길 수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최씨는 법원에 감독계약해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지난 27일 서울지방법원은 제작사의 '소주전쟁' 감독 해임이 부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제작사는 최씨의 기여도를 감안해 영화 크레딧에는 '현장 연출'로 이름을 올렸다.

배우들은 '소주전쟁'만의 매력을 꼽으며 관람을 당부했다. 이제훈은 "배우들의 앙상블을 만끽할 수 있는 영화다. 눈앞에서 그 사람의 눈동자와 피부, 숨소리를 느끼긴 힘들지 않나. 영화관에서는 느낄 수 있다"라며 "그 시절 저렇게 열심히 산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공감하고 경험해 보며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싶다"라고 바랐다. 바이런 만은 "나라에서 중요한 소주를 다뤘고, 이런 영화를 한국뿐 아니라 할리우드에서도 요즘 보기 힘든 것 같다. 사람들은 짧은 영상이나 틱톡 등에서 보는 콘텐츠를 찾는데 이런 장편 영화가 드문 것 같다. 한 나라의 문화, 가치, 사람들의 생각에 대해 다루는 영화다. 나라의 자산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소주전쟁'은 오는 30일 개봉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