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연애전쟁'이 이효리의 진정성 있는 조언에도 5개월 만에 막을 내린다. /사진제공=JTBC
'연애전쟁'이 이효리의 진정성 있는 조언에도 5개월 만에 막을 내린다. /사진제공=JTBC
JTBC 예능 '연애전쟁'이 종영을 코앞에 두고 자체 최저 시청률이라는 굴욕을 안았다. 지난 2일 방송이 1.2%를 기록하며 4주 연속 1%대에 머문 결과다. 자신의 상처와 아픔까지 꺼내 보인 'MC 이효리'의 진정성은 빛났지만, 진부한 포맷과 안전장치 없는 갈등 소모로 얼룩진 프로그램을 홀로 살려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이효리 진심이 아깝다…시청률 1%대 굴욕 퇴장, '연애전쟁'이 놓친 것 [TEN스타필드]
이별의 기로에 선 연인들이 출연해 관계의 지속 여부를 고민하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연애전쟁'은 첫 방송 전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이혼숙려캠프'의 기시감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스튜디오에서 VCR을 지켜보며 참견하는 MC 서장훈의 기용부터 갈등을 펼쳐놓는 문법까지 자사 대표 관찰 예능의 틀을 고스란히 답습했다. 법정 대신 '외교관'이라는 설정을 덧씌웠을 뿐, 자극적인 사생활 노출과 고성, 폭언, 알코올 중독 등 매운맛 갈등의 나열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함 대신 피로감만 안겼다.

수위 높은 갈등을 조율하고 봉합할 '전문가 안전장치'의 부재는 프로그램의 치명적인 한계로 작용했다. '이혼숙려캠프'나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이 이혼 전문 변호사나 정신과 전문의를 배치해 최소한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과 달리, '연애전쟁'에는 그 어떤 전문적 분석관도 없었다. 교제 60일 만에 과호흡 증세와 폭언을 쏟아내거나 주 6일씩 소주 4병을 들이붓는 알코올 의존증 등 명백한 치료 대상은 스튜디오 MC들의 리액션과 탄식, 선택의 소재로 소모됐다. 갈등을 여과 없이 내보내고 해결은 연인의 '만남 선택'이라는 모호한 결말에 떠넘겼다는 지적이 많다.
이효리의 진심 어린 조언에도 시청률 1%대를 기록 중인 '연애전쟁'. / 사진 제공=JTBC
이효리의 진심 어린 조언에도 시청률 1%대를 기록 중인 '연애전쟁'. / 사진 제공=JTBC
출연자의 진정성 논란 역시 치명타가 됐다. MBN '돌싱글즈' 출신으로 방송에 나선 심규덕, 이아영 커플은 전처와의 침대 사용 및 막말 등 살벌한 갈등을 연출하며 화제를 모았으나, 방송 전날 커플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실제로는 사이가 좋다"고 고백해 시청자 기만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는 제작발표회 당시 "가짜를 극도로 싫어하는데, 사연자들이 진짜 고민을 들고 오더라"며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앞장서 보증했던 이효리마저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프로그램의 잡음 속에도 빛난 건 이효리의 진심 어린 조언이었다. 이효리는 단순히 자극적인 영상을 관전하는 MC에 머물지 않고, 남모를 상처와 인간적인 어려움까지 털어놓으며 사연자들의 아픔을 보듬었다. 최근 회차에서는 남편 이상순의 투병 사실을 언급하며 "내 삶에 남편이 없으면 요가가 무슨 소용이고 방송이 무슨 의미인가 싶었다"며 인생의 우선순위를 짚어줬다. 또, 슈퍼스타로서 대중 앞에 설 때 느꼈던 자존감 하락과 괴리감을 고백하며 자학하는 출연자를 위로하기도 했다. 주 6일 폭음하는 사연자에게는 "나도 건강검진 받듯 정신과에 다닌다"며 동반 병원 치료를 단호하게 권유하는 등 누구보다 진정성 있게 프로그램에 임했다.
이효리가 정신과 상담, 이상순 투병 등을 언급하며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사진제공=JTBC
이효리가 정신과 상담, 이상순 투병 등을 언급하며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사진제공=JTBC
그러나 이효리의 날카로운 직언과 진심 어린 위로도 프로그램의 구조적 한계를 심폐소생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문제의 본질을 짚어내지 못한 채 말초적인 자극과 노이즈 마케팅에 기대어 표류한 기획은 시청자들의 외면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이효리라는 '흥행 카드'를 쥐고도 진부한 클리셰와 자극적인 갈등에 매몰된 '연애전쟁'의 끝은 결국 1%대 굴욕이었다. 출연자의 사연에 기대기 전에 프로그램 자체의 설득력과 안전망부터 구축해야 한다는 뼈아픈 교훈만 남긴 채, 시즌2조차 불투명한 상태로 마침표를 찍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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