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여정의 입담에 눈길이 가는 이유

아시아 배우로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것은 영화 '사요나라'(감독 말론 브란도)로 1958년 제30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우메키 미요시(Miyoshi Umeki) 이후, 64년 만이었다. "여우조연상에 오른 다섯 후보들은 각자의 영화에서 다른 역할을 해냈다. 내가 운이 좋아서 이 자리에 서게 된 것 같다(중략) 故 김기영 감독님에게도 감사를 전하고 싶다. 그는 나의 첫 영화를 연출했던 나의 첫 번째 감독님이다"라고 했던 윤여정의 수상 소감은 아직 잊히지 않는다. 기록적인 업적만큼이아 윤여정을 수식하는 키워드는 솔직한 입담. 그녀의 사랑스러움과 아우라는 거침없지만 무게감 있는 말들에서 나오는지도 모른다.
◆ 영화 '도그데이즈'(2024) 출연? 김덕민 감독과의 의리로
"이번에는 감독님만 보고 했다"

한번 한 약속은 지킨다는 윤여정은 "산 좋고 시나리오 좋고 역할 좋고 감독 좋고 이런 영화 나한테 안 온다. 내가 나이가 몇 살인데 그런 역할이 오겠나. 내가 감독을 도와준다고 하면 그 약속을 지킨다. 그거 하나만 봐야 한다. 걔하고 나하고 손 꼭 붙잡고 전우애가 있다. (김덕민) 감독이 인품이 정말 훌륭했다"라고 이야기했다.
◆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회고
"나는 롤모델이 없었다. 흘러가는 대로 가려 한다"

아카데미에서 여우조연상 수상 이후에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는 윤여정은 "상이라는 것은 참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봉준호라는 사람이 문을 두드렸고 어떻게 그 시기에 운이라는 게 딱 맞아떨어져서 내가 불가사의하게도 그 상을 받게 된 거라고 생각한다. 기쁜 일이지만 사고 같은 거였다. 그것에 매달려 있으면 앞으로 진행을 못 할 것 같다. 기쁜 사고라고 생각하고 내 일상을 살 수 있었다"라며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솔직함과 유머러스함의 이유에 대해선 "정직과 솔직은 다르다. 솔직함으로써 남에게 무례할 수 있다. 솔직히 자랑은 아니다. 내가 유머 감각이 있다면 너무 어렵고 힘들게 살아서 모든 걸 웃자고 생각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일 거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명언처럼 너무 힘들고 더럽게 살아서 나오는 농담들이다"라고 전했다.
◆ 2023년 28th BIFF '액터스 하우스, 윤여정'에서의 겸손한 태도
"나는 결점도 많고 존경받을 만한 사람 아냐"

400여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을 관객들에게 윤여정은 "나를 아느냐, 이곳에 왜 왔냐"라고 물었고, 관객들은 "빛나서", "거침없어서", "존경스럽다"라고 답변했다. 이에 윤여정은 "존경은 하지 마라. 나는 결점도 많고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다. 나는 연기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데 여러분은 예능에서 본 나, 특히 명언하는 사람으로 보더라. 그게 어떻게 명언이 됐는지 모르겠다. 오늘 여기서 나가면 전해 달라. '그 여자 별거 없더라' 이렇게"라고 말하는 재치를 보여주기도 했다.
감히 윤여정이 롱런하는 이유를 말해보자면, 자신이 짊어진 상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늘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솔직한 입담은 지금을 살아가는 이 시대의 청춘들과 젊은이들에게 위안과 안도가 되는 것만 같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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