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TSEYE 'WILDWORLD Tour' Poster and Sabrina Carpenter's 'Short n' Sweet Tour Even Sweeter' Poster / Web Capture
KATSEYE 'WILDWORLD Tour' Poster and Sabrina Carpenter's 'Short n' Sweet Tour Even Sweeter' Poster / Web Capture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가 멤버 메간의 뇌진탕 부상으로 북미 투어 중 3개 도시 공연을 잇따라 연기하면서, 아티스트를 한계로 몰아넣는 과밀 스케줄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동시대 서구 팝스타들과 K팝 베테랑 그룹의 실제 일정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본질적인 문제는 단순히 '공연 횟수의 과다'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난 3일 디트로이트 공연이 시작 불과 30분을 앞두고 취소된 데 이어 시카고, 미니애폴리스 공연까지 줄줄이 멈춰 섰다. 지난 8월 올리비아 로드리고 페스티벌 직전 겪었던 발목 부상에 이은 악재다. 여기에 마논과 소피아마저 건강 악화로 투어에서 차례로 이탈하며 팀은 4인 체제로 버텨내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숨 가쁜 행보와 건강 이상으로 인한 차질은 캣츠아이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사브리나 카펜터와 두아 리파 등 영미권 팝스타들은 물론, 10년 차에 접어든 K팝 대표 주자 트와이스 역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 왔다. 차이는 '단순 횟수'가 아닌 투어의 '물리적 동선'과 팀의 '체화된 내공'에 있었다.
TWICE 'This Is For' NA Tour Poster and Dua Lipa's 'radical optimism tour' Poster / Web Capture
TWICE 'This Is For' NA Tour Poster and Dua Lipa's 'radical optimism tour' Poster / Web Capture
캣츠아이는 10월 13일부터 11월 28일까지 약 7주간 북미 19개 도시에서 21회 공연을 이어가는 강행군을 택했다. 거의 매일 짐을 싸서 다른 주로 이동해야 하는 고강도 동선이다.

반면 사브리나 카펜터의 2025년 'Short n' Sweet' 북미 피날레 투어는 총 17회로 횟수는 비슷했으나, 방문 도시는 뉴욕 메디슨 스퀘어 가든(5회), LA 크립토닷컴 아레나(6회) 등 단 5개 거점 도시에 집중됐다. 두아 리파의 'Radical Optimism' 투어 역시 대도시 다회차 공연 방식으로 체력 소모를 분산했다. 투어의 물리적 피로도는 단순한 무대 수가 아닌 '이동의 밀도'에서 갈린 셈이다.

글로벌 프로모션의 압박 강도 역시 서구 정상급 아티스트들과 궤를 같이한다. 캣츠아이가 그래미 어워드, 코첼라, 국내 음악방송, 미니 3집 'WILD' 발매를 넘나들었다면, 카펜터 역시 투어 재개 닷새 전 'SNL' 호스트와 MTV VMA 무대를 병행했다. 두아 리파 또한 패션 캠페인과 자체 미디어 플랫폼 사업을 월드투어와 동시에 가동했다.
TWICE At the Victoria Secret Fashion Show 2025 / Web Capture
TWICE At the Victoria Secret Fashion Show 2025 / Web Capture
특히 캣츠아이와 트와이스가 보여준 10월의 궤적은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트와이스는 싱가포르 공연 직후 4명의 멤버(나연, 모모, 지효, 쯔위)가 뉴욕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 무대에 섰고, 이틀 만에 귀국해 10주년 팬미팅을 치른 뒤 말레이시아로 떠났다. 캣츠아이 역시 애틀랜타 콘서트 직후 전원이 LA 빅토리아 시크릿 런웨이 공연을 소화하고 이틀 뒤 샬럿 아레나 무대로 복귀했다.

그러나 위기 대처와 내구성의 차이는 뚜렷했다. 트와이스는 정연, 채영(미주신경성 실신), 다현(발목 골절), 미나 등이 부상과 질환으로 이탈할 때마다 공연 취소 대신 '유닛 체제 완주'를 택했다. 반면 캣츠아이는 결손 인원이 늘어난 끝에 결국 공연 잠정 연기를 선언했다.

이 차이를 단순한 책임감이나 시스템의 우열로 환원할 수는 없다. 결정적인 변수는 '경력의 깊이'다. 2015년 데뷔해 10년에 걸쳐 글로벌 투어 인프라를 체화한 트와이스나 장기간 단계적 성장을 밟은 카펜터·두아 리파와 달리, 캣츠아이는 2024년 갓 데뷔한 신인이다.
Sabrina Carpenter in Bogota 2025 / @sabrinacarpenter on Instagram
Sabrina Carpenter in Bogota 2025 / @sabrinacarpenter on Instagram
투어 생활의 생체 리듬조차 채 자리 잡지 않은 상태에서 K팝 특유의 집약적 트레이닝·홍보 방식과 영미권 아레나 투어의 장거리 이동 압박을 동시에 짊어졌다. 아무리 뛰어난 잠재력을 지녔더라도, '성장의 속도'가 아티스트 개인의 '신체적·심리적 적응 속도'를 지나치게 앞지르면 시스템은 붕괴 위험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공개된 일정표는 빙산의 일각이다. 비공개 연습, 시차 적응, 장거리 비행, 섭외 촬영 등 장막 뒤의 보이지 않는 노동은 장부상 수치에 잡히지 않는다.

캣츠아이의 잇단 공연 연기가 던진 진짜 화두는 "다른 가수보다 일을 더 많이 했는가"가 아니다. K팝과 팝 음악계의 문법을 동시에 흡수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신인 아티스트에게, 그 폭발적인 확장 속도를 뒷받침할 유연한 휴식과 회복의 안전판이 제대로 설계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다.

Guzman Gonzalez Hannah 텐아시아 기자 hannahglez@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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