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대리수능'은 대리 시험을 소재로 한 범죄 스릴러물이다. / 사진제공=티빙
티빙 '대리수능'은 대리 시험을 소재로 한 범죄 스릴러물이다. / 사진제공=티빙
한 번의 평가로 오랜 노력이 판가름 나고 다음 행로가 결정된다. 수능을 비롯해 취업에 이르기까지, 치열한 관문형 경쟁은 대다수가 공유하는 보편적인 경험이다. 대중의 즉각적인 몰입과 공감을 끌어내기 좋은 소재라는 점에서 최근 창작자들의 선택도 한층 잦아졌다. 특히 과거 입시 모순과 사교육을 꼬집는 사회 고발성 드라마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스릴러와 코미디, 서바이벌 예능 등 순수 장르적 재미를 극대화하는 핵심 장치로 변주되는 추세다.
킬러문항 대신 킬러콘텐츠…시험판에서 도파민 건져 올린 K-콘텐츠 [TEN스타필드]
오는 23일 공개를 앞둔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대리수능'은 수능을 범죄 스릴러의 무대로 끌어올렸다. 인생 역전을 꿈꾸는 인물들이 수능 당일 벌이는 속임수와 심리전을 다루며, 벼랑 끝에 몰린 청춘들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은 수능만큼 치열한 수능 출제의 현장을 합숙 코미디로 비틀었다. 출제를 위해 40일간 외부와 격리된 출제 본부에 합류한 국어 교사 맹보람(이선빈 분)이 오류 없는 문제를 내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통해, 철통보안 속 출제위원들의 인간적인 애환과 웃픈 현실을 유쾌하게 포착했다.

예능가에서도 입시 전쟁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채널A '티처스3 : 재수전쟁'은 100명의 재수생이 펼치는 입시 서바이벌이라는 포맷을 취했다. 정승제, 유대종, 김지영 등 일타강사진 '티벤져스'의 솔루션 아래 성적 향상과 합격을 두고 벌어지는 승부는 웬만한 오디션 프로그램 이상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5000대 1의 바늘구멍을 뚫어야 하는 취업 시장의 비정함을 다룬 미스터리 영화 '최종면접'까지 가세하며, 한국 사회의 관문형 경쟁은 장르를 불문하고 쏟아지는 추세다.
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에서는 수능 출제위원들의 분투를 그린다. /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에서는 수능 출제위원들의 분투를 그린다. /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바이포엠스튜디오
창작자들의 시선이 시험과 관문형 경쟁으로 쏠리는 배경에는 극적 긴장감을 손쉽게 끌어올릴 수 있는 서사적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수능은 'D-day'라는 명확한 카운트다운, '시험장'이라는 제한된 공간, 그리고 내가 붙으려면 누군가는 반드시 떨어져야 하는 냉정한 생존 룰이 지배한다. 시간 제한과 밀실, 극한의 서스펜스를 요구하는 스릴러, 미스터리 장르와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접근 방식의 진화도 눈에 띈다. 과거 'SKY 캐슬'이나 '일타 스캔들'이 사교육 카르텔과 가족주의, 학벌주의를 꼬집는 사회 드라마의 형태를 띠었다면, 최근 작품들은 입시와 경쟁 그 자체를 스릴러, 코미디, 서바이벌 예능의 순수한 장르적 장치로 활용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티처스3 : 재수전쟁'은 재수생들이 펼치는 입시 서바이벌이다. / 사진제공=채널A '티처스3 : 재수전쟁'
'티처스3 : 재수전쟁'은 재수생들이 펼치는 입시 서바이벌이다. / 사진제공=채널A '티처스3 : 재수전쟁'
입시와 경쟁을 전면에 내세운 콘텐츠가 잇따르는 배경에는 익숙한 현실에서 빠르게 공감대를 끌어내려는 전략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 시험과 입시는 누구나 한 번쯤 직접 겪었거나 곁에서 지켜본 경험인 만큼, 별다른 설명 없이도 관객을 이야기 안으로 끌어들이기 쉽다.

재수와 N수가 흔해지고 취업문까지 좁아진 현실도 이러한 소재에 힘을 보탠다. 10대부터 30대까지 젊은 세대가 겪는 불안과 경쟁은 허구보다 더 강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특히 수능을 보름 남짓 앞둔 지금은 시험과 입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다. 현실과 맞닿은 이야기가 더욱 직접적으로 와닿을 수밖에 없다.

한 번의 시험으로 당락이 갈리는 냉정한 현실은 콘텐츠로 옮겨졌을 때 강력한 서사가 된다. 수험생의 피를 말리던 '킬러문항'의 숨 막히는 압박감이,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는 대중을 사로잡는 '킬러콘텐츠'라는 무기로 탈바꿈한 셈이다. 다만 익숙한 현실을 자극적인 경쟁 구도로만 소비한다면 금세 진부해질 수 있다. 누구나 아는 현실을 얼마나 새롭게 비틀고 설득력 있는 공감을 담아내느냐에 따라, 이 도전들이 진정한 '킬러콘텐츠'로 합격점을 받을지 판가름 날 것이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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