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은 지난 14일 영화 '실낙원'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작품을 제작하게 된 계기부터 저예산 영화에 대한 생각, 배우들과의 작업 과정 등을 이야기했다. 이달 21일 개봉하는 '실낙원'은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 류소영(김현주 분)에게 죽은 줄 알았던 아들 류선우(배현성 분)가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심리 스릴러다.
이번 작품의 출발점은 어머니가 쓴 이야기였다. 연상호 감독은 "2020년쯤 대본을 썼는데 당시에는 이 이야기를 기존 상업영화 시스템 안에서 만들기가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개봉한 '얼굴'을 통해 '저예산 영화'의 가능성을 봤다. 저예산 방식으로 제작된 '얼굴'이 100만 관객을 넘긴 데다 창의성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실낙원' 역시 같은 방식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전작의 수익을 다음 작품에 투자하는 방식도 이어가고 있다. 연상호 감독은 "'얼굴'에서 수익이 발생했으니 그 돈으로 '실낙원'을 찍어보자는 생각이었다. '실낙원'에서 수익이 나면 또 다른 영화를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낙원'은 개봉 전 해외 판매를 통해 순제작비 약 5억원을 회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 감독 역시 해외 판매가 이뤄진 만큼 극장 흥행에 따른 손익분기점 계산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연상호 감독이 저예산 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단순히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그는 "최대한 많은 대중의 보편적인 만족을 얻어야 하는 영화가 있다. 그런 영화를 만드는 것도 도전적이고 재미있는 일"이라며 "다만 영화 만들기가 한 가지 방향으로만 맞춰져 있다면 재미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저예산 영화에서 기대하는 건 관객에게 보다 개인적이고 깊은 질문을 던지는 경험이다. 연 감독은 "영화관은 두 가지 특성을 가진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영화도 있지만, 아주 개인적인 고민을 하게 만드는 영화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를 보고 '저 선택은 무엇일까', '실존이란 무엇일까' 생각하는 것 역시 깊이 있는 엔터테인먼트"라고 설명했다.
'실낙원'도 이러한 생각에서 출발했다. 연 감독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작품 속 선택이나 상황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 실존에 대한 토론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연상호 감독은 "예산이 넉넉하지 않다 보니 정식으로 출연 제안을 하기도 조심스러웠다"며 "생각해보니 제가 젊은 남자 배우들과 작업한 경험이 거의 없더라"고 털어놨다. 남자 배우 중 박정민과는 여러 작품을 함께한 연 감독은 "박정민 배우는 김현주 배우의 아들 역할을 하기에는 나이가 마흔이지 않나"라고 농담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던 중 연 감독은 배현성을 떠올렸다. 배현성은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2'에서 김신록의 아들로 잠깐 출연한 인연이 있었다.
연 감독은 "그동안 함께 작업했던 배우들을 떠올리다가 배현성 배우에게 제안했는데 흔쾌히 수락해줬다"고 전했다. 이어 "기묘하고 나른한 분위기가 있는 배우다. 그런 느낌을 잘 만들어줬다. 오래 고민해서 결정한 캐스팅은 아니었지만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김현주와는 몇 차례 작업을 같이 했기에 오랜 시간 쌓여온 신뢰가 있었다. 연상호 감독은 "최근 김현주 배우가 '100일의 거짓말'에 출연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김현주 배우와 작업할 때는 믿고 맡긴다.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이 고민하는 사람인지 알기 때문"이라고 치켜세웠다. 뿐만 아니라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이 고민해서 연기로 보여주는 배우다. 20살 때부터 톱스타로 살아왔지만 최근에는 연기자로서 새로운 진가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연상호 감독이 '실낙원'으로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오히려 연 감독은 "정해진 답을 주는 영화는 아니다"라며 "영화에 나오는 선택이나 상황에 대해 관객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 haesmi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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