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은 수능만큼 치열한 수능 출제의 현장을 합숙 코미디로 비틀었다. 출제를 위해 40일간 외부와 격리된 출제 본부에 합류한 국어 교사 맹보람(이선빈 분)이 오류 없는 문제를 내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통해, 철통보안 속 출제위원들의 인간적인 애환과 웃픈 현실을 유쾌하게 포착했다.
예능가에서도 입시 전쟁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채널A '티처스3 : 재수전쟁'은 100명의 재수생이 펼치는 입시 서바이벌이라는 포맷을 취했다. 정승제, 유대종, 김지영 등 일타강사진 '티벤져스'의 솔루션 아래 성적 향상과 합격을 두고 벌어지는 승부는 웬만한 오디션 프로그램 이상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5000대 1의 바늘구멍을 뚫어야 하는 취업 시장의 비정함을 다룬 미스터리 영화 '최종면접'까지 가세하며, 한국 사회의 관문형 경쟁은 장르를 불문하고 쏟아지는 추세다.
접근 방식의 진화도 눈에 띈다. 과거 'SKY 캐슬'이나 '일타 스캔들'이 사교육 카르텔과 가족주의, 학벌주의를 꼬집는 사회 드라마의 형태를 띠었다면, 최근 작품들은 입시와 경쟁 그 자체를 스릴러, 코미디, 서바이벌 예능의 순수한 장르적 장치로 활용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재수와 N수가 흔해지고 취업문까지 좁아진 현실도 이러한 소재에 힘을 보탠다. 10대부터 30대까지 젊은 세대가 겪는 불안과 경쟁은 허구보다 더 강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특히 수능을 보름 남짓 앞둔 지금은 시험과 입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다. 현실과 맞닿은 이야기가 더욱 직접적으로 와닿을 수밖에 없다.
한 번의 시험으로 당락이 갈리는 냉정한 현실은 콘텐츠로 옮겨졌을 때 강력한 서사가 된다. 수험생의 피를 말리던 '킬러문항'의 숨 막히는 압박감이,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는 대중을 사로잡는 '킬러콘텐츠'라는 무기로 탈바꿈한 셈이다. 다만 익숙한 현실을 자극적인 경쟁 구도로만 소비한다면 금세 진부해질 수 있다. 누구나 아는 현실을 얼마나 새롭게 비틀고 설득력 있는 공감을 담아내느냐에 따라, 이 도전들이 진정한 '킬러콘텐츠'로 합격점을 받을지 판가름 날 것이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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