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인원 그룹이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은 최근 아일릿(ILLIT)의 사례에서도 드러났다. 5인조인 아일릿은 멤버 모카가 활동을 중단한 가운데 원희와 이로하까지 발목 부상을 입으면서 컴백 활동에 변수가 생겼다. 소속사 빌리프랩은 지난 29일 두 멤버가 최근 스케줄 중 발목을 다쳐 치료받았으며 회복 중이라고 밝혔다. 원희와 이로하는 부상에도 같은 날 열린 연세대학교 축제 무대에 올랐지만, 몸 상태를 고려해 동선과 안무 일부를 조정했다. 지난 26일 미니 5집 'BREAK EVEN'(브레이크 이븐)을 발매하고 신곡 '체포하겠어'로 활동을 시작한 지 사흘 만에 생긴 변수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A2O LITE와 함께 15인조 보이그룹 A2O SOUL도 선보였다. 에스파와 아일릿 등 소수 정예 그룹들이 성공을 거둔 상황에서도 일부 제작자들은 다시 많은 멤버를 활용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는 셈이다.
다인조의 가장 큰 강점은 퍼포먼스다. 하츠투하츠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FOCUS'(포커스)에서 8명의 멤버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군무를 선보였다. 멤버들이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가 다시 하나로 모이는 등 대형을 수시로 바꾸며 무대를 채웠다. 멤버 수가 많다는 특징을 안무에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A2O LITE는 데뷔곡으로 멜론 톱100 정상에 오르며 음원 성적에서도 주목받았다. 과거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 등 다인조 그룹을 제작했던 이수만 프로듀서가 다시 9인조 걸그룹과 15인조 보이그룹을 선보였다는 점도 흥미롭다. 여러 멤버가 만드는 화음과 군무라는 익숙한 K팝의 특징을 새로운 그룹에 적용했다.
멤버 수가 많다는 점은 팬덤을 넓히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노래와 춤, 외모와 성격 등 멤버마다 서로 다른 매력을 갖고 있어 팬들이 그룹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도 다양해진다. 특히 유튜브와 틱톡 등에서 멤버별 직캠과 숏폼 콘텐츠가 활발하게 소비되는 만큼 한 그룹 안에서도 여러 멤버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팬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
유닛 활동도 다인조가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멤버별 보컬과 춤의 강점을 조합해 새로운 무대를 만들거나, 일부 멤버만 참여하는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다. 여러 멤버가 같은 곡을 소화하면서도 서로 다른 조합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활동의 폭이 넓어진다.
멤버 공백이 발생했을 때도 상대적으로 대응할 여지가 있다. 4인조 그룹에서 한 명이 빠지면 전체 인원의 4분의 1이 공백으로 남지만, 8인조에서는 8분의 1이다. 남은 멤버들이 파트와 동선을 나눠 맡을 수 있는 선택지도 상대적으로 많다. 다만 핵심 보컬이나 주요 안무를 담당하는 멤버가 빠질 경우 다인조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단순히 인원이 많다고 활동 중단에 따른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다인조가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니다. 멤버가 늘어날수록 트레이닝과 숙소, 의상, 이동 등에 드는 비용이 커진다. 여러 명의 일정을 조율해야 하는 데다 무대에서 한 명에게 돌아가는 파트와 화면 노출 시간도 줄어들 수 있다. 멤버별 인지도를 고르게 높이는 일도 쉽지 않다.
최근 다인조 신인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지만 이를 K팝 전체가 다시 다인조 중심으로 돌아가는 현상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소수 정예 그룹의 성공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제작자들이 다인조의 장점에도 다시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같은 SM에서도 4인조 에스파와 8인조 하츠투하츠를 각각 선보인 만큼 멤버 수는 그룹의 음악과 콘셉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멤버 수 자체보다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소인원은 개개인의 존재감을, 다인조는 여러 멤버가 함께 만드는 무대와 다양한 조합을 강점으로 삼을 수 있다. 하츠투하츠와 튜이드, A2O LITE가 잇따라 등장한 가운데 이들이 다인조만의 매력을 지속적인 경쟁력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윤예진 텐아시아 기자 cristyyo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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