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정의 유노왓≫
그거 아세요?(you know what)
배우 이정은(왼쪽)과 박보경. / 사진=텐아시아DB, 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정은(왼쪽)과 박보경. / 사진=텐아시아DB, 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원작에서는 남성이었던 캐릭터가 여성 배우를 만나 새로운 매력을 얻었다. SBS '닥터X'의 이정은과 최근 종영한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의 박보경이 그 주인공이다. 두 배우는 성별이 바뀐 캐릭터에 각자의 해석을 더하며 원작과 차별화된 인물을 만들어냈다.
원래는 남자였는데 깜짝 변신…이정은·박보경, 연기력으로 증명한 각색의 힘 [TEN스타필드]
이정은은 SBS 금토드라마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이하 '닥터X')에서 의사 용역 소개소 소장 장희숙 역을 맡았다. 천재 외과의사 계수정(김지원 분)을 병원에 파견하고 그의 활동을 지원하는 인물이다. 돈에 밝고 능청스러운 성격이지만, 상황을 꿰뚫어 보는 판단력과 노련함을 갖췄다.

'닥터X'는 2012년 일본에서 첫 방송 된 동명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다. 일본판에서 장희숙에 해당하는 인물은 배우 기시베 잇토쿠가 연기한 남성 캐릭터 간바라 아키라다. 부드러운 말투와 여유로운 태도 속에 속내를 알 수 없는 면모를 지닌 인물로, 주인공 다이몬 미치코의 조력자 역할을 맡았다.

한국판은 해당 인물을 여성으로 바꾸면서 성격에도 변화를 줬다. 이정은이 연기하는 장희숙은 친근하고 호들갑스러운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내다가도 필요할 때는 냉철한 판단을 내린다. 이정은은 능청스러운 말투와 과장된 몸짓, 순간적으로 달라지는 눈빛을 활용해 인물의 양면성을 표현하고 있다.
배우 김지원(왼쪽)과 이정은이 SBS 드라마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텐아시아DB
배우 김지원(왼쪽)과 이정은이 SBS 드라마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텐아시아DB
성별 변화는 주인공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원작에서 남녀 간 조력 관계를 형성했던 구도는 한국판에서 여성 캐릭터 두 사람의 유대로 재구성됐다. 장희숙과 계수정은 단순한 고용 관계를 넘어 과거의 상처를 공유하는 사이다. 서로를 이해하면서도 때로는 부딪히며 극의 또 다른 서사를 이끌고 있다.

두 배우의 호흡은 방송 전부터 관심을 키웠다. 이정은과 김지원은 웹예능 '살롱드립'에 동반 출연하며 작품 밖에서도 친밀한 모습을 보여줬다. 극 중에서는 이정은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김지원의 직설적인 표현 방식이 대비를 이룬다. 앞서 '굿파트너'에서 여성 캐릭터 간 연대를 주요 서사로 내세웠던 SBS는 '닥터X'에서도 두 여성의 관계를 극의 강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작품 역시 흥행을 이어가며 관심을 얻고 있다.
배우 박보경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에서 부하 직원들과 회의하는 모습. / 사진=티빙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방송 화면 캡처
배우 박보경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에서 부하 직원들과 회의하는 모습. / 사진=티빙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방송 화면 캡처
박보경도 남성 캐릭터를 여성으로 재해석한 사례다. 그는 최근 종영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이하 '로또1등')에서 홍성인터내셔널 영업부 부장 박현숙을 연기했다. 회사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부하 직원들을 보호하고 조직 내 갈등을 조율하는 상사다.

원작 웹소설과 웹툰에서 해당 부장 캐릭터는 남성이었다. 그러나 드라마화 과정에서 여성으로 변경되면서 직장 내 리더십뿐 아니라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의 현실까지 담아내게 됐다. 윤영빈 감독은 대한민국 워킹맘의 모습을 작품에 반영하려는 취지로 성별을 바꿨고, 실제 두 아이를 키우는 박보경을 캐스팅했다.

박보경은 강단 있는 상사의 모습과 가족을 향한 미안함을 함께 표현했다. 직원들의 업무 능력을 인정하고 위기에서는 책임을 떠안지만, 집에서는 자녀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엄마이기도 하다. 특히 딸의 생일을 챙기려던 박현숙이 회사에서 걸려 온 전화 때문에 차를 돌리는 장면은 직장인과 엄마 사이에서 겪는 갈등을 보여줬다.

실제 워킹맘인 박보경은 해당 장면을 촬영하며 감독에게 워킹맘이 힘들고 지친 모습으로만 그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밝혔다. 어려움보다 그들이 감당하는 책임과 가치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을 바탕으로 박보경은 엄격한 상사와 인간적인 리더의 모습을 오가며 박현숙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이정은과 박보경이 맡은 인물은 성격도, 처한 환경도 다르다. 이정은은 원작의 미스터리한 남성 조력자를 능청스럽고 노련한 여성 소장으로 바꾸면서 김지원과의 워맨스를 형성했다. 박보경은 남성 중심의 회사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부장에게 워킹맘이라는 삶의 조건을 더했다.

두 사례 모두 성별 변경이 단순한 설정 변화에 그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원작에서 맡았던 역할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관계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오랜 연기 경험을 쌓아온 두 배우는 각자의 방식으로 캐릭터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원작과 다른 설정을 작품만의 강점으로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활약은 각색의 힘을 보여준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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