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은진이 '너 말고 다른 연애'에서 열연을 펼쳤다. / 사진제공=KBS2 '너 말고 다른 연애'
안은진이 '너 말고 다른 연애'에서 열연을 펼쳤다. / 사진제공=KBS2 '너 말고 다른 연애'
'너다연' 안은진이 10년 연인 서강준과의 이별부터 새로운 사랑,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죄책감까지 마주하며 성장하는 인물의 서사를 완성했다.

안은진은 지난 25일 종영한 KBS2 주말 미니시리즈 '너 말고 다른 연애'(이하 '너다연')에서 한때 주목받는 영화감독이었지만 연이은 실패로 꿈과 자신감을 잃어가는 이미도 역을 맡았다. 오랜 연인 남궁호(서강준 분)와의 이별을 시작으로 새로운 관계와 과거의 상처를 마주하며 자신의 삶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냈다.
안은진이 '너 말고 다른 연애'에서 열연을 펼쳤다. / 사진제공=KBS2 '너 말고 다른 연애'
안은진이 '너 말고 다른 연애'에서 열연을 펼쳤다. / 사진제공=KBS2 '너 말고 다른 연애'
극 초반 이미도는 장편영화 데뷔가 번번이 무산되고 어렵게 합류한 상업영화에서도 하차하며 생계를 위해 성인영화 현장에 나서게 됐다. 일에서의 좌절은 연애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미도는 10년간 함께한 남궁호에게 "나 니 눈치 많이 봐. 눈치를 보면 볼수록 내가 초라해져"라며 먼저 이별을 고했다. 안은진은 꿈과 사랑 모두에서 자신감을 잃은 이미도의 복잡한 심경을 현실감 있게 표현했다.

한태승(이주안 분)과의 만남은 이미도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 남궁호와의 오랜 관계에 익숙해져 있던 이미도는 한태승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감정을 경험하며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타인의 시선이나 관계에 얽매이기보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법을 배워갔다.

이미도는 일에서도 변화를 선택했다. 청춘을 바친 영화 포스터를 찢으며 "미안해, 엄마 딸 패배자야"라고 말하는 장면은 오랫동안 붙잡아온 꿈을 내려놓고 새로운 출발을 결심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이미도는 유튜브 영상 제작사의 막내 직원으로 들어가 조명을 나르고 촬영 기술을 다시 배웠다. 한때 자신이 가르쳤던 스태프들에게 오히려 도움을 받는 처지가 됐지만, 자존심을 내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안은진은 낯선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미도의 모습을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짠하게 그려내며 공감을 이끌었다.

이미도가 오랫동안 짊어져 온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도 드러났다. 어린 시절 강릉 바다에서 물에 빠진 남궁호를 구하려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당시 아버지에게 남궁호를 구해달라고 매달렸던 이미도는 자신 때문에 아버지가 죽었다고 여겨왔다.

이미도는 "아빠를 죽게 한 사람, 남궁이 아니야. 나야"라고 고백하며 오랫동안 숨겨온 상처를 드러냈다. 이후 가족과 남궁호에게 과거의 일을 털어놓고 사과하면서 비로소 죄책감과 마주했다. 안은진은 담담하게 감정을 억누르다가 끝내 무너지는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남궁호와의 관계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서로 다른 사람을 만나며 자신의 감정과 상대의 마음을 돌아보게 된 두 사람은 결국 각자의 앞날을 위해 서로를 놓아주기로 했다.

최종회에서는 이별 2년 후 영화과 강단에 선 이미도의 모습이 그려졌다. 영화감독으로서 겪은 실패를 부정하거나 외면하는 대신 그 시간까지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한태승과의 관계에서도 먼저 감정을 표현하며 이전보다 주체적으로 변화한 모습을 보여줬다.

강릉 바다에서 물에 빠진 아이를 망설임 없이 구하는 장면은 이미도의 성장을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아버지를 잃은 기억과 죄책감에 오랫동안 붙잡혀 있던 이미도가 이번에는 직접 누군가를 구한 것. "우리가 만난 건 저주가 아니라 기적"이라는 말처럼 남궁호와의 인연을 더 이상 비극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게 된 이미도의 변화가 여운을 남겼다.

안은진은 이번 작품에서 실패와 이별, 죄책감을 겪으며 스스로를 되찾아가는 인물의 변화를 그려냈다. 특유의 생활감 있는 연기와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인물의 서사에 힘을 실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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