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2016년 12월 31일, ‘무한도전’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MBC ‘무한도전’의 역사 프로젝트 ‘위대한 유산’ 특집이 31일 오후 베일을 벗었다. 다이나믹듀오 개코·도끼·딘딘·비와이·블락비 지코·위너 송민호 등 인기 래퍼 6인이 ‘무한도전’ 멤버들과 짝을 이뤄 ‘역사’를 주제로 힙합 공연을 선보였다. 더불어 넬의 김종완, 매드클라운, 밴드 혁오의 보컬 오혁, 이하이 등이 피처링으로 참여해 음악적 완성도를 높였다. 방송 직후 ‘무한도전’과 래퍼들이 선사한 음악은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함은 물론, 이날 오후 8시 공개된 음원 역시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역사’라는 큰 틀 안에서 이들이 노래한 테마는 다양했다.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안중근 의사, 윤동주 시인 등 역사적 인물을 그리는가 하면 현재 대한민국의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인 독도 문제를 전면에 다루기도 했다.

‘무한도전-위대한 유산’ 편은 그야말로 ‘예능 프로그램의 위대한 예’를 보여줬다. 음악적으로 퀄리티 높은 무대를 선보였음은 물론, 무대를 꾸민 연예인들을 비롯해 시청자들이 잊고 지내던 역사와 그 의미를 일깨워줬으며 현 시국에 지친 국민들에게 위로까지 안겨줬다.

특히 래퍼들은 진정성 있는 가사를 쓰기 위해 역사 공부에 매진했다. 이날 방송에는 곡 작업에 앞서 한국사 전문가 설민석의 강의를 듣는 비와이의 모습이 공개됐는데, 그는 “이제는 (설민석의) 멘트를 외울 정도”라고 자신했다. 개코와 지코 역시 각각 윤동주 시인과 세종대왕에 ‘척척박사’가 된 모습을 보여 놀라움을 자아냈다. 딘딘은 독도를 주제로 곡을 썼는데, 가사 중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임을 증명해주는 중요한 문서인 ‘태정관 지령문’을 언급해 설민석으로부터 극찬을 들었다. 특히 유년기를 해외서 보내 한국사에 서툰 도끼는 유재석으로부터 역사 서적을 선물 받아 공부에 매진했고, 설민석 역시 그를 두고 “처음에는 상태가 (열악했으나), 지금은 열등생 아닌 100점 짜리 (역사) 우등생”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의 공들인 무대가 더욱 빛난 것은 ‘역사’를 과거로 여기지 않았다는 데 있다. 서로 다른 인물 혹은 사건을 노래했으나 이들의 가사는 결국 ‘과거 위인들의 업적과 지혜로 오늘을 살아가자’는 결론으로 모아졌다.

현 시국을 빗댄 가사들도 눈길을 끌었다. 황광희X개코의 ‘당신의 밤’(Feat. 오혁)에는 “뒤돌아 걸어가는 시대 뒤에 고개 숙인 내가 밉다. 근데 난 아직 두려워 촛불위에 바람. 광장 위를 비추는 빛이 돼”라는 가사가 감동을 자아냈다. 일제 강점기, 윤동주 시인이 일평생 시로 쓴 죄책감을 오늘날에 비춘 것. 정준하X지코는 ‘지칠 때면’(Feat. 김종환 of 넬)에서 “난 글도 읽을 줄 알면서도 보지 못했어. 눈앞에 놓인 현실을 말이야. 우린 상처 난 거지 화난 게 아냐”, “바쁘면 얼마나 바쁘겠니. 그가 한 업적의 반은 되니. 누구 하나 빠트리지 않은 대신 평생을 고민에 잠겨 지내신 세종”이라는 뼈 있는 가사를 선보여 의미를 더했다. 박명수X딘딘의 ‘독도리’(Feat. 매드클라운)는 “일본에서 독도 공개 토론회는 어때?”, “예전의 잘못들을 다 숨기네. 이제는 너희가 고개를 숙일 때”와 같은 가사로 통쾌한 한방을 선사했다.

‘무한도전’ 측의 무대 연출도 감동을 더했다. 노란색으로 밝게 빛난 등을 천장에 달았고, 관객들의 손에는 촛불 모양의 응원봉이 쥐어졌다. 공연이 진행된 스튜디오가 마치 광화문 광장이 된 것 같았다. 관객들 역시 의미있는 무대에 함성과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개코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미래에는 오늘이 곧 역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먼 훗날, 2016년 12월 31일 역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을 터. 그날의 기록에는 반드시 ‘무한도전-위대한 유산’ 특집의 감동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무한도전-위대한 유산’ 특집의 음원 전곡은 방송 직후인 오후 8시부터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됐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