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편성을 잡는다고 끝은 아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시청자와 만났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작품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이들 작품의 부진을 편성 지연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작품의 완성도와 장르, 방송 채널, 편성 시간대 등 흥행을 좌우하는 변수는 다양하다. 다만 공개가 늦어질수록 제작 당시 형성된 기대감을 다시 끌어올려야 하고, 달라진 시장 환경 속에서 신작들과 새롭게 경쟁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지는 것은 분명하다.
이 같은 사례는 최근 위축된 드라마 제작 시장의 현실을 보여준다. 제작비는 상승하는 반면 제작 편수는 줄면서 방송사와 OTT 모두 작품 선택에 더욱 신중해졌다. 과거에도 편성 불발 사례는 있었지만 이제는 유명 배우가 출연하거나 촬영을 모두 마친 작품이라 해도 공개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편성이 미뤄지는 동안 작품의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제작 당시 신선했던 소재나 캐스팅이 시간이 지나며 익숙해질 수 있고, 초기에 형성된 대중의 관심도 식을 수 있다. 그사이 새로운 작품은 계속 등장한다. 뒤늦게 공개되는 작품으로서는 제작 당시와는 달라진 환경에서 다시 경쟁을 시작해야 하는 셈이다.
공들여 작품을 완성한다고 해서 곧바로 시청자를 만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제작 도중 멈추거나 촬영을 끝내고도 편성을 잡지 못하는 작품이 이어지고, 어렵게 공개된 이후에는 다시 흥행이라는 문턱이 기다린다. 기획과 제작, 편성, 공개까지 어느 단계도 안심할 수 없는 현실에 드라마 시장의 한숨이 이어지고 있다.
정세윤 텐아시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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