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방송된 '닥터X' 6회에서는 1980년 광주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은 오상범(하성광 분)이 환자로 등장했다. 당시 머리에 남은 총탄 파편으로 수십 년간 후유증을 겪어온 인물이다. 김지원이 연기하는 계수정은 오상범의 수술을 맡았고, 이후 전두환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가상의 전직 대통령 지두석이 같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해당 방송을 두고 일부 시청자들은 의학 드라마에 5·18 관련 이야기가 등장한 것이 갑작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 원작과 달리 한국판에서 역사적 사건을 추가한 이유를 두고도 여러 해석이 나왔다.
논란은 김지원의 개인 SNS로 번졌다. 그의 인스타그램 댓글창에는 "정치색 묻은 드라마는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의학 드라마 보는데 스토리가 갑자기 산으로 가서 놀랐네요"라는 글이 달렸다.
또 다른 누리꾼은 "좋아하는 팬인데 518 내용은 실망입니다. 그건 거절했어야죠"라며 작품 선택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지원님 이제 우리 집 TV에선 그만 보기로", "518지원아 잘 가라" 등 배우를 직접 겨냥한 댓글도 등장했다.
특히 "지원씨 유해진 나락 가는 거 안 보신 거예요?"라는 댓글은 앞서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싸고 논란을 겪은 배우 유해진을 언급한 것이다. 김지원의 SNS에는 이 같은 반응을 비판하거나 배우를 옹호하는 댓글도 이어졌다. 온라인에서 제기된 문제는 방영 중단 요구로도 이어졌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SBS 닥터X 드라마 방영중단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청원이 등록됐다.
해당 청원은 하루 만에 공개 전 찬성 요건인 100명을 충족했다. 다만 이는 청원 공개를 위한 절차로,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되기 위해서는 정식 공개 이후 30일 안에 5만명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김지원을 향한 댓글에 유해진의 이름이 등장한 데는 최근 '암살자(들)'을 둘러싼 갈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보수 성향 단체 회원 약 50명은 서울 성북구에 있는 유해진의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고 영화 상영 중단과 사과를 요구했다.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유해진을 향한 협박성 발언도 올라왔다. 경찰은 소속사의 요청을 받아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자택 주변 순찰을 강화하는 등 신변보호 조치를 했다. 이후 배우 측 요청에 따라 해당 조치는 해제됐다. 두 작품을 둘러싼 논란의 내용과 반발 수위가 같지는 않다. 다만 작품의 역사적 소재를 둘러싼 불만이 출연 배우 개인에게 향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닥터X'의 경우 원작에 없던 설정을 추가한 각색이 적절했는지, 의학 드라마의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연결됐는지는 시청자마다 다르게 평가할 수 있다. 반면 김지원이 해당 소재를 선택하거나 극의 전개를 결정하는 데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작품에 대한 비판과 배우 개인에 대한 비난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5·18 민주화운동은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역사적 사건이다. 1997년 대법원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내란 등 혐의에 대해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역사적 사실 자체와 이를 드라마에서 어떤 방식으로 표현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별개의 문제다.
제작진의 반응에도 관심이 쏠렸다. 이옥규 스튜디오S 책임프로듀서(CP)는 방송 당일 SNS에 드라마 포스터와 함께 "no fear"라는 문구를 올렸다. 다만 해당 글이 5·18 관련 논란을 의식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SBS와 제작진은 25일 오후까지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시청률은 오히려 상승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닥터X' 6회는 전국 가구 기준 19.5%를 기록했다. 직전 회보다 2.0%포인트 오른 수치로 자체 최고 기록이다. '암살자(들)' 역시 관련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누적 관객 300만명을 돌파했다.
'닥터X'를 둘러싼 반응은 크게 갈리고 있다. 역사적 사건을 활용한 각색에 불편함을 드러내는 시청자가 있는 반면, 이를 문제 삼을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작품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제작진의 선택과 배우 개인의 책임을 어디까지 연결할 수 있는지는 따져볼 문제다.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 haesmi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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