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피라미드 게임' 리뷰
김지연, 장다아, 류다인, 신슬기, 박나언 신예들의 반란
김지연, 장다아, 류다인, 신슬기, 박나언 신예들의 반란

"괴물도 옮아. 누군가 마침표를 찍어줘야 끝낼 수 있어" '피라미드 게임'은 폭력의 발현과 전염성에 대해 꼬집는다. 미처 보지 못했던 자그마한 불씨는 빠르게 타올라 모든 것을 집어삼킬 큰 불이 되고야 만다. 사회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학교 안, 은밀하지만 위태로운 '괴물 놀이'가 지속된다.
직업 군인 아버지의 매번 바뀌는 발령지 탓에 전학이라면 신물이 날 정도로 많이 해본 성수지(김지연)는 백연여고 2학년 5반에 배정된다. 성수지는 반 분위기를 빠르게 스캔하고, 어울려야 할 부류와 아닌 부류를 구분하는 눈치를 탑재한 상태다. 하지만 무슨 일일까. 백연여고 2학년 5반은 뭔가 다르다. 외딴섬처럼 별관에 동떨어진 것도 꺼림직한데, 알 수 없는 적대심과 경계가 반 내부를 휘감는다.

모두가 F등급인 성수지를 미워하지만, 백하린(장다아)만은 "네 잘못이 아니야"라며 토닥인다. 긴 웨이브 머리에 단정한 가디건, 뽀얀 피부의 백하린은 완전무결한 인물처럼 보인다. '장원영의 친언니'로 주목받은 장다아는 '피라미드 게임'을 통해 첫 연기 데뷔를 했음에도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든다. 백하린에게는 의지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성수지는 촉이 온 듯 묘한 느낌을 받는다. 명자은에게서 풍기는 담배 냄새와 백하린의 체취가 비슷했던 것. 연예계 데뷔를 앞둔 연습생 임예림(강나언), 틈이라곤 보이지 않는 반장 서도아(신슬기)를 의심했지만, 보호색 속에 숨어 '피라미드 게임'을 만든 것은 바로 백하린이었다.


뒤틀릴 대로 뒤틀린 백하린은 우위에서 상대를 내려다본다. 점심시간, 무리를 지어 밥을 먹는 학우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거나 폭력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B등급 방우이에게 "그런 이야기를 왜 나한테 해"라며 선을 긋는 영리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보이지 않는 왕좌 위에 오른 백하린은 백성을 군림하듯, 학우들을 지배하고 2학년 5반이라는 견고한 성벽을 쌓아놓는다. "그럼 주제 파악 좀 해줄 수 있어?"라며 방우이를 짓누르는 백하린의 심리에 깔린 태도는 무엇일까.


'피라미드 게임'은 백연여고 2학년 5반이라는 잔혹한 사회의 축소판 안에서 약자와 강자라는 굳건한 계층이 어떻게 무너질 것인지를 그리고 있다. 신예 '장원영 친언니' 장다아, '솔로지옥2' 신슬기, JTBC '18어게인'(2020)으로 데뷔한 류다인, tvN '블라인드'(2022)로 첫발을 내디딘 강나언과 여기에 tvN '스물 다섯, 스물 하나'(2022)의 고유림 역으로 청춘의 초상화를 그려낸 우주소녀 출신 김지연까지. '괴물이 될 것인가' 혹은 '괴물을 만들어낼 것인가' '피라미드 게임'은 보편적이지 않은 소재 안에 가장 은밀한 진실을 숨겨두고 있다.
티빙 오리지널 '피라미드 게임' 총 10부작. 2024년 2월 29일 공개.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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