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체'는 정체불명의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한 초고층 빌딩에서 생존자들이 좀비 집단에 맞서 사투하는 이야기다. 제작비 약 170억 원이 투입된 작품으로, 해외 판매 호조에 힘입어 손익분기점 300만 명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연 감독은 전날 초등학교 5학년인 딸과 함께 슬쩍 극장을 찾아 극장 분위기를 살펴봤다.
"끝나고 나오는데 극장이 시끌시끌했어요. 관객들이 약간 상기된 듯한 느낌이 있더라고요. 극장에서 보고 싶었던 반응들이라서 좋았습니다."
"AI에 궁금증, 호기심이 있었어요. 구동 원리가 궁금했죠. AI는 집단 지성, 즉 데이터를 집단으로서 늘려가며 만들어내요. 보편성이 구동 원칙인 거죠. '그렇다면 휴머니즘은 무엇인가', '반대되는 건 무엇인가'를 생각하다 보니 '개별성'을 찾게 됐어요."
학습하는 좀비 집단의 기괴한 움직임은 현대무용팀과 협업해서 만들어냈다. 연 감독은 "기존 좀비가 개개인의 움직임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집단성이 중요했다. 현대무용팀을 섭외했다. 그들이 하던 형태가 추상적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는 거더라. 우리 영화 설정과 딱 맞았다. 협업 과정이 재밌고 좋았다"라고 돌아봤다. 극 중 좀비가 키보드 타자를 치는 장면은 어려웠다고 꼽았다.
"검색하는 좀비라니…. '우워어억' 짐승 같던 좀비가 갑자기 타자를 친다는 게…. 하하하하하. 무용수들이 '인간 같지 않게 치면 되지 않나'라고 하더라고요. 키보드 치는 동작을 만들어왔는데 재밌었습니다."
"극 중에서 권세정이 그렇게 똥밭에 뒹굴진 않아요. 그런데 다른 배우들도 보면 얼굴이 깨끗해요. 심지어 (구)교환이도 얼굴이 깨끗합니다. 전지현 배우도 같은 수준의 분장을 했어요. 우리가 차별한 게 있나 싶어서 살펴봤는데, 다른 사람도 다 깨끗하더라고요. 그 와중에 전지현만 유독 더 보인 거죠. 생긴 걸 그렇게 타고난 걸 어쩌겠어요? 하하."
어느덧 나이 50살을 바라보고 있다는 연 감독. 향후 10년의 창작 계획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군체' 홍보차 출연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번 영화가 안 되면 인디로 가겠다'고 했던 발언에 대해 "농담 반 진담 반이었지만, 사실 영화가 잘 돼도 인디로 가고 싶다"고 고백했다.
"과거 '돼지왕'이나 '사이비'를 만들었던 연상호가 지금 이 시대에 만들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저예산의 애니메이션 형식의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실낙원'이라는 작품도 했는데, 14회차 만에 찍었어요. 아예 다른 방식으로 작업한 거니 아예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죠. 그렇다면 아예 다른 결과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영화하는 게 재밌더라고요. 넷플릭스 작품, 극장용 영화를 10년 가까이 했다면, 또 10년은 신기한 작업들을 많이 하려고 합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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