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EFA 챔피언스리그가 세계 최고의 경기를 보여줄 수 있는 건, 프리미어리그, 프리메라리가, 세리에 A를 비롯한 유럽 주요 리그에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축구 시장에서의 이적이란 결국 알만한 구단들끼리 알만한 선수들을 데리고 진행하는 것이라 할 수도 있겠다. 이번 챔스 16강에서 만난 팀들 역시 서로 여러 선수를 주고받으며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맺고 있는 복잡한 사연을 정리할 픽션을 준비했다. 과연 이 얽히고설킨 관계는 챔스 이후 다시 어떻게 재편될 수 있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어쩌면 16살의 소년을 가족으로부터 빼앗아온 것부터 잘못일지 모른다. 덕분에 업계에서 유괴범 소리도 들었다. 벵사장은 새하얀 백발을 쓸어 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자기합리화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당시 바르샤는 어린 세스크를 잘 챙기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은 이 아이를 누구보다 잘 키울 자신이 있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어쨌든 자신은 이제 낳은 정보다 더한 기른 정을 주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펩, 그녀는 집요할 거다. 퍼기 영감도 결국 바르샤 가문에게 피케를 놔주지 않았나. 머리가 아프다. 5분만, 5분만 자기 생각대로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헤이! 거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은 목소리가 들렸다. “뭐야, 울어?” 이런, 자신도 모르게 흘린 눈물을 다른 사람도 아닌 호날두에게 들키다니. 녀석은 여전히 페레즈의 오른쪽 자리에 앉아 한쪽 입초리가 올라가는 미소를 지었다. “차인 거야? 애인 있대? 골키퍼가 있어도 골 넣는 건 아무 문제없어. 나처럼.” 그 재미없는, 더 정확히는 재수 없는 농담에 까르르 웃는 건 역시 페레즈다. “역시, 우리 자기는 용돈 받는만큼 나를 즐겁게 해준다니까?” 아직 눈물이 멈추지 않은 벤제마를 두고 그녀의 차는 떠났다.
그리고 챔스 교차로
베일: “뭐야, 영감. 그쪽도 나한테 혼나보고 싶어?”
베총리: “어허, 가투소, 참아, 참아.”
구르퀴프: “어?”
베총리: “어? 너… 구르퀴프?”
구르퀴프: “어떻게 알아보시네요.”
베총리: “너… 전보다 훨씬 멋진 남자가 됐구나. 전에 내 곁에 있을 때는 마냥 꼬맹이인줄로만 알았더니.”
구르퀴프: “…”
풔엘: “자기야, 많이 기다렸어? 어, 아는 사람?”
구르퀴프: “아니야, 아니야. 우리 가던 길 가자.”
페레즈: “어이쿠, 이게 누구야. 헤어진 남자친구 붙잡고 울던 분 아니야?”
풔엘: “뭐요? 전에 나한테 그렇게 혼나고도 다시 찾아온 거예요?”
펩: “어이, 거기 페레즈. 라리가 그룹 인수 못한 화를 애꿎은 사람한테 푸는 거야? 차라리 나를 상대하지 그래?”
베총리: “허허허, 펩 여사. 오랜만이에요. 지난번에 우리 쪽에 보내준 즐라탄 덕에 요즘 살만합니다, 그려.”
벵사장: “뭐요, 그 잘나가는 즐라탄을 남에게 보내고선 우리 세스크를 내놓으라는 거요?”
펩: “이 무서운 사람, 언제 온 거예요. 우린 즐라탄 대신 따로 비야를 영입했어요.”
발렌시아: “우리 비야 내놔라!”
펩: “아이, 깜짝이야!”
페레즈: “뭐야, 펩 여사. 뒤처리가 깔끔하지 못하잖아?”
퍼기: “우리 호날두 내놔라!”
일러스트레이션. 이크종
글. 위근우 eight@
편집. 장경진 three@
일러스트레이션. 이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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