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보경이 티빙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에서 든든한 상사 박현숙 부장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 사진제공=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배우 박보경이 티빙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에서 든든한 상사 박현숙 부장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 사진제공=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배우 박보경이 한국예술종합학교 합격부터 현재까지 이어온 연기 인생을 돌아봤다. 단 두 달간 입시를 준비해 합격한 그의 무기는 뛰어난 재능이 아닌 성실함이었다. 오랜 시간 그 태도를 지켜온 박보경은 거액의 로또 당첨금보다 꾸준히 연기할 수 있는 삶을 꿈꾸고 있다.

최근 서울 여의도동의 한 카페에서 티빙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이하 '로또1등')에 출연한 박보경을 만났다. '로또1등'은 복권 1등에 당첨된 후에도 출근하는 영업 5팀 신입 팀장 공은태와 동료들의 애환을 그린 오피스극이다. 박보경은 위기 속에서도 직원들을 챙기는 든든한 상사 박현숙 부장 역을 맡았다.

박보경은 취재진 한 명 한 명에게 인사를 건네며 친근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여의도 건물들을 바라보던 그는 "예전에는 별로 의식하지 않았는데 '로또1등'을 하면서 회사들이 눈에 들어온다. 기자님들도 이런 풍경에서 일하는 거냐"고 물었다. 오피스물에 출연한 뒤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직장인들의 일상에도 관심을 갖게 된 모습이다.

작품 제목처럼 실제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을까. 박보경은 "종교가 있으니 일단 십일조와 감사 헌금을 할 것 같다. 그다음에는 돈이 부족해서 하지 못했던 일이나 새롭게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볼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당첨 사실을 지인들에게 바로 알리지는 않을 거다. 내가 진짜 무엇을 원하는지 시간을 두고 고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거액의 당첨금과 계속 연기할 기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망설임 없이 후자를 택했다. 그는 "배우들에게는 로또에 당첨되는 것보다 계속 일이 있는 게 훨씬 좋다. 무명 시절을 보내고 있거나 지금 쉬고 있는 친구들은 100% 공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우 박보경이 티빙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에서 든든한 상사 박현숙 부장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 사진제공=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배우 박보경이 티빙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에서 든든한 상사 박현숙 부장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 사진제공=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박보경이 처음부터 배우를 꿈꿨던 것은 아니다. 학창 시절 조용하고 소극적이었던 그는 대학 진학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다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박보경은 "고3 때 평생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생각하다 문득 배우를 해보고 싶어졌다"며 "워낙 존재감 없이 조용했던 학생이라 연극영화과에 지원하겠다고 하니 담임 선생님도 깜짝 놀라셨다"고 회상했다.

연기를 배운 경험조차 없었지만, 박보경은 입시학원에 다닌 지 약 두 달 만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합격했다. 그는 "독백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특별한 장기나 재능이 있는 학생도 아니었다. 합격하자 학원 선생님도 '네가 왜 붙었냐'며 놀라셨다"며 웃었다.

박보경 역시 자신의 합격 이유가 궁금했다. 대학 입학 후 교수에게 직접 물었지만 예상과 다른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교수님이 '보경이는 뭘 시키면 끝까지 할 것 같았어. 별로 지치지 않고 끝까지 해낼 것 같았어'라고 하셨다"며 "당시에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고 털어놨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 의미를 이해했다. 박보경은 "학교에서 연기를 유난히 잘하거나 특별한 재능을 가진 학생은 아니었다. 다만 한 번도 지각하지 않았고, 교수님들이 시키는 일은 성실하게 해냈다. 궁금한 점이 생기면 오래 고민하고 질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기들 사이 무척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지금까지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게 스스로도 신기하다"고 말했다.
배우 박보경이 티빙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에서 든든한 상사 박현숙 부장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 사진=tvN 영상 캡처
배우 박보경이 티빙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에서 든든한 상사 박현숙 부장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 사진=tvN 영상 캡처
특유의 성실함은 현재까지 이어지는 연기자 생활의 밑바탕이 됐다. 박보경은 꾸준히 작품에 출연할 수 있는 비결에 관해 "내가 잘해서라기보다 주변에 나를 좋게 봐주시는 분이 많은 것 같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이어 "연기가 힘들 때마다 대본을 더 읽고 현장에 나간다. 그런 시간들이 쌓여야 다음 작품이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꾸준히 활동하면서 소중한 인연도 이어지고 있다. 박보경은 '로또1등'을 통해 이준혁과 세 번째 호흡을 맞췄다. '나의 완벽한 비서', '레이디 두아'에 이어 다시 만난 그는 "준혁 씨만 따라가면 되겠다고 농담했다"며 "'나의 완벽한 비서'에서는 두 사람을 갈라놓으려고 했고 '레이디 두아'에서도 괴롭히는 역할이었다. 이번에는 함께 협력하는 관계라 좋았다"고 말했다.
배우 박보경이 티빙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에서 든든한 상사 박현숙 부장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 사진제공=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배우 박보경이 티빙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에서 든든한 상사 박현숙 부장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 사진제공=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박보경이 꿈꾸는 미래 역시 화려한 성공보다 오래 연기하는 삶에 가깝다. 롤모델로는 케이트 블란쳇을 꼽았다. 그는 "외국에는 나이가 들어도 좋은 역할을 계속 맡는 배우가 많다. 메릴 스트립도 그렇다"며 "한국도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나이가 들었다고 꼭 할머니 역할에만 머무를 필요는 없다. 계속해서 멋지고 폭넓은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소망했다.

화려한 재능 대신 성실함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박보경은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같은 자세로 현장에 선다. 당장의 성과에 만족하기보다 다음 작품을 고민하고, 나이가 들어서도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고자 한다. 오래도록 배우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박보경이 꿈꾸는 진정한 '로또 1등'이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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